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아의 신부 - 왕자 이언과 무녀 부용의 애절한 러브스토리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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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수광

오랫동안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고 수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역사의 지혜를 책으로 보여주는 저술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팩션형 역사서를 최초로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작가다. 특히 추리소설과 역사서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글쓰기와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대중 역사서를 창조해 왔다.

 

1893년 독일인인 하인리히는 동양에 대한 발레극을 쓰려는 계획을 세우고, 때마침 형 랜스돌프가 조선이라는 나라에 영사로 가게 되자 형을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배를 타고 한 달이 넘는 지루한 여행 끝에 도착한 조선 땅은 낯설지만 설레는 곳이었다. 한편, 조선의 왕자인 의연군 이언은 원래 계동궁에서 살았지만 여름이 되면 북한산의 한적한 초옥을 빌려 그곳에서 독서를 하곤 했다. 한여름 세차게 쏟아지는 폭우에 밥어미가 초옥으로 저녁을 지으러 오지 않았고, 시장기가 돌던 그는 밖으로 나갔다가 사방이 온통 물바다로 변한 것을 보고 몹시 놀란다. 그 때 이언은 물바다에서 누군가 풀을 움켜쥐고 필사적으로 기어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밖으로 기어나온 뒤에야 산발한 그것이 여인임을 알게 된다. 여인은 도와달라는 말과 함께 탈진하여 쓰러지고, 그는 죽어가는 이를 가만히 둘 수 없어 들쳐 업고 집으로 돌아와 정성껏 간호해준다. 정신을 차린 여인은 자신을 밥어미의 딸이며 장악원의 기생이라 했다. 상을 차리며 이틀 동안 이언의 시중을 들었는데, 이언은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했고, 그날로 부부가 되기로 약조한다.

 

 

살결은 희고 뺨은 복숭아 빛이다. 눈은 보석처럼 새카맣고 앵두처럼 붉은 입술은 봉긋했다. '이 세상 사람 같지 않구나.' 이언은 여자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했다. 댕기머리를 하고 있으니 머리를 올린 것도, 시집을 간 여자도 아니다.

"어미가 장악원 상기니 너 또한 기생이 아니냐?"

"그러하옵니다."

"장악원에 있지?"

"예."

"내가 너의 머리를 얹어줄 것이다. 어떠냐?"

여자가 놀란 듯 이언을 쳐다보았다. 머리를 얹어준다는 것은 왕자의 여자가 되라는 것이다.

p.47 중에서.

 

그렇게 부용은 이언의 여자가 되었고, 이언은 이를 민씨에게 고하기 위해 경복궁으로 갔다. 조선의 왕비 민씨는 일본을 견제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동학을 허락하자는 입장인 그녀는 동학을 반대하는 유림과도 대립하고 있었다. 민씨는 이언에게 훗날 부용과 혼례를 치뤄줄 것을 약속하며 당장은 일본의 침략을 막아야 하니 왕궁시위대에 들어가 군사훈련을 받으라고 한다.

 

부용은 덕어(독일어)와 영어, 일어에 능통했다. 부용의 어머니 오씨는 조선 왕실의 고문이었던 뭴렌도르프의 하인으로 통역을 했었기에 그의 집에서 2년을 지냈다. 부용은 총명하여 뭴렌도르프가 어릴 때부터 덕어를 가르쳤고, 영사관에 와서 독일인들과 지내면서 독일어를 더욱 잘하게 되었다. 그녀는 덕국 영사관에서 하인리히 레겔이라는 사람의 통역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국은 어수선했고, 청나라와 일본의 전쟁이 임박해온다. 1894년 7월22일 일본군은 왕궁을 침범했고, 순식간에 시위대의 무장을 해제하고 이언을 연금했다. 이언과 부용, 그들에겐 위기가 닥쳐오는데...

 

130여년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조선을 배경으로 한 발레극이 절찬리에 상영되었는데, 조선의 왕자와 평민 소녀의 목숨을 바친 사랑이야기라고 한다. <코레아의 신부>는 하인리히 레켈이 쓴 리브레토를 바탕으로 재창조한 작품으로 실제 공연된 작품이라는 소개만으로도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주인공과 동시대를 살았던 하이린히 레겔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그가 전하는 부영과 이언의 사랑 이야기는 제 3의 인물의 시선으로 회자되어서인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불안한 시대에 만나 사랑하게 된 이들이 가엾고, 안타까웠다. 책은 진한 러브스토리와 함께 우리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을만큼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 많이 언급되어 있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영과 부용의 이야기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지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19세기 우리나라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그것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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