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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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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그 고양이는 밤처럼 검어서, 해가 지면 밤과 분간할 수 없을것 같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고양이는 '샛별(루시퍼, 빛을 발하는자)'이라는 뜻을 지닌 '헬렐 벤 샤하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고양이는 중학교 2학년 정인이 앞에 나타나 3400년 동안 일하다 268년의 휴가를 보내고 있는 '악의'없는 '악마'라고 소개했다.

현정인, 빛날 정(炡)에 사람 인(人)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 중학교 남학생은 제주도로 가는 수학여행 가정통신문을 받고 들뜨기 보다는 354,260원이라는 돈을 보며 계산을 먼저 해야 한다.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주 3회 일하는 햄버거 가게 알바에서 최저 시급 9,160원을 받으면서 얼마동안 일해야 하고, 킬로그램당 150원을 받는 폐휴지를 얼마나 수거해야 하는지를 계산하며 수학여행을 갈 수 없는 자신의 형편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우연히 고양이를 마주친 정인이는 아르바이트장소에서 또 만난 고양이에게 따뜻한 패티를 데워주었고, 고양이는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집까지 쫓아와 대뜸 자신을 악마라고 소개한다.


만약에, 그 한마디면 신세계를 맛볼 수 있단다.

악마는 인간의 욕망과 거래를 하기 마련이다.

악마는 정인에게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고 계속해서 유혹한다.

그리고 뭐든 '만약에'라는 한마디로 바라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악마와 정인의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생각이 났다.

타임리프(시간을 이동하는 일)라는 엄청난 능력을 손에 넣은 마코토가 시간을 돌리는 이유들은 하나같이 하찮다.

아침에 마음 놓고 늦잠을 자다가 시간을 돌려 지각을 면하거나, 노래방 시간이 다 되었을때 시간을 돌려 마음껏 노래를 부르거나, 동생이 먹어버린 푸딩을 다시 먹기 전으로 돌아가 꺼내 먹는다던가, 먹고싶은 음식이나 놓친 드라마를 다시보는데 쓰는 등 하나같이 소소한 일에 쓰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마찬가지로 악마의 큰 유혹에도 이 중학생 소년 정인은 '바퀴벌레가 한줄로 옆집으로 이사를 가는 일'이라던가 '와이파이가 더 잘터지는 일' 등으로 악마의 능력을 확인하는데 쓰는게 고작이었다.

"넌 하고 싶은게 없나? 소원이라든가, 꿈이라든가. 상상은 할 수 있잖아. '만약에'"

악마의 계속되는 요구에도 정인은 별다른 바람이나 소원을 이야기 해주지 않는 정인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아저씨가 이해하세요. 소원도 뭘 알아야 빌죠.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 태워서 끽해야 난로랑 칠면조밖에 못 본거랑 똑같아요.


정인이 하고싶은것은 구체적인 소원과 바람이 아니었다.

'선택',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고르는 것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은 온전한 가족도 선택하지 못했고, 가난도 선택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학교에서 수학여행 가정통신문을 나눠줬을대도 '제주도'가 뭐냐 차라리 '어디'가지 숙소가 이게 뭐냐 '어디'가는게 낫지 하면서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친구들과 달리 수학여행 자체를 가느냐 마느냐 하고 선택할 수 있는 상황도 못되었던 것이다.

이것과 저것들 사이에서 고르는게 아니라 그 길밖에 없었던 삶.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삶만을 살아왔던 터라 바람이나 소원은 가당치도 않았다.


'뭘 좋아해?' '뭘 원해?' '하고 싶은거, 갖고 싶은거, 먹고싶은거 없어?' 라고 끊임없이 물어보며 계속해서 욕망을 바라는 악마에게, 정인의 대답은 계속 미뤄지기만 했다. 정인이 학교 아지트에서 텃밭을 함께 가꾸며 친해지게된 비밀 친구 재아에게 마음이 있는 것을 알고 그 마음을 건들여도 보았지만 '어차피 이뤄지지 않을텐데요' '바보같아요' 라는 현실적인 정인에게 '만약에'라고 상상해 보라는 악마의 말은 미덥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인은 자신의 want와 need를 물어봐 주는 악마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물어봐 준건 고마워요. 누가 나한테 '~하고싶지?'라고 물어봐 준 거 처음이거든요. 내가 뭘 고르고 '선택'할 수 있다는거, 그거 진짜 좋네요.

