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면 (여름 리커버)
김지안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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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을 사람들이며 모든 가축들이 그칠줄 모르는 더위에 지쳐있는 모습으로 책은 시작한다. 마을의 김낭자, 이도령, 박도령은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하던 삼총사였는데 '절대로 녹지 않는 투명하고 시원한 신비로운 얼음'이라는 것이, 아홉마리의 호랑이들이 있다는'구범폭포'라는 곳에 있다는 서책을 발견하고, 이를 찾으러 산넘어 물건너 모험을 시작한다.
모험 중 위험에 처한 새끼 고양이(막내 호랑이)를 도와준 일을 계기로 호랭면도 얻어먹고 찾고있던 신비한 얼음도 잠시 선물로 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된 삼총사는 마을에 잔치를 벌려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얻어먹었던 시원한 냉면을 맛보게 해주며 더위를 물리치는 내용이다.

7월 중순에 시작하여 10일간격으로 있는 초복(初伏)·중복(中伏)·말복(末伏)의 삼복(三伏) 기간은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때이기도 하다. 너무 더워 식욕이 떨어지고 기력이 약해지는 것을 보충하기 위하여 삼계탕, 추어탕, 장어 등의 보양식을 먹는 기간이기도 하다. 복날에 가족들과 나눠먹는 음식들은 풍성한 건강과 행운을 상징하며 그렇게 구성원들에게 서로의 복을 빌어주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듯 복날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로 가족들이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연대감과 고마움, 중요함을 다시금 느끼며 관계를 돈독하게 다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이 책에서도 '복(伏)날의 음식'을 '복(福) 그릇'에 담아 '함께' 복받으며 '더위(라는 곤경)'를 극복해내려는 마음을 담으려는 듯 보인다.

고맙습니다. 호랑이님. 얼음 잘썼어요.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마지막 장면. 다시금 '선의'를 당연히 여기지 않고 고마움을 표현하며 되돌려주는 장면. 그림책과 청소년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키워드인 '호의의 연대'가 실현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선의와 호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 이 장면이 가장 좋았다.

뜨거운 한낮의 태양으로 지쳐있던 마을에 한바탕 호랭면을 선사하여 시원하고 선선한 여름 밤으로 만들어주고 유유히 돌아가는 호랑이들의 모습이 담긴 맨 앞장과 맨 뒷장은 완벽한 기승전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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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에게 에세이&
최지은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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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여서 다행이였었던 순간들에게

최지은 작가의 첫 산문집 『우리의 여름에게』가 출간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어린시절의 나를 들여다보는 일을 산문으로 풀어썼다고 한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린이'인 채로 남겨져 있는 습관이나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 한 구석에서 계속해서 어린이인채로 있는 그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건내며 손을 내밀어야 아이는 대답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내 안의 어떤 상처나 두려움을 갖고 숨어 있을 어린 아이에게 '너는 숨길 수 없는 나의 모든 이야기'가 되어 있다며 어루만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른'의 내가 돌아보건데 모든 어린 날들 곳곳에 숨어있던 '사랑'을 깨닫게 하여 아이에게서 사랑받기를. 어떤 경우에도 혼자가 아니였음을. 그리하여 어른의 나도 모든 것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우리는 누구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의 틈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나는 변해있고, 과거의 어린 내가 될 수 없기에 서로 달라진 모습은 그 틈을 만들어 버리고 만다. 그 틈은 오롯이 혼자 메꿔야 하는 부분임은 틀림없다. 다만 그럼에도 혼자의 영역을 지고 있는 혼자의 옆에 혼자로, 각각의 무게를 잃지 않으면서 존재하는 세계들도 분명히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없지만 '있었던'순간들을 들여다보는 그 멈춤은, 산책의 멈춤과도 같다. 산책은 멀리 나갈때보다 거리에 널려있는 반짝임들에 마음을 뺏기며 자주 멈출때가 더 즐겁기 때문이다. 그 멈춤은 과거로 차있던 마음의 방에서도 반짝거리는 작은 기쁨의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했고 그것들이 나를 지켜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 되어주기도 한다.
내 마음속에서 접착력을 가지고 있는 짧은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붙들어 매게 하는지도 모른다. 친밀하고 다정한 마음의 유대들은 그렇게 내 안에서 아이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터이다.

상실과 재회와 사랑의 굴레 속에서 서로를 지켜주며 '우리'가 '우리'여서 다행이였다고 우리에게 '있었던' 순간들을 기억하는책, 『우리의 여름에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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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들썩들썩 보건실의 하루
첼시 린 월리스 지음, 앨리슨 파렐 그림, 공경희 옮김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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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저 평험한 하루, 초등학교 보건실에서 일하는 피트리 선생님의 일과를 보건증 방문일지와 함께 둘러보는 날이다.

