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잡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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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해원

1984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관공서 브로셔와 여행 가이드북, 영화 시나리오, 만화 스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현재 마포구 연남동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슬픈열대』는 해원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시체 청소업체와 관련한 이야기라고 해서 '우리가 잘 몰랐던 직업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소설이지 않을까'라는 짐작을 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소설 속 '미래클리닝'은 이름만으로는 평범한 청소업체 같아 보이지만 살해현장의 시체들을 은밀하게 처리하는 불법 청소업체이다. 여주인공 연희는 대기업들을 비롯해 작은 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던 1998년 IMF 시절을 살고 있는 인물로, 갑자기 닥친 불행은 그녀와 그녀의 가족을 비켜 가지 않는다. 운영하던 공장 문을 닫고, 큰 빚을 진 채 줄 소송에 시달리던 연희의 아버지는 결국 나무에 목을 매단 채 발견되고, 여동생 홍은이는 낙원상사 건물 붕괴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사망한다. 또 어머니는 동생이 세상을 떠났을 때 부터 충격으로 정신을 놓아버리고, 요양원에서 머물게 된다.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연희는 사채업자가 주선한 일자리의 면접을 보러가고, 그곳에서 '미래 클리닝'의 실상을 알게 된다. '미래 클리닝'은 살인의 증거를 인멸하는 전문 업체로 이같은 업체는 전국 60개에 달했고, '협회'라 불리는 거대한 조직에 의해 관리되었다. 피비린내가 가득한 방 안을 청소한 후에 서러움이 밀려왔지만 당장 쓸 돈도 없었던 연희는 달리 방법이 없어 정식으로 인턴 청소부가 되기로 하고 김 여사, 김성수, 장교동과 함께 온갖 범죄 현장에서 잔혹하게 죽음을 맞이한 주검들과 마주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던 성수가 주검으로 발견되고,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연희는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데...

“사람이 죽으면 뭐가 될까요?”

교동이 비 내리는 골목길을 보며 입을 열었다.

“생활 쓰레기가 되죠. 그걸 치우는 게 우리 일이에요. 특수청소하고는 다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살인을 없던 일로 만드는 거예요. 시체는 치우고 현장에 남아 있는 모든 증거를 인멸하는 거죠.”

연희는 멍청하게 교동을 따라온 자신을 탓했다.

“연희 씨가 본 시체는 기술자였어요. 요샛말로 하면 킬러라고 할까. 저 녀석 칼질에 죽어 나간 사람이 한 트럭은 될 겁니다. 우리는 죽어도 싼 놈만 치워요. 여자, 어린애, 무고한 민간인 시체는 건들지 않고.”

양심적인 척해 봤자 범죄잖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P.25 중에서.

<굿잡>은 읽다보면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몰입도 높은 이야기로 금세 빠져들게 된다. 이쯤되면 자야하는데, 속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몇 번 외쳤는지. 결국엔 이틀도 채 안 되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더랬다. 보험사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자살, 방화, 살인... 실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본 것만 같아 마음 한 켠이 무거워져온다. IMF시대를 실제로 겪었기에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더 실감나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더구나 나약하고, 가진 것 없는 연희가 자기보다 더 약한 연남이를 끌어안는 모습에서는 묘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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