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연인들 안전가옥 쇼-트 18
김달리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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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시리즈, <밀림의 연인들>은 무려 18번째 책이다. 쇼트시리즈는 소재나 아이디어면에서 독창적이고, 찬찬히 읽다보면 '아,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작품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재미, 모으는 재미가 있는데 어느새 책장 한켠을 다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괜스레 뿌듯하고, 다음 쇼트시리즈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기대하며 책을 정리하게 된다.

 

<밀림의 연인들>은 가상 세계를 다룬 SF물로 도메스틱 스릴러라고 칭하기도 한다고. 그래서 찾아보니 가족 간에 일어나는 사건을 긴장감 있게 다루고 있다고 해서 '도메스틱 스릴러(domestic thriller)'라고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다미가 남편 석영이 바람 피우는 것을 확신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인공지능 청소 로봇인 키미는 집 안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초코페'라는 이름을 수도 없이 외치는 석영의 목소리가 녹음되어있다. 덕분에 우울증을 치료해놓라며 물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나직히 말하는 석영의 목소리가 낯설기만 하다. 석영은 가상현실 플랫폼인 밀림을 통헤 여자를 만나고 있었으며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다미는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유명 건축가의 딸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은 다미는 밀림에 접속해 석영과 초코페를 추적하기 시작하고, 이후에 알게된 사실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채 바꾸어 놓는데......

 

몰입력있는 이야기로 읽자마자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연애 감정으로 만난 아바타들이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며 생활할 수 있다는 설정은 어쩐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 고유의 권한을 침해 당하는 기분이랄까. 더구나 가상 세계에서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된다면 아주 불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뭔지 몰라서 찾아보던게 엊그제 같은데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한 영화와 소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상현실에서 만남과 결혼, 출산까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설정이 놀랍기도 하고, 언젠가 우리에게 실제로 그런 날이 오게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기도 하다. 현실과 가상세계에서 인간이 중심을 잡고 잘 살아가는 게 딜레마가 될 나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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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향이 달라져도 괜찮아 - 지금, 이 길이 맞는지 불안한 당신을 위해
전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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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 이른 지금도 나는 진로에 관해 고민할 때가 있다. 긴 시간 꿈꿔왔던 일을 하면서도 이대로 나아가는게 맞을지... 조금 더 용기를 내어서 정규직에 도전해봐야할지. 혹은 전공과는 무관하지만 해보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봐야할지. 스스로에게 어떤 일을 하는게 나을지 되묻곤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시 물음표이다. 이런 내게 <삶의 방향이 달라져도 괜찮다>는 책의 제목은 마치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같았고, 망설임없이 집어들게 되었다.


서른 세살, 9년차 기상캐스터였던 저자는 일이 편해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일을 찾아 방송국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이후 그녀가 다다른 곳은 대기업 인사팀. 여느 방송인들과 다소 다른 행보에 놀랍기도하지만 한편으론 멋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서른 세살에 9년차 방송인이라는 경력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곧바로 사회에 진출했다는 이야기인데, 한 가지 일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는 그녀의 의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인생은 이렇게 날씨처럼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순간들의 연속이다. 우리는 삶에서 때때로 찾아오는 예측불허의 기상이변과 상황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지가 중요하다. 나는 그때마다 혹여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금 적게 속상해 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원하는 시기에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실망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열심히 적응하고 최대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 ... 다만, 포기하고 주저앉고 말 것인지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 있다. 결국 외부 환경이 나의 삶을 흔들지라도 굴복하지 않고 내 삶의 중심은 나라는 사실을 믿고 나아간다면, 예상치 못한 삶의 새로운 변화는 오히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 같은 기회가 될 수 있다.

p.27 중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경력이 단절되고, 영원히 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우울에 빠지기도 했는데, 어느새 바삐 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인지 <삶의 방향이 달라져도 괜찮아>는 공감가는 글귀들이 많았다. 진짜로 그렇다. 살다보니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삶이 흘러갈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다. 때론 속상한 마음을 삼켜가며 일을 하기도 했는데 끊임없이 두드리다 보니 문이 아주 조금씩 열리는 기분이 든다. 당장 5년 뒤에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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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 - 수명을 먹는 나의 수호신 YA! 15
명소정 지음, 리페 그림 / 이지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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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의 출간 소식을 들으니 반가움이 앞선다. 전작은 반 배치고사에서 수석을 차지했던 임혜성의 얼굴을 하고 있는 괴물이 도서관에서 책을 먹어치우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는 세월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괴물은 자신이 이야기를 먹고 사는 '화괴'임을 밝히며 자신이 기억을 지우려 하는 사람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세월을 비롯한 친구들은 고민상담부를 결성한다. '기억을 먹는 괴물'과 '고민상담소'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목을 끌었던 이야기는 혜성과 세월이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성장 소설이자 학원판타지물이었다. 사실 1편은 나의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보게 되었는데, 2편은 어떤 이야기를 다룰지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던 것 같다.


