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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나라 사람들 - 목욕탕에서 발가벗겨진 세상과 나
신병근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3월
평점 :
탕나라 사람들
근래에 가장 행복했던 사건은 뺑글이와 똥희이를 만난 것이다.
오랫만에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책을 만났다. 그것은 바로 탕나라 사람들이다. 우리에게는 어떠한 때들이 있을까? 과연 몸에 묻어 있는 때만이 때일까? 아니면 마음속 깊이 씻기 어려울 정도로 굳어버린 묵은 때가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신병근씨의 탕나라 사람들은 몸에 있는 때뿐만이 아니라 마음속에 자리잡은 묵은 때도 말끔히 씻어 줄 것이다. 이러한 묵은 때를 타올로 팍팍 밀어보자.
이 책은 우리의 귀염둥이 뺑글이와 똥희의 좌충우돌 탕나라 이야기 이다. 우리 어린 두 주인공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겪은 시원시원 탕나라 이야기는 쉽게 상상 할수도 있지만 쉽게 결론은 내리지 말자. 너무나도 엄청난 여운이 머릿속에서 아직도 맴돌고 있으니까.
어릴적 목욕탕의 기억은 그리 좋지 않았다. 어머니 손을 잡고 간 목욕탕에서는 언제나 벌겋게 달아오른 몸으로 나와야 했으니까? 그렇게 뜨겁던 탕도 싫었고 10년 묵을 때를 벗겨 내시는 어머니의 손길도 너무너무 무서웠다. 그 시절엔 목욕탕에 자주 갈수 있는 환경이 안되었지만 요즘은 곳곳에 널린 것이 사우나며 찜질방 아니던가? 그래도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요즘도목욕탕에 가서 온탕에 앉을 때마다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
힐끔힐끔 마을이라든지 검은숲샤워손 그리고 존심 사우나에 가장 흥미로웠던것은 왜 일까? 뺑글이와 똥희의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탕나라 이야기가 어릴적 아련한게 떠 오르는 추억이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만들곤 했다. 그 뜨겁데 사우나에 땀을 뻘뻘 흘리며 앉아 계신 어르신들의 모습이 선한데 뺑글이와 똥희의 눈에 존심들만 가득찬 사우나로 보여졌다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존심 사우나. 나도 그곳에서 존심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은 야한 이야기 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면 야한것과 진실한것과의 차이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저자의 분명한 메세지는 진정 더러운것은 우리몸의 때가 아니라 사람 마음 속의 때라는 것이다. 갖가지 더러운 생각으로 덮혀 있는 우리 마음을 뺑글이와 똥희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아 주고 잃어버린 양심을 되찾아 주는 것이 탕나라 사람들이다. 목욕탕 안에서는 누구나 똑같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모두 똑같은 모습을 있다는 것이 가장 공평한 것이다. 가끔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다면 탕나라로 떠나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머릿속을 시원하게 만들고 싶다면 탕나라에서 뺑글이와 똥희를 만나 재미나고 신나는 놀아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