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시대 리토피아 소설선 4
방서현 지음 / 리토피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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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방서현

충남 논산에서 자라고 목원대학교 국어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오랫동안 글쓰기 수련과 깊은 사색을 해왔으며, 2022년 계간 리토피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현재, 무지개와 같은 글을 쓰고자 고향 놀뫼에 둥지를 틀고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좀비가 출연하는 책은 바짝 긴장도 되고, 또 그게 재미있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읽어왔다. 여느 책들처럼 '잔인하고, 무서운 좀비가 출연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들었는데, 이 책에서의 좀비는 그동안의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야기는 주인공 연우가 산 중턱에 있는 연수원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방문교사 신입 교육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수재교육 연수원은 이십대부터 오십대까지 동기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편이다. 연우는 대학 사학년 때부터 임용고시를 준비하지만 운은 따라주지 않았고, 바닥을 드러낸 재정 상태로 인해 학습지 회사에 지원하게 된다. 2지구 사무실에서 대학 때 알고 지냈던 수아를 우연히 만난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화가의 꿈을 가졌던 그녀는 아버지 사업체의 부도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학습지 교사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연우와 수아가 생각하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기에.

                            

 

지국장은 또 한 장에 서명을 요구한다. 그것은 산재대상포기신청서다. 방문교사는 자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근무 중에 어떤 사고가 나더라도 회사 측에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으려고 하는 꼼수다. 연우는 새삼 가진 자의 힘이 느껴진다. 가진 자의 오만과 독선이...... 연우는 울며겨자 먹기로 서명한다.

p.49 중에서.

 

입회하는 아이들이 실적이 되고, 곧 돈이 되는 자본주의 논리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현실은 냉정하기 그지 없다. 주객이 전도 되어버린 상황에서 그들은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만다. 사실, 연우의 삶은 나의 삶과 꽤 많이 닮아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던 간절한 꿈이 돈 앞에서 좌절되었던 경험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불쾌하고, 슬펐다. 세상의 수많은 연우와 수아가 혹독하고, 냉정한 현실 앞에서 오늘도 좌절하고 있을 것 같아 염려스럽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보다 나은 삶을 찾아야한다. 언젠가는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릴 것이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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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죽음 - 살아 숨 쉬는 현재를 위한 생각의 전환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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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헨리 마시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신경외과 의사이자 섬세한 문필가” 그를 두고 사람들은 이런 타이틀을 붙이곤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본 삶과 죽음, 그에 대한 깨달음을 써내려간 데뷔작 『참 괜찮은 죽음』 덕분이다. 이 책으로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여럿 수상하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다.

 

얼마 전, 지인이 아는 사람의 죽음에 관해 들었다. 넉넉한 환경 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사람이었는데 공사 현장을 지나가다가 머리 위로 떨어진 돌에 맞아 운명을 달리 했단다. 내 아이와 똑같은 나이의 아이들을 남겨놓고서. 내겐 한동안 잠을 제대로 못 이룰 만큼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고 떠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싶지만 너무도 갑작스러운 죽음이 허망하고, 덧없어 보였고, 남겨진 남편과 아이들이 걱정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렇게 예고없이 훌쩍 떠나야했던 이가 안타까워서 마음이 아팠다. 예전같았으면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흘려들었을텐데 하루하루 나이를 먹다보니 남의 일 같지만은 않은 어느새 나도 그런 나이이다.

 

죽는 건 누구나 죽으니, 가능하면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살다가 떠나고 싶은데. <참 괜찮은 죽음>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무척 궁금했다. 책은 신경외과 의사인 저자가 자신의 수술 성공담과 실패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가 만날 때 서로가 느끼는 인간적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썼단다.

