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 - 수명을 먹는 나의 수호신 YA! 15
명소정 지음, 리페 그림 / 이지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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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의 출간 소식을 들으니 반가움이 앞선다. 전작은 반 배치고사에서 수석을 차지했던 임혜성의 얼굴을 하고 있는 괴물이 도서관에서 책을 먹어치우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는 세월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괴물은 자신이 이야기를 먹고 사는 '화괴'임을 밝히며 자신이 기억을 지우려 하는 사람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세월을 비롯한 친구들은 고민상담부를 결성한다. '기억을 먹는 괴물'과 '고민상담소'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목을 끌었던 이야기는 혜성과 세월이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성장 소설이자 학원판타지물이었다. 사실 1편은 나의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보게 되었는데, 2편은 어떤 이야기를 다룰지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던 것 같다.


창밖으로 몸을 내던져 죽고 싶었던 성단에게 수명을 먹는 괴물인 영면이 나타난다. 망설이던 성단에게 영면은 고통없이 죽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죽음동의서를 불쑥 내민다. 성단은 반신반의해가며 동의서의 사망 사유에 '내 삶은 아무런 가치도 없기 때문에'라고 쓰고, 영면은 죽어야 할 이유에 동의해 줄 증인에게 서명을 받아오라고 한다. 성단이는 자신의 죽음의 이유를 증명해 줄 증인을 찾을 수 있을까?


책은 민담이나 설화에 나올 법한 괴물들을 소재로 자살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함께 풀어가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먹는 괴물이라는 설정이 전작에 이어 한층 더 흥미를 불러 일으켰고,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한 몫 하는 듯 했다. 대학생인 저자의 사고와 가치가 녹아든 듯, 요즘 세대들이 하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이나 갈등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연애인이나 지인의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를 꽤 자주 들어온터라 문득 십대들이 죽음의 무게를 견뎌내고서라도 죽고 싶은 이유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단순히 흥미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가지는 문제들을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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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 - 췌장암을 꼭꼭 씹어 삼킨 작은별부부의 초긍정 희망 스토리
강애리자 지음 / 어른의시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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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저자는 췌장암 4기로 여명이 육 개월 남았다는 잔인한 선고를 받게된다. 암이란게 참 그렇다. 예고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훅하고 들이닥치니까.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던 날, 눈앞이 노래지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던 그 순간은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꽤나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때 느꼈던 감정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두렵고, 무섭다.

놀라고 슬펐겠지만 저자는 좌절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마음을 다잡고 남편을 살리기 위한 모든 걸 해보기 시작한다. 남편의 몸무게를 매일 재고, 혈압과 당 수치도 체크하고, 하루3000Kcal를 꼬박꼬박 챙겨 먹이고 혹시 몰라 비상약과 간식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책은 암과 사투를 벌이는 한 부부의 육백사십칠 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하던 시간을 함께했던 나는, 지난날이 떠올라서 책을 읽는게 조금 힘들었다.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대충 알았는데, 괜히 읽기 시작한 건 아닌지 여러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부부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더 많이 웃으려고 애썼으며 마흔세 차례나 되는 항암 끝에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기적같은 이야기라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따뜻한 우유 두 잔과 조그마한 빵 하나 시켜놓고 마침 저물어가는 석양을 아무 말도 안 하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냥 숨만 쉬고 있어도 좋습니다. '항암치료를 평생터럭 해도 내 옆에 살아만 있으면 좋다'던 아까 그 부부의 이야기처럼 그냥그냥 제 옆에 아프더라도 평생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마음이 저만의 욕심일까요?

p.140 중에서.



울고, 웃다가도 힘들어서 주저앉고 또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암환자의 이야기에 국한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삶도 같은 모습이 아니던가.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애틋하고, 따뜻한 부부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그들의 웃음이 오래도록 남을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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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이 있어도 나는 나!
셰인 헤거티 지음, 벤 맨틀 그림, 오현주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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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체에 시선이 머물렀다. 셰인 헤거티의 전작인 <우리는 조금씩 결함이 있어요>를 아이와 재미있게 읽었는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감 로봇이지만 질문과 마음을 가진 부트. 부트는 '장난감 로봇'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기로 한다. <결함이 있어도 나는나!>는 게리의 코가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트는 트위치 박사의 오락실에서 외면당하거나 버려진 로봇인 전자 개 푸치, 레드, 게리, 노트와 함께 지낸다. 이들은 노크가 고쳐놓은 버섯 모양의 낡은 회전 놀이기구를 타고 놀았고, 점점 빠르게 빙빙 돌아가던 놀이기구는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 빠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게리의 코가 떨어지고, 공은 회전하던 놀이기구 정중앙의 톱니바퀴 장치 속으로 쏙 들어가고 만다. 그리고 곧 으스러졌다. 망가지 코를 보고 게리는 크게 상심하고, 부트와 친구들은 게리의 코를 찾기 위해 로봇 검사소로 향한다. 검사소는 인간들이 사용할 새로운 상품을 시험하기 위해 테스트용 로봇에게 같은 동작은 수만 번 반복하게 하다가 로봇이 완전히 망가지면 결국 폐기해버리는 슬픈 장소였다. 부트는 그곳에서 오로지 앉았다 일어섰다 만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망가진 의자 테스트용 로봇 러스티를 만난다. 그리고 러스티 또한 자신과 같이 감정을 가진 로봇이라는 걸 알게 된다. 러스티가 안쓰러웠던 부트와 친구들은 그를 설득해 함께 탈출에 나서는데......