신은 명령하지만 악마는 시험에 들게 하지. 선택은 인간이 하는거야.

악마는 민주적이구나'라며 정인은 웃었지만, 그게 악의 무서운 점이라는 것을 악마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복지관에서 후원을 받는 문제로 담당 복지사와 대화를 나누던 정인을 보면 정인의 '선택'에 대한 다른 관점에서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살아야 하니까 그냥 이렇게 사는거예요.

노닥거릴 여유가 있으면 저도 애들이랑 몰려다녔을거고,

돈만 있으면 저도 에어맥스 구겨신었을거예요.

청소년 요금제만 아니었으면 밤새 게임이나 하고...!


'소원도 뭘 알아야 빌죠'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고르는 '선택' 을 해보고 싶어요'

'살아야 하니까 이렇게 산다'

정인의 속마음들은 다 이렇게 안쓰럽기만 하다.

늘 할머니의 말씀대로 '불평하면 사는게 지옥'이 되니 불편하게 살지 않아야 하며,

'상상도 지나치면 병'이기에 '기대'거나 '상상'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꽃을 모두 피워줄게.

네잎 클로버로 부족해? 그렇다면 다섯잎, 여섯잎, 일곱잎, 아니 만개의 잎을 가진 클로버를 네게 줄게.


악마의 그 어떤 유혹에도 '바람'의 '만약에'를 외쳐본적 없는 정인은,

자신으로 인해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후회'의 '만약에'를 나열한다.

'만약에 ~하지 않았더라면' 으로 줄줄이 나열되는 후회의 말들을 뱉을 수록 공기중에 가득차며 오히려 그 상상들은 더 먼곳으로 멀어지는것만 같았다.

만약에.. 그 다음은 어떡하지?

정인은 악마의 손에 이끌려 상상 속의 '만약에' 세계를 체험해 보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난 잃어버리기 싫어. 내 마음대로 안풀린다고 걷어차버리고 싶지도 않아.

기억도, 삶도, 세상도.

정인이는 매혹적이고 황홀하며 현실을 잠시 잊게해줄 만약에의 '가짜' 삶이 아니라, 지금까지 그래왔듯 자신의 삶을 오롯이 책임지면서 사는 '진짜' 삶을 택한다.

방법이 있을거예요.

살아가면서 굳은 살이 생길거예요.


아니요 필요 없어요.

나중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현재도 나한테 풀기 어려운 문제인데요 뭐.

내 삶으로 돌아갈래요.

할머니가 그랬거든요, 불평하면 지옥이된다고.

만가지 가능성을 하나하나 따지면서 살 수는 없어요.

하지만 또어떻게 하나도 안따지고 살겠어요.

만의 하나, 그리고 그것때문에 놓친 구천구백구십구개의 가능성 사이에서 내 식대로 방법을 찾아볼게요.


소년 정인은 현실의 삶에 충실히 '책임'지며 살기로 했다.

한바퀴 돌아 제자리일지라도, 그것은 홈런을 때리고 한바퀴 돌아 1점을 따낸, 그러니까 '뭔가' 달라진 인생이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라고.

정인은 한걸음 내디뎠다. 또 한걸음. 다시 한 걸음.

정인의 발이 닿는 곳이 곧 길이었다.

악마와의 계약은 끝내 성립되지 못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마코토가 시간을 다룰줄 알면서도 시간을 사용했던건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서였다. <클로버>의 정인이도 '난 다 들어줄 수 있어'라는 악마의 유혹에 기껏해야 현재의 '불편함'을 조금 해소할만한 바퀴벌레잡기와 와이파이 세칸정도로도 만족해했다. 과한 숙제도, 원치않던 언어능력도 손사레를 쳤다.

한줄평에 썼던것 처럼 그 '만약에'라는 상상은 바람도 가지고 있지만 후회의 형태를 가질 경우가 더 많다.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할 수 없어도 후회,할 수 있어도 후회.

중학생인 소년도 바람과 후회가 섞인 '만약에'라는 말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고 진짜 삶에 책임지며 오롯이 걸어가는데, 성인인 나는 그렇게 하고 있나 계속해서 돌아보게된다.

