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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상처받았나요? - 상처 입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술 빼고 다 있는 스낵바가 문을 연다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1년 11월
평점 :
상처입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스낵바가 도시 뒷골목에 있다고 한다.
그녀의 스낵바에 스템프 찍으러 가고 싶다.
상처받은 그들에게 적절한 음료와 행동을 권하던 그 모습이 인상깊다.
내가 가면, 어떤 걸 권해줄까. 어떤 음료를 마시게 될까.
나에게도, 스템프를 주며 또 오라고 말해줄까.
책 제일 첫페이지의 『오늘도 상처받았나요?』의 원제가 써져있다.
『スナック キズツキ』 라고 가타카나로 쓰여있는데,
スナック(Snack)은 말그대로 스낵(간단한 식사, 간식) 그 자체이지만,
경식당(スナックバー)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キズツキ(傷つき)도 말그대로 상처받은, 혹은 상처받은 사람을 의미한다.
딱따구리 스낵바 キツツキ(啄木鳥)スナックバー(Snack bar)라는 작명은 결국,
상처입을 사람을 뜻하는 키즈츠키(傷つき)와 딱따구리를 뜻하슨 키츠츠키(啄木鳥)라는 유사한 발음에서 유래한 스낵바로 일본식 농담에서 자주 볼수 있는 언어유희식 개그가 녹아든 작명센스다.
장소를 BAR로 정하고, 주제를 상처받은 사람으로 정했으니
분명 상처받은 여러 손님이 들어올테고, 이는 곧 에피소드식으로 구성될꺼란 얘기.
드라마화 하기 좋은 소재고, 예상대로 드라마화되었다.
가벼운 구성이지만, 그 해결책을 섣불리 제시하는건 어려운문제다.
자칫 분위기가 무겁거나 동정, 신파로 치우칠 수도 있고, 상처받은 사람의 본능적인 방어막으로 어떤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역으로 이용한 스낵바는 다소 엉뚱하고 유머러스하고, 무엇보다 상대가 판단을 할 새도 없이 훅 들어온다.
뜬금없이 노래한곡 하죠, 지금 당장 해보죠, 저부터 할께요 시작~! 이런식이다.
노래할때 음 높게 잡죠? 피아노를 쳤었군요? 발사이즈 240이죠? 등으로 이미 상대에 대해 안다는 말투도 덤이다.
하지만 그 훅 들어오는 펀치는 누구보다 상냥하고 다정하다.
어떠한 조언이나 충고도 함부로 건내지 않는다.
어떠한 '행위'를 '함께'하고, 그 손님마다 필요로 했을 서비스만 있을뿐.
그리고 누구나 듣고 싶지만 쉽게 들을 수 없는 '수고 했어요, 오늘도' 라는 말을 건내며 다가간다.
무엇보다, '술'로 취하거나 마법을 걸지 않고도 단단한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하거나 차가운 음료와 함께하는 것이 스낵바 딱다구리의 큰 특징이다.
저기요, 이봐요, 당신으로 불리며 이름이 없던 나카타에겐
따뜻한 두유라떼와 라이브 기타연주, 즉흥 노래를.
매일 작은 배려를 하느냐 작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다치에게는 라씨(인도식 플레인 요거트 음료)와 핸드롤 피아노 연주, 즉흥노래를.
소외감을 자주 느끼는 사토에게는
시나몬 로스팅으로 산미가 있는 북유럽 커피와, 에어 기타연주, 즉흥노래를.
자격지심이 있는 타키이(동생)에게는
백지책을 두고 창작 낭독을.
가장이자 장남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타키이(형)에게는
망고주스와 공중전화로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전화통화를.
자신을 시시하고 평범하다고 느끼는 도미타에게는
코코아와 창작 문장 끝말잇기를.
반듯한 가정을 꾸리고있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않는 가호에게는
생과즙 100퍼센트 사과주스와 탁상 미러볼을 올려두고 댄싱퀸 춤과 즉흥노래를.
주부의 삶으로 자기자신과 열정을 잃은 미나미에게는
아이스커피와 탭슈즈로 탭댄스를.
지나가는 나이인 열일곱의 지금 이 순간을 잃고싶지 않은 메이에게는
스스로 해먹는 따뜻한 코코아와 샌드위치. 충분히 비에 젓는 연습을.
이 모든 것들이 시종일관 감정이 좀처럼 드러나보이지 않는 그녀와 함께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과 대화에서 충분히 마음에 울림을 주는 몇몇 대사들이 나온다.
적당히 맞춰줄 테니까 내키는 대로 불러봐요.지금 느끼는 감정.
나만 또 손해봤어.오늘도 작은 손해를 봤어.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쌓이고 쌓인 손해를 돌려받고 싶은걸까..?
잘 안풀리는 것 처럼 보이지, 내인생나는 내 인생을 잘 모르겠다
이정도면 괜찮다고 몇번이고 나 자신에게 들려줘야 할 만큼
나는 누구를, 무엇을, 의식하고 있는걸까?
그는 생각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부자인 거구나.
하지만 그는 모른다고 말하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의 역사에 출장을 온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역사 위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쌓여가는
티끌같은 존재일 것이다.
꿈은 이루기면 하면 안돼.
멀어지지 않도록 등에 동여매고 걸어가야 해.
직선으로만 가다보면 부딪치고그때마다 상처를 입어서 상처투성이가 돼
(그럼에도) 충분히 젖어보렴
상처를 받았다, 라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상처에 젖었다, 라고 말하는건 어때요, 라고.
비에 (잠시) 젖었던 오늘이 지나, 비가 그쳐 다시 건조되는 날이 오면,
그땐, 따뜻한 코코아를 마셔보라고.
나만 마시지 말고,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