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장난감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박상민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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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상민

1992년생.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인턴을 수료했다. 2020년 공중보건의사로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구의료원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의사로 활동하는 한편 틈틈이 추리소설을 집필하고 있으며, 메디컬 미스터리뿐 아니라 본격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구상 중이다.

 

 

얼마 전에 메디컬 미스터리 <차가운 숨결>을 재미있게 읽어던터라 <위험한 장난감> 출간 소식이 그저 반가웠다. 의사로 활동하는 중에도 틈틈이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작가의 열정이 무척 놀랍다. <위험한 장난감>은 인턴 석호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당직 근무가 끝나 쇼파에 눕자마자 '6병동 코드블루'를 알리는 방송이 울려퍼지고, 한달음에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만 이종분 환자는 사망하고 만다. 이후 석호는 '10병동 코드블루' 원내 방송을 듣고 10층으로 향한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내과 레지던트와 인턴들이 처치 중이었지만 김창진 환자의 심전도 리듬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에게 사망선고를 내릴 즈음 최병우 교수가 들어온다. 최교수는 은사인 김창진 환자에게 개흉 심장 마사지를 시도하고, 심전도 곡선은 잠시 출렁이지만 다시 납작하게 변한다. 최병우가 미동조차 없는 심장을 살며시 들어올릴 때, 석호는 심장 뒤편의 1cm 크기의 천공과 위쪽이 잘려 나간 좌회선지를 발견하고, 김창진 환자는 결국 사망한다.

 

같은날 석호는 조향희 할머니의 비위관을 삽입하던 중, 숨을 쉬지 않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처치실로 옮기지만 주치의 최규민으로부터 무리한 엘튜브 삽입이 있었다는 꾸지람을 듣는다. 석호는 간호사로부터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다. 이 사태가 연말에 있을 레지턴트 선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안해하던 중, 수련교육부장인 오태준 교수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고 그와 면담을 한다. 오태준의 요지는 조향희 환자와 김창진 환자의 죽음에 원인이 석호며 내일 열리게 될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여부가 결정될 거라는 것이다. 이러한 처분이 납득하기 어려웠던 석호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려하는데...

 

차라리 교수님들한테 주먹을 휘둘렀다면 저는 형을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응원했을 거예요. 그런 폭력적인 행동이 잘못된 건 차치하고요. 하지만 형은 교수님들에게 직접 불만을 토로하는 대신 최악의 길을 선택했어요.

p.339 중에서.

 

 

평판을 중시하는 인턴 선발과정, 인턴과 간호사들의 관계, 대학병원의 폐쇄성. 소설은 픽션을 바탕으로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의료계에 관해서 잘 모르지만 사람 사는 곳에 부정부패와 폐단이 없을까 싶다. 힘있는 자와 힘없는 자의 권력 다툼, 이로 인한 복수... 소설 속 대학병원은 인간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 했다. 주인공 석호가 자신을 소명하기 위해 애쓰는 장면들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진실이 드러날수록 거듭하는 반전은 흥미진진했고,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돌았다.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결말이 살짝 아쉬웠지만 정말 신나게 읽은 소설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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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의 신부 - 왕자 이언과 무녀 부용의 애절한 러브스토리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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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수광

오랫동안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고 수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역사의 지혜를 책으로 보여주는 저술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팩션형 역사서를 최초로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작가다. 특히 추리소설과 역사서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글쓰기와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대중 역사서를 창조해 왔다.

 

1893년 독일인인 하인리히는 동양에 대한 발레극을 쓰려는 계획을 세우고, 때마침 형 랜스돌프가 조선이라는 나라에 영사로 가게 되자 형을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배를 타고 한 달이 넘는 지루한 여행 끝에 도착한 조선 땅은 낯설지만 설레는 곳이었다. 한편, 조선의 왕자인 의연군 이언은 원래 계동궁에서 살았지만 여름이 되면 북한산의 한적한 초옥을 빌려 그곳에서 독서를 하곤 했다. 한여름 세차게 쏟아지는 폭우에 밥어미가 초옥으로 저녁을 지으러 오지 않았고, 시장기가 돌던 그는 밖으로 나갔다가 사방이 온통 물바다로 변한 것을 보고 몹시 놀란다. 그 때 이언은 물바다에서 누군가 풀을 움켜쥐고 필사적으로 기어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밖으로 기어나온 뒤에야 산발한 그것이 여인임을 알게 된다. 여인은 도와달라는 말과 함께 탈진하여 쓰러지고, 그는 죽어가는 이를 가만히 둘 수 없어 들쳐 업고 집으로 돌아와 정성껏 간호해준다. 정신을 차린 여인은 자신을 밥어미의 딸이며 장악원의 기생이라 했다. 상을 차리며 이틀 동안 이언의 시중을 들었는데, 이언은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했고, 그날로 부부가 되기로 약조한다.