 

나는 암 수술과 항암 치료를 하셨던 아버지로 인해 대학병원에 오랜 기간 머무른 적이 있는데, 그 때 만났던 의사들은 유독 쌀쌀맞았다. 환자의 입장 보다는 병원의 입장을 늘 우선으로 여겼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환자에게도 직설적으로 말했고, 차가웠다. 보호자의 입장에서 여러 번 상처를 받았는데, 나는 그 때 이후로 큰 병원에 가는 걸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수술도 운이 따라야 한다는 저자의 표현을 보고는 결국 의사도 나약한 사람에 불과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뇌 수술에서 신경외과 의사는, 적절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한다. 늘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서 의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들을 보다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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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膣)적으로 다른 슬기로운 마흔
민권식.윤수은 지음 / 포춘쿠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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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민권식

부산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로 남녀 성기능장애 분야 및 여성 비뇨기과 분야 담당하고 있다.

저자 윤수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퍼듀대학교 대학원 영어과에서 ESL Certificate Program을 이수했다. 건강의료 인터넷신문 코메디닷컴의 유튜브 영상채널 ‘코코볼’에서 민권식 인제대 의대 비뇨의학과 교수와 성상담 코너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질적으로 다른 슬기로운 마흔>은 제목만 보고, 불혹이 가까운 삼십 대 후반의 저자가 삶을 충만하게 보내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열어보고는 오판했음을 깨닫는다. 질적으로의 '질'은 여성의 생식기인 질을 의미한다. 앗, 분야가 완전히 달라졌다.

 

연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입맛이 뚝 떨어졌다. 예전 같지 않은 컨디션으로 축축 쳐져있는 나를 보면서 '나도 나이가 드는구나.'를 느끼는 순간이 부쩍 많아졌다. 중년의 삶으로 분주히 흘러가는 내 시간이 조금 아깝기도 하고, 또 겁이 나기도 하는데 '마음'은 이러한 변화를 짐작하고 있지만 몸은 어떤 변화들을 겪을지에 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질적으로 다른 슬기로운 마흔>은 1장 마흔, '나'를 돌아보는 시간, 2장 마음은 '슴살', 변하는 몸에도 관심을, 3장 내 잠자리 행복은 내가 챙긴다!, 4장 여전히 새로운 성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민권식, 윤수은 두 저자는 우리가 궁금할 법한 이야기들을 속시원하게 주고 받는데, 책은 이들의 대화를 기록한 형태로 쓰여 있다.

 

윤수은: 저는 나이가 들수록 말이 우선해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세월이 쌓여

몸이 친숙해지다 보면 '이런 건 말 안 해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잘못된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러다 어느새 서로 몸과 마음이 멀어지는 것 같아요. 이건 여성이나 남성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34 중에서.

 

몸을 체크하는 부분이나 부부 간 공감대 형성에 유익한 방법, 폐경에 관한 정보 등 생활 속에서 실제로 필요한 지식들을 알려주고 있어 무척 유용하다. 변하는 몸과 마음을 살뜰히 챙기고, 살펴야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본 중에 기본인데, 바쁜 생활에 치여 놓치고 있는 게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이면 진짜 불혹인데, 책을 통해 나한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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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 앤 올
카미유 드 안젤리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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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카미유 드 안젤리스

소설가. 뉴욕 대학교와 아일랜드 국립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소설을 쓰기 전 보조 편집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는 『순결한 마음Immaculate Heart』과 『내일의 소년The Boy from Tomorrow』 등이 있다. 『본즈 앤 올』은 2016년 미국 도서관 협회로부터 알렉스 상을 받은 바 있다.

 

'세상에는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띠지에 있는 글귀가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인데,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되는 순간, 조금 당혹스러웠다. 평범하지 않은 열 여섯 소녀 매런은 식인자이다. 말 그대로 사람을 먹는건데, 베이비시터였던 페니 윌슨을 시작으로 그녀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고, 엄마는 이 일이 있을 때마다 서둘러 짐을 챙겨 이사를 한다.

 

엄마가 떠났다. 해 뜨기도 전에 일어나 몇 안되는 물건을 챙겨서 차를 몰고 가버렸다. 엄마는 이제 날 사랑하지 않는다. 설사 날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해도 엄마를 비난할 수 없었다.

