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즈 앤 올
카미유 드 안젤리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평점 :

저자 카미유 드 안젤리스
소설가. 뉴욕 대학교와 아일랜드 국립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소설을 쓰기 전 보조 편집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는 『순결한 마음Immaculate Heart』과 『내일의 소년The Boy from Tomorrow』 등이 있다. 『본즈 앤 올』은 2016년 미국 도서관 협회로부터 알렉스 상을 받은 바 있다.
'세상에는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띠지에 있는 글귀가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인데,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되는 순간, 조금 당혹스러웠다. 평범하지 않은 열 여섯 소녀 매런은 식인자이다. 말 그대로 사람을 먹는건데, 베이비시터였던 페니 윌슨을 시작으로 그녀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고, 엄마는 이 일이 있을 때마다 서둘러 짐을 챙겨 이사를 한다.
엄마가 떠났다. 해 뜨기도 전에 일어나 몇 안되는 물건을 챙겨서 차를 몰고 가버렸다. 엄마는 이제 날 사랑하지 않는다. 설사 날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해도 엄마를 비난할 수 없었다.
매런의 식인 습성을 알면서도 묵인했던 엄마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녀를 떠난다. 매런은 엄마가 남겨놓은 출생증명서를 보고, 아빠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식인'이라는 은밀한 비밀을 제외하면 그녀는 평범한 여느 소녀와 다르지 않았고, 아빠를 찾는 먼 여정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오갈데 없는 그녀에게 먹을 것과 잘 곳을 선뜻 내어준 하먼 부인, 죽은 사람만 먹는다는 설리 아저씨, 월마트에서 만난 앤디, 매런과 같은 식인자인 리.
잠시 나는 설리가 은색 밧줄을 이미 있던 밧줄과 합쳐서 다시 땋아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다 땋으면 그걸 어쩌실 거예요?"
설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끝이 있다고 누가 그래?"
"하지만 끝나지 않을 거라면 대체 그걸 왜 하죠?"
"사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냐? 그저 계속 살아갈 뿐 거기에는 아무 이유도 없지."
리는 매런에게 아빠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둘은 그 때까지 함께하기로 한다. 매런은 리에게 동질감과 함께 묘한 설렘을 느끼지만 선뜻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혹은 그녀가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남자들의 결말은 한결같았기 때문이다. 매런이 던져진 세상은 험난하면서도 잔인하지만 동시에 연민과 사랑도 존재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매런의 삶 속에서 나는 또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식인'이라는 소재를 이렇게 풀어가는 걸 보니 독특하면서도 신기했다. 명쾌하지 않은 결말은 조금 아쉬웠지만 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곧 영화로 개봉된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