그저 배가고파서, 창피한 일이 있어서, 억울한 일이 있어서, 외로워서, 답답해서, 불안해서, 기운없어서, 그저 호기심으로 등 각각의 이유들로 학생들이 들락거리는 보건실은 하루종일 북적북적하다.

'저 기운이 없어요..'

'여기서 쉬었다가도 되나요?'

'선생님, 저 좀 봐주세요!'

라며 저마다 아픈 표정과 몸짓으로 보건실을 방문하는 모든 아이들의 말 뒤에는

'제 얘기좀 들어주세요'

'저한테 기운좀 주세요'

'힘내라고 말해주세요'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와 같은 마음의 처방을 바라는 진심이 숨어 있다.

피트리 선생님은 그 마음을 알기에 모두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진정시키고,

각자에 맞는 치료 방법을 찾아 보다듬어 준다.


배고픔은 간식으로, 가려움은과 더러움은 세척으로, 코피와 코막힘은 휴지로, 몸에 박힌 가시는 제거하고, 상처는 얼음찜질과 반창고로. 각자에 맞는 '처방'을 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러니 이제 괜찮을 거야'라는 '안심'의 말도 잊지 않는다.

한 장소에 모여있지만 저마다의 서로 다른 고통을 호소하며 괴로워하는 친구들.

그것이 외상이든 내상이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항상 '저마다'의 아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듯도 하다.

한 장소를 '공유'한다고 해서 같은 아픔이 될 수 없고 그것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다. 나의 괴로움이 우선이여서 타인을 돌보거나 살펴볼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이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건 끝무렵의 이야기이지만, 내가 받은 선의와 도움의 경험은 타인에게 또다시 타인에게 돌아간다. 우리는 이것을 '호의의 연대'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지만 아픔은 같을 순 없을테고 '공유'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내가 아파했던 만큼 타인도 아프겠지라는 '공감'은 불러일으 킬 수 있다. 나의 괴로움으로부터 타인의 도움을 갈망했기에 지금 저사람'도' 누군가의 도움을 갈망하겠구나 라는 마음만큼은 감히 '이해'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선생님, 심장이 아플때는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가슴이 아파서 아무래도 심장에 반창고를 붙여야 겠어요."


" '언제나 너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늘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돼"

모두에게 필요했던건 구멍난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반창고였다. 호호 불면서 꼭 맞는 반창고를 붙여주며 모두를 돌보고 치료해주는 피트리 선생님.


왁자지껄했던 하루를 마치고 치료를 해주던 선생님에게도 하루의 끝은 온다.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는 오늘 찾아온 친구들이 같은 이유로 또 찾아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오늘 아픔에 대한 대안책과 예방법들이 나열되어 있다.

감기 조심하기, 머릿니 제거하는 법, 건강한 간식먹기와 깨끗한 치아 유지하기 등.

같은 이유로 상처를 받는다면 또 다시 치료해주겠지만,

이제부터는 본인의 몫이다. 다시, 다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처음 하루를 시작하며 문을 열었던것 처럼, 하루를 마치며 문을 닫는 보건실.


그리고 보건실에도 붙여있는 사진 속에서처럼 집으로 돌아가면, 언제나 피트리 선생님을 사랑하는 반려견 친구가 달려와 반겨주는 모습으로 길고 고단했던 하루를 금새 치료 받는다. 행복한 듯 서로를 포근하게 껴 앉은 모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힐링'이자 '충전'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우리 모두 보살핌이 필요해요"라는 말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피트리 선생님과 함께 책은 마무리된다. 마치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마무리 되고 있나요를 묻고 있는것 같다. 당신에게 반창고가 되고 온기가 되는 장면을 같이 떠올려 보라고 묻고 있는것 같다.

와글와글, 들썩들썩, 그리고 토닥토닥.

보살핌이 필요한 모두에게 믿음직스럽고 다정한 반창고가 되어주는 유쾌하고 따뜻한 책, 『와글와글 들썩들썩 보건실의 하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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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홍나리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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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예요. 우리 아빠는 걷지 못해요" 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휠체어에 탄 자상한 아빠의 "미안해"의 연속이다.

봄 바람을 타며 자전거를 '같이' 못타서,

여름 바다에서 신나게 '같이' 헤엄치고 놀 수 없어서,

가을 소풍에서 '같이' 축구 할 수 없어서,

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같이' 못타서,

그래서 "미안해."

해 주지 '못'하는게 아니라 해 줄 수 '없'어서 미안하고 안타깝기만 한 아빠.

하지만 아이는 '미안해 하지 말아요 아빠, 전 괜찮아요'라고 고개를 저으며 빙긋 웃는다.

괜찮아요 아빠, 다른 아이들이 아빠랑 어디갔어, 뭘 했어 라고 자랑할 때마다 나는 말해요. 우리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걸 정말 많이 알고 있다'고요.