P.10 중에서.

 

매런의 식인 습성을 알면서도 묵인했던 엄마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녀를 떠난다. 매런은 엄마가 남겨놓은 출생증명서를 보고, 아빠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식인'이라는 은밀한 비밀을 제외하면 그녀는 평범한 여느 소녀와 다르지 않았고, 아빠를 찾는 먼 여정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오갈데 없는 그녀에게 먹을 것과 잘 곳을 선뜻 내어준 하먼 부인, 죽은 사람만 먹는다는 설리 아저씨, 월마트에서 만난 앤디, 매런과 같은 식인자인 리.

 

잠시 나는 설리가 은색 밧줄을 이미 있던 밧줄과 합쳐서 다시 땋아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다 땋으면 그걸 어쩌실 거예요?"

설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끝이 있다고 누가 그래?"

"하지만 끝나지 않을 거라면 대체 그걸 왜 하죠?"

"사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냐? 그저 계속 살아갈 뿐 거기에는 아무 이유도 없지."

P. 94 중에서.

 

리는 매런에게 아빠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둘은 그 때까지 함께하기로 한다. 매런은 리에게 동질감과 함께 묘한 설렘을 느끼지만 선뜻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혹은 그녀가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남자들의 결말은 한결같았기 때문이다. 매런이 던져진 세상은 험난하면서도 잔인하지만 동시에 연민과 사랑도 존재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매런의 삶 속에서 나는 또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식인'이라는 소재를 이렇게 풀어가는 걸 보니 독특하면서도 신기했다. 명쾌하지 않은 결말은 조금 아쉬웠지만 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곧 영화로 개봉된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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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고양이 2 - 살인나비의 습격 책 읽는 샤미 17
박미연 지음, 박냠 그림 / 이지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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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미연

늘 무언가 읽고, 보고, 상상하다 보니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오랫동안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로 일하며 실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으로 살았다. 뒤늦게 딸 또래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마음에 가닿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 ‘책 쓰는 작가’가 됐다.

 

 

<시간 고양이> 1권에 이어 2권의 출간 소식을 듣고,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내심 궁금했었다. 꽤나 기다려졌달까.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탄탄한 구성은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듯하다.

 

1권은 인수공통전염바이러스로 인해 지구의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다. 마지막 남은 고양이 은실이를 지키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녀 서림과 호세의 이야기를 다룬다. 2권에 나오는 2085년의 지구는 은실과 서림의 시간 여행으로 평화를 찾는 듯하지만 나비를 쫓던 은실이가 쓰러지면서 놀라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타임머신을 통해 미래에서 온 에너지원인 코스모나이트로 인해 유전자 변형의 문제가 생겨나고 그렇게 만들어진 살인 나비가 살아있는 것들의 생명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또 살인 나비를 없애기 위해 무분별하게 살포되는 살충제는 안전성을 입증받지 못한 채 뿌려지는데...... 살충제의 위험성을 알리다가 행방불명된 서림이의 엄마와 아빠, 서림의 든든한 지원군인 김씨 아저씨와 래아 이모, 호세를 꼭 닮은 모습으로 서림이 곁을 지키는 리호, 서림의 영원한 친구 은실. 이들과 서림은 자신에게 닥친 위험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지구를 구해낼 수 있을까?

 

2085년의 살충제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고 나는 매일매일 후회했어. 엄마 아빠를 찾는 일을 중간에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엄마의 연구를 도둑맞기 전에 살펴봤어야 했다고. 그래서 살인나비를 없애는 것보다 살충제를 막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세상에 밝혔어야 했다고 말이야.

P.81 중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층을 겨냥한 글인만큼 읽기 쉬운 편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바이러스,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동물생체실험, 우정과 사랑 등 우리가 어디에 무게를 두고, 어떤 것을 쫓으면서 살아야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아이와 여러 소재로 다양하게 이야기 나눴고, 읽는 동안 재미도 있어서 여러모로 유익한 'SF 환경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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