'잘못했다고 말해야지. 변상해야지.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을 한번 더 보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연락하고, 도와주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정인이가 상상에서 벗어나 현실과 마주하면서 자신이 해야할일들을 차분히 정리하며 인생의 주인으로서 책임지며 한걸음씩 떼는 장면이 눈부시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가상 캐스팅 3인.

헬렐(고양이)은 배우 이도현, 그리고 정인은 아역배우 최현진(고양이 상으로 캐미가 맞을듯 하다), 그리고 정인의 친구 재아는 아역배우 김민서(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다)


해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똑같이 비추고,

비는 의로운 사람과 불의한 사람 모두에게 내린다.

마태복음 5장 45절을 변형하여 인용한 책의 내용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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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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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페퍼민트(peppermint)차를 내리면 풀향이 집안에 감돌았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진정된다고 엄마가 좋아하는 차였다.

'미각'을 깨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엄마를 위해 내리던 차였고,

같은 간병인으로부터 건내받아 잠깐의 '위로'와 '휴식'을 가져다 준 차였으며,

박하 향이 섬세하게 빚어낸 평온한 공간 속에서 '용서'의 말을 건내게 한 차이다.

이야기는 '식물적인 인간을 돌보는 일과 식물을 기르는 일이 어느정도 닮아 있다' 는 문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야기의 주인공 시안은 유난히 꽃과 나무를 좋아하여 예민한 식물이라도 죽이는 법 없이 잘 보살피던 엄마의 병간호를 오랫동안 하고 있다.

'요즘 애들중에 누가 이렇게 수발을 착실히 들겠어' '대단하다' '딱하다'라는 노골적인 동정과 연민의 시선도 6년이면 익숙해 진다. 제법 환자를 돌볼줄 알게 된건 삼십년 넘게 간병 경력을 쌓아온 배테랑이자 엄마를 함께 돌봐주시는 간병인 최선희 선생님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돌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누군가의 곁에 있는 시간만큼 미래에 누군가도 나를 지켜주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해 보라고 했다.

한 평생 혼자 살지않는 이상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될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페퍼민트』 191p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오랜 간병생활을 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 일까? 간병인의 삶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서 그에 대한 주변 시선은 물론 그들의 삶의 고단함과 희망을 놓지 못하는 비루함을 강조한 얘기가 아니다.

이야기는 엄마가 '무슨 일'로 식물인간이 되었을까라는 의문을 품기도 전에, 병원에서 '해일'이라는 예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와의 재회를 먼저 안겨준다. 그러면서 그 친구와의 연락이 끊기게 된 '그 사건'이라는 것이 뭐지, 그래서 이들의 그전 사이는 어땠고, '그 사건'이후로는 어땠고, 다시 만난 지금은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거지라는 생각으로 이끌어나가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아 '고의'도 아니었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우리 가족 다 지금은 '극복'하고 잘 지내고 있어"

"애초에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일이야"


어딘가 위태로운 이 대화를 나누고 나니, 시안은 한때 형제보다 더 가깝게 지냈던 그 '가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다음이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은채 이미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가족을 간병하는 시간도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어 시안은 최저 시급을 받는 노동자가 되었다. 그 월급으로 엄마의 간병용품, 개인 생필품, 식료품을 사느냐 돈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생활이 이전보다 약간은 나아졌다고 생각하며 위로한다.

같은 병실을 쓰는 어른들은 시안에게 아무렇지 않게 심부름을 시킨다.식판을 가져와달라, 설거지를 대신해달라, 화장실까지 부축해달라, 창문을 열어달라, 닫아달라, 간호사를 불러달라는 등의 부탁을 하루에 수십번도 더 받는다. 몸이 불편한 어른들의 부탁을 거절하는것보다 들어주는 일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엄마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일, 자극하기 위해서라면 가리지 않고 했다. 책읽어주기, 저주파 전류 흘려보내기 등. 그러나 모든 노력과 정성이 물거품이 되는 느낌은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프면 모두 어린아이처럼 행동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만 생각했다. 고마운 줄 모르고. 이게(간병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모르고. 그런걸 보면 괜히 마음이 상했다.

