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홍나리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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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예요. 우리 아빠는 걷지 못해요" 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휠체어에 탄 자상한 아빠의 "미안해"의 연속이다.

봄 바람을 타며 자전거를 '같이' 못타서,

여름 바다에서 신나게 '같이' 헤엄치고 놀 수 없어서,

가을 소풍에서 '같이' 축구 할 수 없어서,

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같이' 못타서,

그래서 "미안해."

해 주지 '못'하는게 아니라 해 줄 수 '없'어서 미안하고 안타깝기만 한 아빠.

하지만 아이는 '미안해 하지 말아요 아빠, 전 괜찮아요'라고 고개를 저으며 빙긋 웃는다.

괜찮아요 아빠, 다른 아이들이 아빠랑 어디갔어, 뭘 했어 라고 자랑할 때마다 나는 말해요. 우리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걸 정말 많이 알고 있다'고요.

자전거를 타며 봄풍경을 지나치는 것보다 아빠와 지긋이보는 꽃 구경이 더 좋구요,

여름바다에서의 수영보다 느긋한 모래성 만들기가 더 좋구요,

가을 소풍의 운동보다 아빠의 조용한 음악연주가 더 좋구요,

겨울 호수의 얼음판 위를 누비는 것 보다 천천히 즐기는 얼음낚시가 더 좋아요,

나를 위해서 정원사가, 음악가가, 요리사가, 화가가 되어주는 아빠가 좋아요.

나는 '매일매일' 아빠와 '함께'여서 행복해요.

아빠의 '미안함'은 함께 뛰어 놀지는 못하는 것만이였다. '같이' 못해줘서 미안해, 라고 했지만, 늘 '같이' 있어주었던 것이다.

오히려 늘 앉아 있는 아빠였기에 아이와 눈높이를 더 쉽게, 더 오래 맞추며 항상 곁에서 함께 해왔던 것이다.

그 점을 아이 또한 잘 알고 있다.


모든 그림을 다시 살펴보면, 두 사람은 한시도 빠지지 않고 눈을 마주보며 웃고 있다. 이점은 매우 중요하다.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같은 행동과 장소에 대한 공유가 아니라 같은 시선을 마주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내가 늘 곁에 있어, 라는 시선이 주는 포근함과 안정감은 '같이'의 가치를 더한다.


'내가 휠체어를 타고 다녀서 불편하지 않아?' 라는 말에 '아니야 오히려 더 편한 길로만 가게 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는 걸' 이라고 말해주던 박위와 송지은이 떠오르기도 했고,

'아빠가 다른 아빠랑 달라서 미안해'라는 말에 '괜찮아 아빠 미안해 하지마 난 운이 좋아. 다른 아빠들은 아이와 함께 이렇게 공원에 안 와'라고 말해주던 아이앰쌤의 루시가 떠오르기도 했다.


서로의 삶의 방식과 모습은 다르지만, 그만큼 행복을 알아차리는 시선도 다르다는 것을.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을, 되려 '받은 것들'을 알아차려주며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이 다정함을.

최선을 다해도 늘 부족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을 늘 해주려 하는 그 일관성을, 불편함을 이겨내는 그 인내심을.

중요한 것은, 그리고 필요한 것은 사랑뿐이라는 것을


그런 소중함들을 알게 해주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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