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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노석미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5월
평점 :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왜 점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릴 적 아름답거나 좋은 추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만 가는 것일까?
아지즈 네신의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는 동화같은 이야기지만 어릴 적 아지즈 네신의 실제의 일기이다. 아주 단순한 것 같지만 왜 이 책을 일고 난 후 나는 왜 한참을 멍하게 있어야 했을까? 알수 없는 눈물이 흐르건 아마도 아지즈 네신을 통해 다시금 떠올리게 된 어릴 적 기억 때문일 꺼라 생각이 된다.
아지즈 네신은 어릴 적 동생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도 어릴 적 죽음에 대한 기억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 친구들. 그 기억들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어릴 적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 가셨을 때 소리 없이 흐르던 눈물의 기억은 한참이 지난 지금에도 잊을 수가 없다. 동생의 죽음 아지즈 네신을 풍자 작가로 만든 것처럼, 우리도 인생도 그 무엇인가에 의해서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 해 전 싸움의 기술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고등학교에서 항상 따돌림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주인공이 독서실에서 귀인을 만나 싸움의 기술을 배우고, 통쾌하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렇게 밝지만도 않았던 영화였다. 아지즈 네신도 어릴 적 첫 싸움을 동네 형에게 배우게 된다. 그리고 통쾌하게 이겨버린 싸움. 우리도 모두 이러한 재미난 기억을 누구나 하고 있지 않을까?
어릴 적 풍족했었던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서러움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이 더 좋은 방향으로의 나를 만들 수도 있다. 어린이날이 되면 자장면을 먹거나 통닭을 시켜 먹었던 기억은 풍요로워진 지금의 모습에도 가끔씩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면 한 봉지면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고도 지치지 않을 만큼 어릴 적에는 더 이상 필요한 것도 더 이상 부족한 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나에게는 왜 이렇게 필요하고 부족한 것이 많은 것일까?
아지즈 네신의 이야기는 무언가 틀리다. 이것만은 확실히 장담을 한다. 어릴 적의 그 기억들을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따뜻하고 가슴에 오래 남는 이야기를 만난 것이 언제인지. 어린 아이의 맑고 투명한 마음의 눈을 우리 어른들은 이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이들의 따뜻한 기억은 지금의 어른들이 만들어 준다는 것을 깨닫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 일어버린 나의 추억들을 되찾고 싶거나, 아이들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가슴 작은 곳에 따뜻한 그 무엇을 남겨 두고 싶다면 아지즈 네신의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를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