또래 친구인 해원은 시안에게 매일매일 입시, 연애, 학교생활 등 고민상담을 한가득씩 쏟아낸다. 고민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재회한 '시안'과'해원'은 처음엔 데면데면했지만 함께했던 시간이 더 길었기에 호불호, 사소한 습관, 추억이라고 불리는 기억들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금새 가까워졌고 금새 다시 서로에게 기대기 시작했다. 이 무렵의 또래 친구들의 연애 상담, 입시 스트레스, 학교 생활들이 '해원'을 통해 묘사되면, 같은 시기를 보내는 간병인 '시안'의 모습은 더욱더 이질감을 갖고 비교 되며 다가온다.


칠판에 또렷하게 적힌 글자가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이 세계의 법칙들.배려하기. 예쁜말 쓰기. 수행평가 제출하기. 수능 D-150.이곳은 낯설고, 내가 속할 수 없는 세계라는 느낌이 이 들었다.

『페퍼민트』 120p

해원에게는 이 있었다.

주말의 약속과 계획이 있었다. 갑자기 사라지면 걱정할 걱정할 가족이 있었다.

지키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스스로를 가련하게 여길줄 알았다.

자기 사람에 대한 각별함과 애틋함이 보였다.

해원을 알아갈수록 내 삶이 얼마나 비루한지 실감하게 되었다.

『페퍼민트』 159p


시안은 스스로 평범한 고3의 세계를 이미 속할 수 없는 낯선 세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해원과 함께하는 또래 친구와의 시간 역시 일상이 아니라 일탈같이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각자의 일상 묘사와 고민이 달랐던건 각자 신경써야 할 다른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해원이 뉴스에서나 보는 노인 고독사 소식이 시안은 병원에서 종종 목격하는 경험이다. 해원이 학원 숙제나 진도에 스트레스 받을때 시안은 엄마의 몸에 욕창이 다시 생길까봐 온신경을 쓴다. 가까이에서 접했기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볼까 싶다는 생각나는 대로 한 소재지만 해원에게는 '그거 고될텐데'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다른세계의 이야기처럼 대답한다.

시안의 일상은 단순했다.

해원은 시안을 만난 후로 모든게 이전 같지 앟았다.

현수와의 관계, 입시, 일상까지 모두 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안에게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들. 시안의 은 단순하고 단촐했다. 엄마와 간병. 그외에 다른건 염두에 두지 않은것 같았다.

『페퍼민트』 253p

그리고 그런 해원 역시 각자 신경써야 할 다른 일상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프록시모 바이러스 유행이 시작되었을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뉴스에서 감염병의 확산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 신규 감염자가 몇명이나 발생했는지 매일 보도되었지만 우리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치사율이 5퍼센트가 넘는다는 뉴스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신경써야 할 다른 일상이 있었다. 해원은 피아노 콩쿠르에 나갈 예정이었고, 나는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페퍼민트』 89p

그리고 이 이질감을 가져다 준 원인이 되는 '그 사건'은 이야기가 ⅓정도 흘렀을때 등장한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감염병의 중심에서 해원의 가족은 슈퍼 전파자 N번으로 불리게 되었다. 시안의 엄마는 감염 후 지금까지 식물인간으로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저 애가 내가 느끼는 고통의 일부의 일부라도 이해하는 것,과거를 잊고 편히 사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는 것이고약한 마음이라는건 나도 알았다.하지만 그래서 뭐?누구의 인생은 망했는데 해원의 행복은 보장되어야 할 이유라도 있나?

그리고 시안은 해일과의 재회하는 순간부터 느꼈던 한때 형제보다 더 가깝게 지냈던 그 '가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졌었던 마음의 진짜 속내를 확인한다. '고의'도 아니었고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섣불리 그간 적당히 고생했고 드문드문 행복하게 살아오면서 '극복'했다는 말을 꺼낸 가족을 이해하거나 용서할 순 없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다면 '화해'하고 다시 잘 지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그 안일함마저도.

그거 알아? 우리는 견디고 있어. 이 악취를, 시린 소독 냄새를, 좁은 침대를.

엄마는 뭘 견디고 있어? 문득 엄마도 좁은 몸을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를 사랑하면서 엄마 곁에서 보내는 시간을 낭비로 여긴다는게 미안하다.

엄마는 나를 키우는 동안 자신의 삶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한 적 있을까.

