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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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머리를 한 당돌한 표정도, 마지막 "나는 쇠도 깎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라는 대사도, 몇년전 이태원 클라스의 새로이와 그 OST였던 돌덩이가 생각나게 한다. "난 말야 똑똑히 봐 깎일수록 깨질수록 더욱 세지고 강해지는 돌덩이"

이 책은 [금강복국]집 손자 두현이의 이야기이다. 부모님과 관련된 과거사에 다른이들은 '청산가리'라고 부르지만, 두현 스스로는 '복어'라고 칭한다. 학교가 동물의 왕국이라면 자신은 복어일거라고. 겉보기엔 온순해 보이지만, 입안에 강력한 이빨과 내장엔 치명적 독을 품고 있는게 마음에 들어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밖에서 무슨일을 겪게되든, 늘 뜨끈한 복국을 내여주시며 맞이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든든했기 때문이다.

'괜찮은거 맞아?'라는 말에 괜찮지 않아도 '지난 일이야'라고 대답하며 다 덮고 멀쩡한척 하는게 탈출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관련된 과거는 독이되어 마음에 퍼져있다. 진로와 관련된 미래는 불안이 되어 흔들리게 한다.

빨리 돈을 벌어 집안에 보탬이 되고 싶었던 두현은 기계공고에서 쇠를 깎는 밀링을 배워나가고 있었지만, 돈과 학벌로 밀어붙이는 세상에서 특성화고 아이들에 대한 처우는 가혹하기만 하다. 일찌감치 학교에서는 '세상은 호락호락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것, '곳곳에 싸울 거리가 넘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우쳐주려 한다. 외면한채로 지나가려했던 풀리지 않던 과거 문제들은 결국 현실로 계속 다가오며 수면위로 떠오른다. 그제야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비극적인 과거라도 더이상 외면하지 않고 마주해야 함을 깨닫는다. 진실과 내면에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은 억누르기만 했던 자신의 '감정'을 달래주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고, '조건' 이 아닌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는 사람이 되어 상처를 봉합하는 일에 더 힘을 쏟게 된다는 것이다. 깨졌던 마음이 가다듬어 지며 뜨거운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두현은 그 마음을 '투지'라고 부르기로 했다. 하고싶고 되고 싶고 먹고 싶다는 모든 욕심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는 것을 알게된다.

어디서 무엇을 하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복국 먹자, 복국은 복스러워서 복국이야.'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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