자전거를 타며 봄풍경을 지나치는 것보다 아빠와 지긋이보는 꽃 구경이 더 좋구요,

여름바다에서의 수영보다 느긋한 모래성 만들기가 더 좋구요,

가을 소풍의 운동보다 아빠의 조용한 음악연주가 더 좋구요,

겨울 호수의 얼음판 위를 누비는 것 보다 천천히 즐기는 얼음낚시가 더 좋아요,

나를 위해서 정원사가, 음악가가, 요리사가, 화가가 되어주는 아빠가 좋아요.

나는 '매일매일' 아빠와 '함께'여서 행복해요.

아빠의 '미안함'은 함께 뛰어 놀지는 못하는 것만이였다. '같이' 못해줘서 미안해, 라고 했지만, 늘 '같이' 있어주었던 것이다.

오히려 늘 앉아 있는 아빠였기에 아이와 눈높이를 더 쉽게, 더 오래 맞추며 항상 곁에서 함께 해왔던 것이다.

그 점을 아이 또한 잘 알고 있다.


모든 그림을 다시 살펴보면, 두 사람은 한시도 빠지지 않고 눈을 마주보며 웃고 있다. 이점은 매우 중요하다.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같은 행동과 장소에 대한 공유가 아니라 같은 시선을 마주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내가 늘 곁에 있어, 라는 시선이 주는 포근함과 안정감은 '같이'의 가치를 더한다.


'내가 휠체어를 타고 다녀서 불편하지 않아?' 라는 말에 '아니야 오히려 더 편한 길로만 가게 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는 걸' 이라고 말해주던 박위와 송지은이 떠오르기도 했고,

'아빠가 다른 아빠랑 달라서 미안해'라는 말에 '괜찮아 아빠 미안해 하지마 난 운이 좋아. 다른 아빠들은 아이와 함께 이렇게 공원에 안 와'라고 말해주던 아이앰쌤의 루시가 떠오르기도 했다.


서로의 삶의 방식과 모습은 다르지만, 그만큼 행복을 알아차리는 시선도 다르다는 것을.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을, 되려 '받은 것들'을 알아차려주며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이 다정함을.

최선을 다해도 늘 부족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을 늘 해주려 하는 그 일관성을, 불편함을 이겨내는 그 인내심을.

중요한 것은, 그리고 필요한 것은 사랑뿐이라는 것을


그런 소중함들을 알게 해주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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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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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머리를 한 당돌한 표정도, 마지막 "나는 쇠도 깎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라는 대사도, 몇년전 이태원 클라스의 새로이와 그 OST였던 돌덩이가 생각나게 한다. "난 말야 똑똑히 봐 깎일수록 깨질수록 더욱 세지고 강해지는 돌덩이"

이 책은 [금강복국]집 손자 두현이의 이야기이다. 부모님과 관련된 과거사에 다른이들은 '청산가리'라고 부르지만, 두현 스스로는 '복어'라고 칭한다. 학교가 동물의 왕국이라면 자신은 복어일거라고. 겉보기엔 온순해 보이지만, 입안에 강력한 이빨과 내장엔 치명적 독을 품고 있는게 마음에 들어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밖에서 무슨일을 겪게되든, 늘 뜨끈한 복국을 내여주시며 맞이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든든했기 때문이다.

'괜찮은거 맞아?'라는 말에 괜찮지 않아도 '지난 일이야'라고 대답하며 다 덮고 멀쩡한척 하는게 탈출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관련된 과거는 독이되어 마음에 퍼져있다. 진로와 관련된 미래는 불안이 되어 흔들리게 한다.

빨리 돈을 벌어 집안에 보탬이 되고 싶었던 두현은 기계공고에서 쇠를 깎는 밀링을 배워나가고 있었지만, 돈과 학벌로 밀어붙이는 세상에서 특성화고 아이들에 대한 처우는 가혹하기만 하다. 일찌감치 학교에서는 '세상은 호락호락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것, '곳곳에 싸울 거리가 넘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우쳐주려 한다. 외면한채로 지나가려했던 풀리지 않던 과거 문제들은 결국 현실로 계속 다가오며 수면위로 떠오른다. 그제야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비극적인 과거라도 더이상 외면하지 않고 마주해야 함을 깨닫는다. 진실과 내면에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은 억누르기만 했던 자신의 '감정'을 달래주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고, '조건' 이 아닌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는 사람이 되어 상처를 봉합하는 일에 더 힘을 쏟게 된다는 것이다. 깨졌던 마음이 가다듬어 지며 뜨거운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두현은 그 마음을 '투지'라고 부르기로 했다. 하고싶고 되고 싶고 먹고 싶다는 모든 욕심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는 것을 알게된다.

어디서 무엇을 하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복국 먹자, 복국은 복스러워서 복국이야.'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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