『페퍼민트』 121p


우리는 재난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사실 그 누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간병을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그게 마지막 대화라는걸 알았다면 엄마는 내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엄마는, 우리는, 분명 사랑을 말했을 것이다.

『페퍼민트』 220p

백온유 작가의 작품은 심리를 잘 파고든다. 어떤 사건에 대해 우리가 갖는 일반적인 겉핥기 감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가장 깊숙한 곳의 원초적인 감정을 툭툭 잘 내뱉고, 머리나 가슴으로 이해하려 하기 전에 그저 와닿는다.

그래,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런 느낌으로 글을 읽어나가게 만든다.

바로 이전작품인 『유원』이 그러했다. 일반적인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 정말이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묘한 공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화재사건이라는 소재도 죽은사람, 살려진 사람, 살려낸 사람, 그들의 가족들이라는 모두 점이 특이했고 인물들은 하나같이 입체적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의 유행과 맞물리며 '팬데믹' 시기라는 말과 함께 '슈퍼전파자'니 '감염병'이니 '백신'이니 '지역구 폐쇄령'이라는 낯설었지만 익숙해진 단어들과 그 시기를 보낸 우리들의 감정들이 모두 녹여져 있었다.

간염병과 간병을 재난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것의 시발점이 되었던 가족의 입장(슈퍼 전파자인 해원의 엄마의 입장, 그 가족이었던 해원과 해일의 입장)과 그들로부터 감염된 가족의 입장(식물 인간이 된 시안의 엄마, 가장이 된 시안, 그의 보호자인 아빠)을 모두 입체적으로 다룬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하나하나의 입장을 들어보면 또 그 역시 아, 이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야기라는게, 소설이라는게 그렇다. 그들이 감염병 이야기를 뉴스로 들으면서도 먼나라 이야기 처럼 들었듯이, 결국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살아왔구나 라는 지점까지만 가닿는다. 때문에 각각의 입장을 들었을때도 누구의편도 들을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이건 누가 더 '행복'한가 누가 더 '불행'한가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그렇기에 탓하고 원망하는 얘기도 무조건적인 용서와 화해를 나누자는 얘기도 아니다. 가족의 사랑이 우선이냐 우정은 어떻게 지켜내야 하느냐를 내세운 얘기도 아니다.

결국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우위를 두는 중요한것이 무엇이고(그것이 감정이든, 사람이든, 일이든),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데는 어떤것들이 관여되고 어떤마음을 버려야 하는지(이를테면 기만, 위화감, 불안감, 타인의 삶과의 비교 등)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불행하다고 말해왔지만 불행하지 않던 삶과, 잘지냈지만 잘지낸 척 했던 삶 조차도 누군가에게는 또 그 사소함으로 상처가 될 수 있다. 각자의 삶의 형태앞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붙잡아 덜 중요한것을 버티고 더 중요한것을 지킬는 자신을 설득시키면서 살아간다.

너무 가까웠기에 병들었고, 가까웠다고 생각한 것보다 더 중요한것을 위해 버렸고, 아파했고, 다시 만나 각자의 삶의 들여다 본 그들은 다시 각자의 방식대로 더 중요한건을 지킨다. 삶이란 계속 무엇이 더중요해, 무엇을 위해 행동할래, 무엇을 지켜낼꺼니 라는 선택들 위에 서있고 결국 그것들의 반복일뿐이다.

비슷한 스토리만 반복하는 드라마로 고정된 텔레비전채널은 지루함을 주듯, 반복되는 삶이 얼마나 사람을 쇠약하게 만드는지. 가끔 고여있는 것 같다가도 삶으로 흘러 넘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렇게 축축해지고 한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햇볕과 바람을 제때 받지 못해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필것이다. 누구든 한명이 썩기 시작하면 우리는 다 썩을것이다. 오염된 물질들은 멀쩡한 것들까지 금세 전염시키니까. 그래서, 살기위해서, 자신도 모르게 그늘을 벗어나 한걸음, 햇볕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같이 있다 보면 좋은날들도 많겠지만 나쁜 날들도 있을 것이다.

불행해지면 원망할 사람을 찾게 될 것이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영혼을 해칠 것이다.

우리는 함께하지 않는게 나았다.

