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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릿 - 한동원 장편소설 ㅣ 담쟁이 문고
한동원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삐릿
옛적 향수를 마구마구 자극하는 우리의 소설 삐릿이 다가온다. 기타 하나에 웃고 울고 그 시절에는 모두들 그러했을까?
나의 고교 시절
고교시절 밴드 경험이 있는 나로써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있는돈 없는돈 긁어 모아 일렉기타 하나를 구입해서 무진장 열심히(실력은 없었지만)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락 음악을 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겐 교회 찬양단이 있었기에(아마 삐릿에 나오는 김주석 같지 않았을까) 다소 갈증들을 해소 할 수 있었던것 같다. 대학 입학후 락 동아리에서 실력이 안되어서 퇴짜 맞은 그리 좋지 않은 기억까지(이때 기타를 접었으니까) 새록새록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삐릿의 원조
우리의 추억속에 살아 있는 전설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의 82년도 앨범 드릴러의 수록곡 BEAT IT (비트잇)이라는 곡이 이 책 제목의 원조이다. 흔히들 오~ 삐레 오~삐레 라고 하는 구절이 기억이 날 것이다. 삐릿을 읽은후 마이클 잭슨의 BEAT IT 이라는 곡을 인터넷에서 스무번도 더 들었으니까. 삐레의 전주 부분에 두대의 기타 인트로가 나온다. 그부분에 솔로부분은 밴 헤일런이 빽킹 부분은 스티브 루카스(토토)라는 유명한 기타리스트의 연주다. 그룹 토토의 곡들은 많이 들어 봤지만 설마 잭슨의 노래에 있을 줄이야. 아마 삐릿을 못 보았다면 평생 그것도 모르고 살았을 테지. 여튼 한동원의 삐릿에는 온 갖 락에 대한 상식들이 줄줄이 나온다. 아마도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락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우리 주인공들의 대화속에서 나오는 락에 대한 이야기에 속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리나와의 조우
삐릿에는 백동광과 양수은이가 펼치는 고교 밴드 이야기이다. 물론 우리 주인공 똥광씨는 기타에 기자도 모르는 순수혈통 고교생. 이 친구가 점점 락의 세계로 빠져는 시간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 된다. 양수은의 아버지는 기타 크래프트 맨이다(기타만드는 사람). 한국 기타 기업의 배신으로 미국으로 도망가버린 기타 세공공. 아버지가 처음 만든 기타 소리나를 양수은이가 백동광에게 주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통기타는 유명한데 일렉기타는 유명한 기타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녀 정아연
나도 이 시절에는 또래 여자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교회에서 기타도 치고 색소폰도 불고 가지가지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이친구 백동광이에게 더욱 친근감이 갔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아연과의 만남으로 락음악을 시작하게 된 백동광. 그렇다. 우리의 시작은 다 이러 했던것이었다. 어쩌면 고교시절의 우리 친구들은 그것이 삶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모든것의 동기부여는 그녀라는 말이다.
고교시절 함수관계
고교시절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친구, 여자, 방황이라는 삼각함수다. 어떠한 여자애를 좋아하게 되고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 놓게 되고 이렇게 저렇게 가슴앓이 하다 방화도 해보고. 우리의 고교시절은 그러했다. 친구를 빼놓을 수 없고 여자를 빼놓을 수 없고 방황을(술,담배) 빼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러한 것들에 대한 표출이 음악으로 때로는 운동으로 바뀌었던 기억이 많다. 삐릿에서는 고등학생 동광이의 심리를 잘 그려 놓았고, 그것을 들어주는 친구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 일어나는 배신과 술수 그리고 마지막 반전.
현재
요즘은 청소년 드라마가 잘 없는 것 같다. 내가 고교시절에는 청소년 드라마도 꽤나 유행을 했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도 이러한 감정과 추억을 만들 꺼리들이 있을까? 너무 공부에만 얽매여 버린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함동원의 삐릿. 그것은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 줄것이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일탈에 대한 욕망을 채워 줄 것이다. 아직도 생생하기만한 고교시절이 그립다면 함동원의 삐릿을 강력 추천한다. 오늘은 왠지 Metallica의 Master Of Puppets를 들으며 머리를 한번쯤 흔들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