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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에게 ㅣ 에세이&
최지은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우리가 우리여서 다행이였었던 순간들에게
최지은 작가의 첫 산문집 『우리의 여름에게』가 출간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어린시절의 나를 들여다보는 일을 산문으로 풀어썼다고 한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린이'인 채로 남겨져 있는 습관이나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 한 구석에서 계속해서 어린이인채로 있는 그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건내며 손을 내밀어야 아이는 대답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내 안의 어떤 상처나 두려움을 갖고 숨어 있을 어린 아이에게 '너는 숨길 수 없는 나의 모든 이야기'가 되어 있다며 어루만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른'의 내가 돌아보건데 모든 어린 날들 곳곳에 숨어있던 '사랑'을 깨닫게 하여 아이에게서 사랑받기를. 어떤 경우에도 혼자가 아니였음을. 그리하여 어른의 나도 모든 것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우리는 누구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의 틈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나는 변해있고, 과거의 어린 내가 될 수 없기에 서로 달라진 모습은 그 틈을 만들어 버리고 만다. 그 틈은 오롯이 혼자 메꿔야 하는 부분임은 틀림없다. 다만 그럼에도 혼자의 영역을 지고 있는 혼자의 옆에 혼자로, 각각의 무게를 잃지 않으면서 존재하는 세계들도 분명히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없지만 '있었던'순간들을 들여다보는 그 멈춤은, 산책의 멈춤과도 같다. 산책은 멀리 나갈때보다 거리에 널려있는 반짝임들에 마음을 뺏기며 자주 멈출때가 더 즐겁기 때문이다. 그 멈춤은 과거로 차있던 마음의 방에서도 반짝거리는 작은 기쁨의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했고 그것들이 나를 지켜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 되어주기도 한다.
내 마음속에서 접착력을 가지고 있는 짧은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붙들어 매게 하는지도 모른다. 친밀하고 다정한 마음의 유대들은 그렇게 내 안에서 아이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터이다.
상실과 재회와 사랑의 굴레 속에서 서로를 지켜주며 '우리'가 '우리'여서 다행이였다고 우리에게 '있었던' 순간들을 기억하는책, 『우리의 여름에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