『페퍼민트』 264p

마지막에 이르러서 가장 첫페이지에서 읽게되었던 바로 그 문장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늘을 벗어나 햇빛으로 한걸음


이건 결국, 한걸음을 더 내딛기 위한 이야기라는 것을.

작가에 말에도 그 한걸음이 등장한다.

한발 앞서, 미리 상상할 수 없을까. 상상해서 미리 면역력을 기를 수는 없을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조금 더 의연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한걸음 한걸음 걸어갈 수 있도록.

그들이 나눈 대화, 그들이 나누었던 선택을 곱씹어 본다.

그러니 정말 이 여름의 쌉싸름한 페퍼민트 향이 퍼지는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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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멀리 차기 창비청소년시선 37
서형오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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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오 시인은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시 읽는 습관을 들여주고 싶은 고등학교 국어/문학과목 교사이다.

생선가게에 오래 머물면, 옷에 비린내가 배죠.

마찬가지로,

수업시간마다 시를 구경하면, 시에서 나는 향기가 생각에 배어

어른이 되어도 시를 읽게되죠.

비린내 현상 중

시의 가치를 아는 선생님은 시를 권유하면서 이를 잘 모를 아이들을 위해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경험을 내세운다. 그리하여 시적자아는 당연히 아이이다. 자칫 어른의 자리에서 진술하기 쉬운데 화자를 청소년으로 글을 써 청소년들의 마음에 진실하게 가닿을수 있게 하였다.

어른들의 문제가 곧 아이들의 문제로 직결된다

박상률, 신발 멀리차기 해설 중

어린이 청소년 문학이라해서 오로지 아이들의 문제(학교폭력,입시,따돌림,사이버범죄,음주와 흡연,임신과낙태 등)에만 매달릴순없다. 아이들의 둥지인 가정은 부차적 요소가 아니다. 어른,집안환경,사회분위기가 배제된채 아이들만 존재하는 세상은 있을수 없기 때문이다.


나를 투영하는 물건이 있다

삶의 모습 단면을 담고있거나, 감정을 담아내는 물건이라 해도 좋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지라 이럴땐 고흐의 신발과 의자가 생각나기도 한다. 자신과 고갱의 삶을 비교하며 그린 의자와, 노동자의 삶의 고됨을 보여준 군화.

누군가 이 시를 읽는다면, 잠깐 멈춰서 자신을 투영하거나 나를 대용하는 소재를 찾아보라고 권하고싶다.

그리고 그건,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바뀔수 있으리라.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서 신발 멀리차기 놀이를 한다.

발등에 신발을 걸고 힘껏 발을 내뻗자 포물선을 그리며 신발이 날아간다.

마지막에 찬 내가 1등이다.

멀리 떨어진 신발 한 짝을 주우러 깨금발로 뛰어가면서 생각한다.

아빠의 마음도 별거 중인 엄마한테 깨금발로 뛰어갔으면 좋겠다.

잠시 높은 곳 먼데에 갔다가 땅으로 내려온 신발을 찾으러 가듯이,

엄마를 만나러 갔으면 좋겠다.

서형오, 신발 멀리차기 16p

폰을 만지작거리며 가로수 길을 걷다가 은행 몇 알을 밟은 모양이다.

물렁하고 미끈한 그것들 내려다 보는데

슬며시 피어올라 코를 때리는 노란 향기의 주먹질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신발 두 짝.

신발 바닥을 닦으며 생각한다.

이렇게 맨몸으로 낮고 험한 데를 가려 주는 것이 있었구나!

새벽에 채소를 떼 오다가

승합차에 부딪혀 트럭 안에서 세상을 떠난 엄마와 아빠

나동그라진 신발 네 짝.

그때부터 나와 동생을 마음속에 태우고 살아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낡은 신발 네짝.

서형오, 신발 20p


이 시의 해설을 읽으면 이 시집에서 객관적 상관물로서 화자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담아낸 소재는 바로 '신발'이다.

<신발>은 늘 짝이 있고, <신발 멀리차기>는 그 멀리 던진 신발을 다시 찾으러 가는 게임이다.


웃고, 눈을 부라리고, 울고불고, 지지고 볶고, 껴안고, 춤추고 노래하며, 천천히 시간의 언덕을 깎는 사람들의 단단하고 두툼한 외투.