 

 

살결은 희고 뺨은 복숭아 빛이다. 눈은 보석처럼 새카맣고 앵두처럼 붉은 입술은 봉긋했다. '이 세상 사람 같지 않구나.' 이언은 여자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했다. 댕기머리를 하고 있으니 머리를 올린 것도, 시집을 간 여자도 아니다.

"어미가 장악원 상기니 너 또한 기생이 아니냐?"

"그러하옵니다."

"장악원에 있지?"

"예."

"내가 너의 머리를 얹어줄 것이다. 어떠냐?"

여자가 놀란 듯 이언을 쳐다보았다. 머리를 얹어준다는 것은 왕자의 여자가 되라는 것이다.

p.47 중에서.

 

그렇게 부용은 이언의 여자가 되었고, 이언은 이를 민씨에게 고하기 위해 경복궁으로 갔다. 조선의 왕비 민씨는 일본을 견제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동학을 허락하자는 입장인 그녀는 동학을 반대하는 유림과도 대립하고 있었다. 민씨는 이언에게 훗날 부용과 혼례를 치뤄줄 것을 약속하며 당장은 일본의 침략을 막아야 하니 왕궁시위대에 들어가 군사훈련을 받으라고 한다.

 

부용은 덕어(독일어)와 영어, 일어에 능통했다. 부용의 어머니 오씨는 조선 왕실의 고문이었던 뭴렌도르프의 하인으로 통역을 했었기에 그의 집에서 2년을 지냈다. 부용은 총명하여 뭴렌도르프가 어릴 때부터 덕어를 가르쳤고, 영사관에 와서 독일인들과 지내면서 독일어를 더욱 잘하게 되었다. 그녀는 덕국 영사관에서 하인리히 레겔이라는 사람의 통역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국은 어수선했고, 청나라와 일본의 전쟁이 임박해온다. 1894년 7월22일 일본군은 왕궁을 침범했고, 순식간에 시위대의 무장을 해제하고 이언을 연금했다. 이언과 부용, 그들에겐 위기가 닥쳐오는데...

 

130여년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조선을 배경으로 한 발레극이 절찬리에 상영되었는데, 조선의 왕자와 평민 소녀의 목숨을 바친 사랑이야기라고 한다. <코레아의 신부>는 하인리히 레켈이 쓴 리브레토를 바탕으로 재창조한 작품으로 실제 공연된 작품이라는 소개만으로도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주인공과 동시대를 살았던 하이린히 레겔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그가 전하는 부영과 이언의 사랑 이야기는 제 3의 인물의 시선으로 회자되어서인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불안한 시대에 만나 사랑하게 된 이들이 가엾고, 안타까웠다. 책은 진한 러브스토리와 함께 우리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을만큼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 많이 언급되어 있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영과 부용의 이야기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지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19세기 우리나라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그것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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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잡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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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해원

