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제빵소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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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의 첫 힐링소설이라는 표지 글귀가 눈에 띄었는데, 더구나 <십자도 살인사건>으로 이미 만나보았던 윤자영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궁금했던 소설이다. 냉철하면서도 논리적일 것만 같은 추리작가가 쓴 따뜻한 이야기라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책을 펼쳐본다.

<라라제빵소>는 제빵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으로 주인공 안창석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대한민국 제빵 명장으로, 한 때 제빵 신이라 불릴 만큼 유명했지만 제과점 제자들의 배신으로 제빵 명장이라는 칭호를 잃게된다. 그러던 중, 배후에 제자들을 조종한 제빵 명장 스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에 화가난 창석은 술김에 주먹을 휘둘렀다가 유리창이 깨져 오른손 신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다. 빵을 만드는 제빵사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손인데, 그는 손과 함께 제빵 명장이라는 명예와 빵을 만들 수 있는 능력도 잃어버린다. 좌절한 창석은 강화도로 자신의 첫 스승님을 찾아간다. 82세의 스승님은 치매에 걸려 창석을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어느 날 멀쩡한 정신으로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장례식 이후 스승님의 손녀인 라라는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빵을 만들며 빵집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창석에게 제빵을 알려줄 것을 제안한다. 창석은 망설임 끝에 라라에게 빵 만들기를 가르치며 라라제빵소에 머무르기로 하는데......

나는 반쪽은 손라라에게, 반쪽은 진우에게 건넸다.

"맛을 봐봐."

진우가 받자마자 입에 단팥 슈크림빵을 입에 넣었다.

"우와 달아~.너무 맛있어요. 역시 아저씨는 제빵 신이에요."

진우의 어깨에 신 씨가 팔을 둘렀다.

"저도 너무 맛있습니다. 아버와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요. 아들과 이런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런, 심장이 왜 자꾸 울렁거리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스승님이 말하는 사람을 살리는 빵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빵으로 추억을 찾아주고, 아픔을 치료하는 빵 말이다.

p.143 중에서.


작품에서는 명예을 비롯하여 빵 만드는 능력 등 많은 것을 가졌던 창석이라는 인물이 믿음의 단절로 인해 시련을 겪게 되지만 타인과의 믿음을 기반으로 다시 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련을 극복하며 성장하고, 그야말로 진짜 제빵 장인이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늘 그렇듯 주인공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제법 감동적이고, 또 소중한 교훈을 남긴다. 따뜻한 이야기는 마음을 데우는 역할도 하는데, <라라제빵소>는 꼭 그런 이야기여서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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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이 하고 싶은 말 - 심리학자이자 아동문학가가 들려주는
패트리시아 페르난데스 비에베라흐 지음, 타니아 레시오 그림, 김영옥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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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타조는 자기가 한 일을 후회하고 있어요. 작은 새가 놀림을 받을 때 모른 척 했거든요. '하지마!'라고 말할 수도 있었는데 타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자코 있었어요. 아무도 모를 수 있지만 나 자신은 알아요. 죄책감이 머리를 짓눌러요. 도무지 아무 것도 집중할 수가 없어요. 타조는 용기를 내 작은 새를 찾아가요.

"미안해, 널 돕지 못했어. 많이 속상했지?"

죄책감은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돕는 마음의 경고등이에요.

기억해요. 우리는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에 멋진 거예요.

패트리시아 페르난데스 비에베라흐의 <내 감정이 하고 싶은 말>. 따뜻한 책 표지에 끌렸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 같아서 더욱 끌렸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을 찬찬히 읽어본다. 책은 그리움, 기쁨, 질투, 사랑, 화, 공감, 죄책감, 믿음, 쑥스러움, 안심, 불안 등 20개의 다양한 감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의 왼쪽 면에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감정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오른쪽 면에는 그 감정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다.