서형오, 집 44p


마치 '다녀오겠습니다', '갖다, 올게'라고 말하며 현관문을 나설수 있는 <집>처럼. 입었다 벗을 수 있는 '외투'처럼, 신었다 벗을 수 있는 '신'처럼.

잔잔한 비유에 뭔가 마음이 사르르 녹게 된다.

이 시집 속의 시들은 전반적으로 다 이러한 분위기를 낸다.

귀여운 발상과 1차원적인 표현에 피식, 웃다가도 어느새 버터처럼 마음 속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시들.

공부를 끄고 쉬고 싶음!

생각을 켜고 살고 싶음!

서형오, 콘센트 35p

오전 내내 졸았다고 담임선생님한테 불려가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학교 동산 벤치에 앉아 있는데 콧등 끝에 날아와 앉는 하루살이 한마리

그 뒤를 따라 문득, 이런 생각이 날아온다.

내가 꼭두새벽까지 웹툰이며 유튜브를 보고

학교에 와서는 졸면서 허투루 보내는 하루가,

하루살이에게는 백년의 시간이다.

서형오, 하루살이 26p


아침 일곱 시

달과 별들이 꺼지고 해가 켜지는 알전구들의 교대 시간

밤사이 켜져서는 꺼지지 않는 사람 하나

서형오, 그리움 73p

야간 경비를 서시는 최 씨 할아버지와 함께 주워 모은 은행들을 흙 속에 묻어 두었다가 한 주일 지나 파보니, 구린 겉 껍질은 온데간데 없고 희디흰 은행알만 소복하다.

몸속에 떼 지어 살던 암세포들을 데리고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간 엄마

빈 집의 주인이 되어 매일 눈물 밥을 짓는데

내 마음속 가지에 매달려 있는 엄마 생각들

묻어두면 언제쯤 미움의 겉 껍질은 벗겨지고

희디흰 그리움만 남아 저리 소복해질까.

서형오, 은행 18p


개인적으로 그리움을 말할때도 신발처럼 비유를 쓴 부분이 좋았다.

신발처럼 직관적인 비유.

가로등 불빛과 은행알.

마음속에 소복하게 쌓여 결코 꺼지지 않는 마음과 마음.

그렇게 전체적으로 그리운 마음이 관통하는 시집이기도 하다.


나무가 자라는 만큼 그늘도 넓어진다.

이는 비난 무럭무럭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만 비유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어제도, 내일도,

오늘도 삶을 더듬더듬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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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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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창비 #사전서평단 에 당첨되었다.

깜냥 이후에 두번째 #어린이책 인 #별빛전사소은하 이다.

 

『별빛 전사 소은하』는 박진감 넘치는 서사와 우주적 서정이 결합한 SF 동화로 현실과 가상 세계, 지구와 은하 저편을 오가는 모험이 펼쳐지는 책이라고 소개되고 있는 창비의 #한학기한권읽기 추천 신간 어린이책.

 

 

 

 

 

 

이전에 읽었던 깜냥이 '저학년'에게 어울리는 그림책이었다면, 이책은 '고학년'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사실 어른의 시점에서 어린이 책을 읽고 서평하는 것이 과연 맞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초반 부분을 읽으면서 이미, '에이~'라는 추임새를 넣으며 앞으로 펼쳐질 상상력에 대해 제동을 걸어두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항마력 테스트 하듯이 중반부분으로 넘어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지금 책을 잘못읽고 있는거 같아.

 

'생각해 보면, 어렸을때 보던 만화영화나 책들 다 이런 내용이였던 것 같아. 이런 상상, 어릴때 많이 했었어'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고전 만화들 속 주인공은 항상 외계행성과 연관 있었다.

 

어렸을 때 즐겨보던 만화 들은 다 설정이 외계나 마법세계와 연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 뭔가, 그 만화속 주인공처럼 어느날 갑자기 신비한 힘이 생긴다던가, 지구가 멸망해도 나만은 뭔가 신비한 힘이 있어서 살아남는거 아니야? 라는 상상도 하기도 했다.

 

그런 어린시절의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어린이의 감성으로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결말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정쩡한 애어른의 시선으로 읽었던 지라, 책을 읽으며 어쩔 수 없이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으음~ 작가는 이런 걸 말하고 싶었던 거로군. 하면서 교훈 찾기.

