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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들썩들썩 보건실의 하루
첼시 린 월리스 지음, 앨리슨 파렐 그림, 공경희 옮김 / 창비 / 2024년 5월
평점 :
오늘은 그저 평험한 하루, 초등학교 보건실에서 일하는 피트리 선생님의 일과를 보건증 방문일지와 함께 둘러보는 날이다.
그저 배가고파서, 창피한 일이 있어서, 억울한 일이 있어서, 외로워서, 답답해서, 불안해서, 기운없어서, 그저 호기심으로 등 각각의 이유들로 학생들이 들락거리는 보건실은 하루종일 북적북적하다.
'저 기운이 없어요..'
'여기서 쉬었다가도 되나요?'
'선생님, 저 좀 봐주세요!'
라며 저마다 아픈 표정과 몸짓으로 보건실을 방문하는 모든 아이들의 말 뒤에는
'제 얘기좀 들어주세요'
'저한테 기운좀 주세요'
'힘내라고 말해주세요'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와 같은 마음의 처방을 바라는 진심이 숨어 있다.
피트리 선생님은 그 마음을 알기에 모두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진정시키고,
각자에 맞는 치료 방법을 찾아 보다듬어 준다.
배고픔은 간식으로, 가려움은과 더러움은 세척으로, 코피와 코막힘은 휴지로, 몸에 박힌 가시는 제거하고, 상처는 얼음찜질과 반창고로. 각자에 맞는 '처방'을 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러니 이제 괜찮을 거야'라는 '안심'의 말도 잊지 않는다.
한 장소에 모여있지만 저마다의 서로 다른 고통을 호소하며 괴로워하는 친구들.
그것이 외상이든 내상이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항상 '저마다'의 아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듯도 하다.
한 장소를 '공유'한다고 해서 같은 아픔이 될 수 없고 그것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다. 나의 괴로움이 우선이여서 타인을 돌보거나 살펴볼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이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건 끝무렵의 이야기이지만, 내가 받은 선의와 도움의 경험은 타인에게 또다시 타인에게 돌아간다. 우리는 이것을 '호의의 연대'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지만 아픔은 같을 순 없을테고 '공유'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내가 아파했던 만큼 타인도 아프겠지라는 '공감'은 불러일으 킬 수 있다. 나의 괴로움으로부터 타인의 도움을 갈망했기에 지금 저사람'도' 누군가의 도움을 갈망하겠구나 라는 마음만큼은 감히 '이해'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선생님, 심장이 아플때는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가슴이 아파서 아무래도 심장에 반창고를 붙여야 겠어요."
" '언제나 너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늘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돼"
모두에게 필요했던건 구멍난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반창고였다. 호호 불면서 꼭 맞는 반창고를 붙여주며 모두를 돌보고 치료해주는 피트리 선생님.
왁자지껄했던 하루를 마치고 치료를 해주던 선생님에게도 하루의 끝은 온다.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는 오늘 찾아온 친구들이 같은 이유로 또 찾아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오늘 아픔에 대한 대안책과 예방법들이 나열되어 있다.
감기 조심하기, 머릿니 제거하는 법, 건강한 간식먹기와 깨끗한 치아 유지하기 등.
같은 이유로 상처를 받는다면 또 다시 치료해주겠지만,
이제부터는 본인의 몫이다. 다시, 다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처음 하루를 시작하며 문을 열었던것 처럼, 하루를 마치며 문을 닫는 보건실.
그리고 보건실에도 붙여있는 사진 속에서처럼 집으로 돌아가면, 언제나 피트리 선생님을 사랑하는 반려견 친구가 달려와 반겨주는 모습으로 길고 고단했던 하루를 금새 치료 받는다. 행복한 듯 서로를 포근하게 껴 앉은 모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힐링'이자 '충전'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우리 모두 보살핌이 필요해요"라는 말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피트리 선생님과 함께 책은 마무리된다. 마치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마무리 되고 있나요를 묻고 있는것 같다. 당신에게 반창고가 되고 온기가 되는 장면을 같이 떠올려 보라고 묻고 있는것 같다.
와글와글, 들썩들썩, 그리고 토닥토닥.
보살핌이 필요한 모두에게 믿음직스럽고 다정한 반창고가 되어주는 유쾌하고 따뜻한 책, 『와글와글 들썩들썩 보건실의 하루』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