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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완벽한 하루
멜라니아 마추코 지음,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어느 완벽한 하루
24시간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24시간이라는 하루를 완벽하게 살아간다는 것. 짧게는 오십, 길게는 팔십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루라는 존재는 보잘것없고 가치 없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하루하루가 겹쳐지지 않고 시간 시간이 만나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생은 불완전한 삶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24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그런 시간이다.
멜라니아 마추코. 현 시대 이탈리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류작가이며 영화, 연극, 라디오 드라마 작가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그러한 이력 때문인지 그녀의 책들은 다양한 주제와 끝을 알수 없는 이야기의 전개, 오묘한 인간 심리의 묘사 또한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또한 13개 국어로 번역된 이번 작품 어느 완벽한 하루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탈리아 로마의 일상을 이야기함으로 우리의 즐거움의 감흥을 더 한다.
이 소설은 24시간이라는 단 하루 만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처음엔 520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을 손에 잡았을 때 어떻게 24시간의 시간만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펼쳐 쓸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였다. 작가의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글 솜씨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만들 수 없을 텐데 라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책이 중반을 넘어서고 부터는 이런 의심과 걱정도 그만이었다. 책의 끝부분까지 도저히 놓을 수 없는 그런 책인 것이다.
어느 완벽한 하루는 표면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한 가족들이 등장을 한다. 전형적인 서민 가정층인 안토니오와 엠마의 가족. 20대 시절 불 붙는 듯 한 사랑으로 가정을 이루었지만, 여느 가정처럼 불안과 만족감이 같이 맞물려 가는 모습이다. 비록 안토니오의 극단적인 의처증으로 서로를 불편한 관계로 만들었지만 말이다. 또 하나의 주인공 가족 피오라반티가. 그들은 상류층의 모습을 적절하게 표현하면서 겉으로는 풍족해 보이지만 실상 그들의 내면은 그렇지만은 못하다. 안토니오와 피오라반티를 대조함으로써 인간 내부의 만족감과 행복은 그 어떤 것으로 이루어지는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을까?
로마의 어느 날 밤에 총성이 올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24시간 전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2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시간을 로마에 머문 것처럼 느껴진다. 다혈질 적이고 즉흥적인 이탈리아 로마인들의 다양하고 치밀한 이야기로 우리는 이 시대에 잃어버린 가족애와 진정한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여준다.
매일 똑같은 일상인것 같지만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작은 것들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멜라니아 마추코 특유의 글 솜씨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일상의 특별함을 멋지게 선물한다. 자 이제 이탈리아 소설의 극치 어느 완벽한 하루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