우리의 마음에는 수 많은 감정들이 공존하는데, 생각해보면 그 감정에 대해서 혹은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저 어떤 상황은 당연히 슬픈거고, 슬픈 감정은 이런거구나."라고 현상 자체에 주목하며 살았는데, 책을 통해 좀 더 깊이있게 감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특히 자존감은 "내가 믿는 내 모습"이라는 문장과 좌절감에 대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모두 배우는 중이며 배울 때는 실수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이 인상 깊다. 깊게 공감하며 읽었던 부분인데, 자존감은 일반적으로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이기도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믿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들어 자신감도 떨어지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건지 헷갈릴 때가 많은데, 여지껏 잘해왔고 잘하고 있으니 내가 나를 좀 더 믿어주어야 할 시기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죽지 말고,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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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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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희미했던 기억과 감성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좋았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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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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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불편한 편의점 1, 2를 읽고,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김호연 작가의 신간 출판 소식을 들었다. 이유 불문하고, 그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시절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었다"는 표지 속 글귀가 더욱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어느새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고, 젊었지만 불안정했던 시절을 지나 그 때보단 안정적이지만 한창 때같던 열정이나 체력은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라 책이 더욱 공감가고, 와닿았던 것 같다.

외주 프로덕션 6년차 피디인 주인공 솔은 자신이 기획하여 인기 예능으로 자리잡은 프로그램에서 잘리고, 좌절한 채 고향으로 내려온다. 마냥 놀고 먹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기에 직접 기획하여 촬영한 것들을 유트브에 올리기로 마음먹는다. 촬영 소재를 찾던 도중에 어린시절 추억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비디오 가게 '돈키호테'자리에 카페가 들어선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비디오 가게 주인이었던 돈 아저씨의 아들 한빈을 만나게 된다. 3년 전, 돈 아저씨가 종적을 감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솔은 자신의 성장에 아저씨와 비디오 가게에서의 추억이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아저씨를 찾는 방송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책을 읽다보니 책과 만화책을 함께 대여했던 '명화마을'이라는 우리 동네 비디오가게가 떠올랐다. 친구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곳인데, 한번은 친구 부모님이 외출하셨을 때 가게로 초대받아 친구들과 단체로 비디오 관람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웃음이 났고, 어른과 함께 동행했을 경우에는 18세 이상 관람가의 비디오를 빌리는게 가능 해서 아빠 찬스로 못 봤던 유명한(?) 영화를 빌려보기도 했었다. 지나온 날들이지만 그 때 봤던 영화와 만화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가슴 한 켠이 찡하기도 했다. 십 대 때, 만들어진 나의 감성에 꽤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김호연 작가의 작품은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거나 마음 한 켠에 있는 애처로운 감정을 잘 이끌어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향수에 젖어들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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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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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 글렌디 밴더라의 소설 <나뭇잎 사이의 별빛>은 그녀의 생물학적 지식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엘리스는 변호사인 남편 조나가 근무하는 로펌을 방문했다가 그가 테니스 강사 아이린과 키스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던 엘리스는 쌍둥이 아들 리버와 재스퍼 그리고 태어난지 두달된 딸 비올라와 함께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찾는 '와일드 우드'라는 숲을 방문하게 된다. 올챙이를 잡으며 노는 것에 열중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남편과의 이혼을 고민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이 올챙이를 넣어둔 유리병을 엎지르고, 난리통에 카시트에서 잠들어있던 딸 비올라를 두고 온 것을 뒤늦게 깨닫는는다. 비올라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엘리스는 그렇게 딸을 잃어버린다...

딸을 잃어버린 그녀의 삶은 이전과는 180도로 달라지고, 무책임하게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라는 프레임과 죄책감에 술과 약으로 버텨보지만 더 이상은 견딜 수 없게 된다. 엘리스는 결국 집을 떠나 캠핑을 하며 숲 속에서 생활 하기로 마음 먹는다. 책을 읽다보니 딸을 영영 잃어버리는 경험은 일반적이지 않지만 인생에서 주저앉을 만큼 큰 시련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순간, 자연이 주는 위로와 위안을 느껴본 이들이라면 소설이 이야기하려고 하는 값진 것에 대해 깨닫을 수 있을 것 같다. 일에 치여 지내다가 며칠 전에 바다를 보고 왔는데... 잔잔했던 바다가 하룻밤 사이에 사나워지는 걸 보면서 우리 인생도 잔잔하다가 모진 풍파를 몰고 오는 순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뻥 뚫린 바다와 어김없이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조여오던 숨통이 트이는 걸 느꼈는데... 그리고 나면 순간을 버틸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숲은, 자연은 분명 대단한 기운을 가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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