1984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관공서 브로셔와 여행 가이드북, 영화 시나리오, 만화 스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현재 마포구 연남동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슬픈열대』는 해원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시체 청소업체와 관련한 이야기라고 해서 '우리가 잘 몰랐던 직업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소설이지 않을까'라는 짐작을 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소설 속 '미래클리닝'은 이름만으로는 평범한 청소업체 같아 보이지만 살해현장의 시체들을 은밀하게 처리하는 불법 청소업체이다. 여주인공 연희는 대기업들을 비롯해 작은 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던 1998년 IMF 시절을 살고 있는 인물로, 갑자기 닥친 불행은 그녀와 그녀의 가족을 비켜 가지 않는다. 운영하던 공장 문을 닫고, 큰 빚을 진 채 줄 소송에 시달리던 연희의 아버지는 결국 나무에 목을 매단 채 발견되고, 여동생 홍은이는 낙원상사 건물 붕괴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사망한다. 또 어머니는 동생이 세상을 떠났을 때 부터 충격으로 정신을 놓아버리고, 요양원에서 머물게 된다.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연희는 사채업자가 주선한 일자리의 면접을 보러가고, 그곳에서 '미래 클리닝'의 실상을 알게 된다. '미래 클리닝'은 살인의 증거를 인멸하는 전문 업체로 이같은 업체는 전국 60개에 달했고, '협회'라 불리는 거대한 조직에 의해 관리되었다. 피비린내가 가득한 방 안을 청소한 후에 서러움이 밀려왔지만 당장 쓸 돈도 없었던 연희는 달리 방법이 없어 정식으로 인턴 청소부가 되기로 하고 김 여사, 김성수, 장교동과 함께 온갖 범죄 현장에서 잔혹하게 죽음을 맞이한 주검들과 마주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던 성수가 주검으로 발견되고,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연희는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데...

“사람이 죽으면 뭐가 될까요?”

교동이 비 내리는 골목길을 보며 입을 열었다.

“생활 쓰레기가 되죠. 그걸 치우는 게 우리 일이에요. 특수청소하고는 다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살인을 없던 일로 만드는 거예요. 시체는 치우고 현장에 남아 있는 모든 증거를 인멸하는 거죠.”

연희는 멍청하게 교동을 따라온 자신을 탓했다.

“연희 씨가 본 시체는 기술자였어요. 요샛말로 하면 킬러라고 할까. 저 녀석 칼질에 죽어 나간 사람이 한 트럭은 될 겁니다. 우리는 죽어도 싼 놈만 치워요. 여자, 어린애, 무고한 민간인 시체는 건들지 않고.”

양심적인 척해 봤자 범죄잖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P.25 중에서.

<굿잡>은 읽다보면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몰입도 높은 이야기로 금세 빠져들게 된다. 이쯤되면 자야하는데, 속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몇 번 외쳤는지. 결국엔 이틀도 채 안 되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더랬다. 보험사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자살, 방화, 살인... 실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본 것만 같아 마음 한 켠이 무거워져온다. IMF시대를 실제로 겪었기에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더 실감나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더구나 나약하고, 가진 것 없는 연희가 자기보다 더 약한 연남이를 끌어안는 모습에서는 묘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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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깨비, 홍제 - 인간의 죽음을 동경한
양수련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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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양수련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성격 유형 ‘선의의 옹호자(INFJ_A)’. 혈액형 O형.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영상시나리오학을 전공했다. 잡지기자와 편집자 생활을 하다가 작가가 되었다.

 

 

<나의 도깨비, 홍제>는 책의 제목을 듣는 순간 배우 공유가 떠올랐다. 불멸의 존재이기에 명을 다하여 떠나가는 이들을 그리워하며 홀로 남겨진 시간을 버텨내야하던 도깨비, 고된 삶 속에서 오롯이 그 무게를 홀로 감당해내던 그가 너무 애잔했더랬다. 불멸이 가져다주는 혜택이 많으니 그저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드라마였다. <나의 도깨비, 홍제>는 판타지 스릴러로 드라마와는 장르를 달리하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인간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도깨비 홍제는 도깨비의 수령이라고는 하나 오만방자하기가 이를 데 없다. 도깨비섬에서는 잔치가 벌어지고, 홍제는 무녀 비령의 제안으로 귀설과 내기를 하게 된다. 내기는 둘중 누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가였는데, 지는 쪽은 상대방의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것을 인간 세상에 나가 가져오기로 한다. 홍제는 바다에 나간 어부 남편을 기다리는 장님 여자의 이야기를 꺼내지만 자신을 빼닮은 아기가 태어나던 날의 이야기를 꺼낸 귀설에게 지고만다. 홍제는 책으로 변해버리고, 청소부의 허리춤에 매달려 도깨비 섬을 벗어난다.

 

현직 국회의원 최우필, 건축가 도영훈의 미스터리한 죽음은 기자인 하진의 관심을 끌고 이들의 사망 현장은 형 길유진의 죽음현장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하진은 납득할 수 없는 의혹으로 가득한 죽음들의 원인을 뒤쫓기 시작한다. 한편 오르의 방 안에서는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오고, 오르는 소리의 정체를 모른 채 불안에 떨게 된다. 소리는 서랍 속 책에서 들려오는데...