 

 

'사소한 것에 분노할 줄 알아야 세상이 바뀐다'

'어려울때 곁에 있어준 사람들을 잊으면 안된다'

'매너와 룰을 지키며 당당하고 진지하게 경쟁한다'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경험이 중요하다'

 

 

'(인간)관계는 세상과 세상과의 만남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주는 것이 때로는 위로가 된다'

'도움이 필요없는 인간은 없다'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있다.'

 

어린이의 시점으로 상상력 충분히 즐기기, 그러면서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 찾기. 그 두가지 시점에서 읽어 본 책, 바로 『별빛 전사 소은하』이다.

 

『별빛 전사 소은하』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별빛 전사』는 가상현실인 게임 아이디,

『소은하』는 현실세계에서의 이름,

그리고 이 두계의 세계는 열결되어

게임 속의 설정이 현실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 내막에는 '우주우월주의파' 에서 주장하는

'진화한 인류가 우주를 지배해야 한다'는 음모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자와

이를 저지하려는 자의 치열한 분투가 있었고,

은하는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관계에 대해서 배워나가게 된다.

 

 

10대가 되면 또래와 매체가 관계와 정체성에 영향을 끼치는데 큰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직,간접적인 체험을 하느냐가 중요하게 되는데 전수경 작가는 아이의 시점에서 그 소재들을 탁월하게 사용했다.

 

PC방, 게임랭킹, 댄스부, 피구대회, 별명, 무리짓기와 험담하기 등.

 

이무렵에 가장 신경쓰게 되는 요소들을 공상과학과 연관지어 잘 풀어낸 이야기와 맞물리니 소은하의 세계가 완성되었던 것이다.

 

 

'이 우주엥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칼 세이건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바법과 구분할 수 없다.' 아서 클라크

 

작가의 말에 이 글에 영감을 두 문장이 나와있다.

사실 이 외계인 소재는 전연령을 통틀어 가장 많이 다뤄진 흔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늘 재미있는 소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광활한 우주에 내 곁에 있는사람이 외계인일수도 있고, 과거나 미래에서 온 사람일 수도 있고, 비밀요원이나 살인자 일수도 있고, 또 다른 모습의 나(도플갱어)일 수도 있다는 상상은 누구나 한번쯤은 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마법이라고 생각했던 기술들이 실현되는 SF적 상상도.

 

 

이 책의 사전 서평단을 신청하게 된 계기가 되는 문장은 바로 책의 홍보 문장이자, 가장 마지막인 이 문장이다.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있다.

-『별빛 전사 소은하』 전수경

 

이 대사가 흥미로웠다.

 

'나에 대해서 잘 알 수록 세상 일에 덜 흔들리지' 라고 했던 영화의 대사가 생각나기도 했고,

 

처음엔 그냥 정체성과 하고싶은 일을 찾는 진로찾기 같은 얘기일거라 생각했는데, 그 앞문장을 알고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남들이 뭐라고 수군거려도 속상해 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를 잘 모르지만, 나는 나를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로 연결되는 문장을 보고, 아아 이건 '자아존중감(자존감)'과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구나 싶었다.

 

그래서 외계인인 은하와, 분노의 질주 소령과, 고스트레이더 기범이 친구가 되었고, 그들의 세계를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각자의 신념과 어울어지며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있었구나. 하는 생각.

 

B612행성의 어린왕자와 앙가라항성계 헥시나 행성의 소은하

어른이 되어 어린이 책을 읽는다는 것

 

 

카페에서 소은하를 읽었다.

조용히 감상을 정리해보려는데 카페 장식인 어린왕자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외로운건 마찬가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일,

길들이는 것에 대한 책임,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그를 위해 소비한 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

 

이책은 분명 어린이가 그시절에 읽기 시기적절한 책임이 분명하지만,

어른이 되어 어린이책을 읽는 다는것도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유치하다'는 말은 곧 내가 얼마나 상상력이 결여되고 있었는가를 느끼게 해주는 말이되고, 그시절 당연한 것들이 지금은 당연하지 않게 되었음에 솔직하지 못한 지금을 짚어주고, 그럼에도 와닿는 말들이 있다면 추구하고 있는 가치관과 닿아있을테니. 가끔은 예전에 읽은책을 다시 들춰보거나 어린이책을 읽어보는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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