창밖으로 몸을 내던져 죽고 싶었던 성단에게 수명을 먹는 괴물인 영면이 나타난다. 망설이던 성단에게 영면은 고통없이 죽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죽음동의서를 불쑥 내민다. 성단은 반신반의해가며 동의서의 사망 사유에 '내 삶은 아무런 가치도 없기 때문에'라고 쓰고, 영면은 죽어야 할 이유에 동의해 줄 증인에게 서명을 받아오라고 한다. 성단이는 자신의 죽음의 이유를 증명해 줄 증인을 찾을 수 있을까?


책은 민담이나 설화에 나올 법한 괴물들을 소재로 자살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함께 풀어가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먹는 괴물이라는 설정이 전작에 이어 한층 더 흥미를 불러 일으켰고,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한 몫 하는 듯 했다. 대학생인 저자의 사고와 가치가 녹아든 듯, 요즘 세대들이 하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이나 갈등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연애인이나 지인의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를 꽤 자주 들어온터라 문득 십대들이 죽음의 무게를 견뎌내고서라도 죽고 싶은 이유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단순히 흥미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가지는 문제들을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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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 - 췌장암을 꼭꼭 씹어 삼킨 작은별부부의 초긍정 희망 스토리
강애리자 지음 / 어른의시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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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저자는 췌장암 4기로 여명이 육 개월 남았다는 잔인한 선고를 받게된다. 암이란게 참 그렇다. 예고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훅하고 들이닥치니까.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던 날, 눈앞이 노래지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던 그 순간은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꽤나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때 느꼈던 감정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두렵고, 무섭다.

놀라고 슬펐겠지만 저자는 좌절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마음을 다잡고 남편을 살리기 위한 모든 걸 해보기 시작한다. 남편의 몸무게를 매일 재고, 혈압과 당 수치도 체크하고, 하루3000Kcal를 꼬박꼬박 챙겨 먹이고 혹시 몰라 비상약과 간식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책은 암과 사투를 벌이는 한 부부의 육백사십칠 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하던 시간을 함께했던 나는, 지난날이 떠올라서 책을 읽는게 조금 힘들었다.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대충 알았는데, 괜히 읽기 시작한 건 아닌지 여러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부부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더 많이 웃으려고 애썼으며 마흔세 차례나 되는 항암 끝에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기적같은 이야기라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따뜻한 우유 두 잔과 조그마한 빵 하나 시켜놓고 마침 저물어가는 석양을 아무 말도 안 하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냥 숨만 쉬고 있어도 좋습니다. '항암치료를 평생터럭 해도 내 옆에 살아만 있으면 좋다'던 아까 그 부부의 이야기처럼 그냥그냥 제 옆에 아프더라도 평생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마음이 저만의 욕심일까요?

p.140 중에서.



울고, 웃다가도 힘들어서 주저앉고 또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암환자의 이야기에 국한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삶도 같은 모습이 아니던가.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애틋하고, 따뜻한 부부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그들의 웃음이 오래도록 남을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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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이 있어도 나는 나!
셰인 헤거티 지음, 벤 맨틀 그림, 오현주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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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체에 시선이 머물렀다. 셰인 헤거티의 전작인 <우리는 조금씩 결함이 있어요>를 아이와 재미있게 읽었는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감 로봇이지만 질문과 마음을 가진 부트. 부트는 '장난감 로봇'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기로 한다. <결함이 있어도 나는나!>는 게리의 코가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트는 트위치 박사의 오락실에서 외면당하거나 버려진 로봇인 전자 개 푸치, 레드, 게리, 노트와 함께 지낸다. 이들은 노크가 고쳐놓은 버섯 모양의 낡은 회전 놀이기구를 타고 놀았고, 점점 빠르게 빙빙 돌아가던 놀이기구는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 빠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게리의 코가 떨어지고, 공은 회전하던 놀이기구 정중앙의 톱니바퀴 장치 속으로 쏙 들어가고 만다. 그리고 곧 으스러졌다. 망가지 코를 보고 게리는 크게 상심하고, 부트와 친구들은 게리의 코를 찾기 위해 로봇 검사소로 향한다. 검사소는 인간들이 사용할 새로운 상품을 시험하기 위해 테스트용 로봇에게 같은 동작은 수만 번 반복하게 하다가 로봇이 완전히 망가지면 결국 폐기해버리는 슬픈 장소였다. 부트는 그곳에서 오로지 앉았다 일어섰다 만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망가진 의자 테스트용 로봇 러스티를 만난다. 그리고 러스티 또한 자신과 같이 감정을 가진 로봇이라는 걸 알게 된다. 러스티가 안쓰러웠던 부트와 친구들은 그를 설득해 함께 탈출에 나서는데......


셰인 헤거티의 작품은 인간에게 이용당하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고장나 쓸모가 없어지면 버림 받는 로봇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로봇과 이 로봇 친구들이 함께 떠나는 모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어쩐지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감동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소모품으로 그치고 마는 로봇이 조금 마음 아프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 살아가는 부트의 모습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 의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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