셰인 헤거티의 작품은 인간에게 이용당하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고장나 쓸모가 없어지면 버림 받는 로봇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로봇과 이 로봇 친구들이 함께 떠나는 모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어쩐지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감동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소모품으로 그치고 마는 로봇이 조금 마음 아프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 살아가는 부트의 모습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 의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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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이별 - 나를 지키면서 상처 준 사람과 안전하게 헤어지는 법 오렌지디 인생학교
인생학교 지음, 배경린 옮김, 알랭 드 보통 기획 / 오렌지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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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안전한 것이 있을까? <안전 이별>이라는 독특한 제목에 호기심이 일었던 책이다. 책은 이별 앞에서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릴 만한 24가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성숙하게 이별을 마주하는 방법을 독자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한다. 10년을 넘게 결혼 생활을 해오면서 연애나 이별에 대한 감정은 무뎌졌지만 인간으로서 이별을 마주하는 자세나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더구나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에디터로 참여해 기획한 인생학교 시리즈라고 하니 더욱 눈여겨 보게 된다.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 정의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어른이란 나를 생각해서 건네는 조언에 발끈하지 않는 사람이다. 제대로 된 어른은 쓴소리도 달게 받아들여 더 나은 삶을 위한 기회로 삼는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끝없이 성장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면이 건강한 사람은 인간은 모두 아픈 존재이며, 본인 역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은 변할 필요가 없다고 믿으며 그런 말을 꺼내는 사람을 비정상이라고 비난하는 자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변화가 시급하다.

p.13 중에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생각이나 관점을 꼭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읽으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또 남편과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되었는데...... 괜한 아집과 자존심 내세우기에 급급해서 상대방을 외면해버린 기억이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책에서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 건 자신의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 문제를 매우 적극적으로 회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변화에 거부감을 내비치는 데는 너무 나약하고 무력하게 겪어야 했던 어떤 고통스러운 순간이 떠오르거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문제를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인데, 아이가 감정적으로 인정받고, 의지하고 싶어서 부리는 투정에 나는 늘 단호하기만 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인정받고 싶어서 투정 부리던 어린 시절이 있었으나 엄격했던 부모님은 감정적으로 어루만져주기보단 늘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만 했다. 지금의 나도 엄격하기만 한 엄마일 때가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었지만 어린 나는 여전히 투정부리던 어린 시절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책은 주로 연인과의 이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읽다보니 나의 상황에 맞게 읽히고 해석된다. 이별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보다 성숙하게 대처하고, 제대로 이별 하는 것도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이라 여겨진다. <안전 이별>은 '이별'이라는 일상적 소재로 보다 심오하고, 깊은 고찰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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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강아지와 초콜릿 상자 샤미의 책놀이터 1
임지형 지음, 김완진 그림 / 이지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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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때, 엄마가 잠시 한 눈판 사이에 뜨거운 물 주전자를 만지다 오른 손등에 화상을 입게 된 주인공 지원. 수술을 세 번이나 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손등의 흉터는 여전히 징그러웠고, 그 탓에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한다. 흉터를 더럽다거나 징그럽다고 말하는 아이들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던 지원이는 자신의 손이 여전히 부끄럽기만하다. 죽어 버리고 싶을 만큼. 그러던 어느날, 학교 운동장에서 평소에 보던 강아지와는 다른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뒷발 대신 휠체어 모양의 바퀴를 달고 콩콩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는데, 가까이에서 제대로 보고 싶었던 지원이는 강아지를 뒤쫓아가지만 놓쳐버리고 만다.

학교 운동장에 졸업생이 기증한 트램펄린이 생기지만 놀림 당하는게 싫었던 지원이는 트램펄린은 타보지도 못한 채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한다. 자신만 불행하다는 생각에 모든 게 다 싫어졌을 때 지난번에 보았던 바퀴 달린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지원은 강아지를 뒤쫓고, 어느새 자신을 따라오라는 강아지의 말을 알아듣게 된다. 살고 싶어하는 지원의 마음이 간절히 원해서 왔다는 바퀴 달린 강아지는 지원이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간다. 그 날 이후로 강아지는 지원이를 매일 찾아왔고, 둘은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지원이는 달리는게 매번 힘들었지만 계속 참고 달리다 보니 마음속 아프고 슬픈 일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침 조회 시간, 자기 화분에 물을 주라는 선생님의 말에 지원이는 1교시 수업이 끝나자 마자 화분을 들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넉넉히 물을 준 화분을 들고 교실로 가서 원래 놓아두었던 자리에 올려놓았는데, 창가쪽에 앉은 성태가 물 흘린 사람이 누구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미술시간에 쓸 도화지가 젖었다는 말에 지원이 손을 내밀지만 성태는 지렁이 같은 손을 치우라고 하는데......

어둡고, 슬프기만했던 지원이에게 바퀴 달린 강아지 씬은 함께 달리며 희망과 용기를 준다. 지원이처럼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꽤 높은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팍팍한 현실에서도 나를 돌아보며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멈춰서서 숨도 돌리고, 한번 씩 쉬어가다 보면 삶에 여유를 찾게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지원이처럼 신체나 정신적 외상으로 인해 불행한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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