 

 

홍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수천 년의 세월동안 어쩌면 홍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기다려 왔던 것은 아닐까.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존재가 이토록 감동적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내가 찾아야 할 감동이 너라면 얼마나 좋을까?"

p.143 중에서.

 

 

현재의 시점에서는 여러 이야기들이 교차되어 나오다가 결국 얽히고 설킨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따로라 생각되었던 이야기가 온전히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장면은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 오르와 기문, 두 인물을 통해 순수와 탐욕이라는 인간이 가진 근원적 속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결말이 허무하게 끝나서 아쉬웠지만 읽는 동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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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무용지물 MYZM Vol.1 - 무용하고 아름다운 예술가 인터뷰집
비러프(be rough) 지음 / 비러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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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무용지물 편집부



<무용지물>은 무용하고 아름다운 예술가의 인터뷰집으로 자유를 찾은 여섯 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예술하고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고 있어 그런지 그들의 이야기가 낯설기도 했고 또 한편으론 '이렇게 사는 것도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코미디 잡지 <록셔리> 5호를 마지막으로 홀연히 사라진 현영석씨를 수소문한다. 그는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으며 '댄스 동자'라는 캐릭터로 블로그에 '댄스 동자 월드'를 만들고 싶단다. 비록 지금은 일에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아서 창작을 병행하고 있지 못하지만 언젠가 만들어질 그의 블로그가 궁금해진다.

# 패턴화,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그림을 천에 그리고 싶었다는 김로와씨는 태피스트리 작가다. 태피스트리는 천을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아무것도 없던 것에서 평면을 만들 수 있는게 매력적이라고 한다. 그녀는 갑상선 암도 겪었고, 선천적으로 히르슈슈푸룽병을 앓고 있지만 병으로 인해 순응하면서 살 것을 결심했단다. 이러한 경험들이 작품에 녹아있다.

#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제, 서울 생활을 하며 몸과 마음이 아팠던 그녀는 6년째 교외 생활을 하고 있다. 오래 묵혀 뒀던 감정이나 머리를 떠도는 생각들을 그림으로 그린다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어려품이 느끼면서도 밀어냈던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보다는, 스스로 존재하는 생명에서 연결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감동과 놀라움도 느껴요. 나무 한 그루도 잠시만 들여다보면 수많은 벌레들의 집터이자 도시고 투쟁의 공간이에요. 이끼들의 고향이기도 하고요. 생명의 향연이 곳곳에 펼쳐져 있어요. 나 또한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자 하나라는 걸 느끼게 되면서 점점 변하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의 이미지를 그리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연과 교감하는 기쁨을 전하고 싶어집니다.

P.63 중에서.

 

 

#'흐르다 맞닿은 이들'이라는 뜻으로 뭉친 창작 집단인 '표착인류', 학교 선후배였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는 이들은 추구하는 것을 하나의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면 본질적인 것에서부터 고민을 하고, 각자가 진심을 다해 움직이며 정말 하고 싶은 일에 에너지와 시간을 쏟는다. 이게 왜 필요하고, 하고 싶은지 계속해서 묻는데, 그렇다고 명쾌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작은 확신이 생겨 진심이 되기도 한다고.

#에세이 작가 윤성용, 평범한 직장인이며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최근에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성용 님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이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예술 콜렉티브 그룹 '불나방', 예술이라는 단어를 아예 제외하고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들은 예술을 하는, 그리고 보는 순간에 오고 가는 감정, 개인의 변화, 주의의 변화 등 예술에 관련된 모든 에너지를 신격화해서 쫓는 가상의 집단이라고 한다. '에너지를 포착한 순간'을 사진에 담는다고 한다.

#시인 김선오, 두 번째 시집의 목차 구성을 쓰고 있다는 그는 문학에서 가장 정직한 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한다.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예술인들의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은 듯 하면서도 평범한 이야기였다. 어떤 상황에서 그들과 느꼈던 감정이 비슷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괜스레 반갑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 '인터뷰집'이어서 재미있는 잡지 한 권을 읽은 느낌인데, 쉽게 다가오면서도 그들의 진솔함이 느껴져 매력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용할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그들을 보니 불평만 늘어놓고,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 하는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잠시, 예술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듯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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