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심장 콩고로 가는 길 1
레드몬드 오한론 지음, 이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다시 나왔다, 콩고의 무벰베~~~정식 이름하야 모켈레음벰베. 이 괴수의 존재에 흥미를 느끼고 진짜 실재하는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일본 와세다대학의 괴짜 외에 또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그 사람의 기행문이 이렇게까지 잘 썼을 줄은 몰랐다. 그래, 너도 콩고에 다녀왔드나? 무벰베 보려고~~ 라는 심정으로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몇 페이지 읽어 내려간 후 정자세로 고쳐앉아 보게 된 책이 되겠다. 무엇이 전세계의 글쟁이들을 무벰베로 끌어 들이는가는 모르겠으나, 한가지는 확실하다. 무벰베가 호기심과 글재주를 가진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는 것을 말이다. 것도 헉소리가 날만큼 엄청난 글재주를 가진 사람들을...하여 일본 글쟁이에 이어 영국 글쟁이까지 가세해서 들려주는, ' 과연 무벰베는 있을까요 없을까요? ' 의 결정판. 20세기에 이렇게 완벽한 모험기행서가 나왔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책이다. 왜 아직까지 이 책의 존재에 대해 한마디로 들은 적이 없을까 궁금했을 정도로. 물론 그 이유는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느정도 짐작하게 되긴 하지만서도, 적어도 1편만 봤을때는 이보다 완벽한 기행문은 없다고, 나발을 동네방네 불고 싶어지게 하던 작품이었다.

레드몬드 오한론, 우리나라에선 한없이 생소한 작가이지만, 영국에서는 꽤나 명망있는 작가라고 한다. 그 말이 믿어지는 것이 이 사람 글솜씨가 보통이 넘는다. 왠만한 글에 눈썹 하나 까딱않는 나조차도 혀를 내둘렀으니 말이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쓴단 말이냐 하면서. 거기에 어쩜 그리도 완벽하게 미치셨는지... 마흔이 넘는 나이에 전재산을 탈탈--말그대로 전재산!--털어서 콩고로 여행을 나선다. 단지 무벰베가 보고 싶다는 이유로. 혼자가면 왠지 위험할 것 같아서(?) 보험삼아 친구 하나와 같이 떠났는데, 그의 친구 역시 한가닥하시는 분이다. 첫날부터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이 여행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그는 미국 동물학자 래리 섀퍼다. 콩고는 처음이고 하도 정세가 심상치 않아 현지 가이드를 붙였는데, 그는 오래전 무벰베를 실제로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콩고의 생물학자 마르셀링 아냐냐다. 사진기를 갖고 있었건만, 무벰베의 갑작스런 출현에 너무 놀라서 찍지를 못했다고 주장하는 마르셀링의 말에 레드몬드는 이번만큼은 자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된다. 꼭 사진을 찍어 보이겠다는 야심찬 결심과 함께. 하여 의기양양하게 시작할 줄 알았으나 첫발자욱부터 난항 투성이인 텔레 호수 가는 길, 래리의 표현에 의하면 " 완벽한 악몽을 꾸고 있는 듯" 하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여정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단지 악몽과 다른 점이라면  자진해서 들어갔다는 점과 깨고 싶어도 깰 수 없다는 것이겠지만서도. 하여 이성적인 문명사회에서 하루 아침에 야생의 정글속에 뚝하니 떨어진 두 백인은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의 아프리카를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벅차다는 수준이 아니라, 하루 하루 벌어진 일들을 소화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아니 돌을 씹는 듯 삼키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이 알몸으로 부딪치게 된 아프리카의 모습은 과연 어떤 정경을 하고 있을까? 어느것 하나 잊지 않는 포토제닉 메모리를 가진 작가의 눈을 통해 날 것의 아프리카가 그대로 우리 앞에 펼쳐지는데, 이제 문제는 당신이 이걸 받아들 수 있겠는가 아닌가 라는 것일뿐...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의 " 엄청난 걸작" 이라는 칭송이 무색하지 않은 작품이다. 책을 읽다보면 오한론의 모험이 눈앞에 펼쳐지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그 모험이 동참하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하여 오한론이 느끼고 들었고 보았던 모든 것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모든 것을 하나하나 낱낱이 적어놓던데, 어제 했던 말조차 기억나지 않는 나로써는 그가 어떻게 이 책을 써 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상상력으로 써낸 것이라면 오히려 존경심이 덜해질 듯 싶게 생생하기 그지없는데, 문제는 도저히 상상만으로는 이런 책을 써낼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하여 읽는 내내 오한론에 대한 경외심을 숨길 수 없었다. 아, 물론 이에는 부수적인 역효과도 있어서, 그렇게 여행 자체를 완벽하게 복사해 내다보니 작가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이 여행의 객관적인 모습을 독자들이 유추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색다른 묘미도 있었다. 그러니까, 오한론, 이 아저씨가 다른 점에서는 완벽하게 똑똑하신데 구멍이 하나 있었으니 인간성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어느순간에서도 잃지 않는 그런 양반이라고나 할까. 좋게 말하면 나이브한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기에 취약한 호구. 그렇다보니 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아는 진실을 끝까지 혼자만 알아차리지 못하는 어벙벙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는데, 그것이 이 책을 읽고 나면 묘한 찜찜함으로 남게 된다. 그러니까 이 책은 목적만 두고 봤을때는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좋은 그런 작품이었다.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이 책을 읽고 나니 녹색 모자를 쓴 남자(오쟁이진 남자란 뜻)는 사실 오한론 같이 순진한 사람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을 끝까지 철저히 믿는 사람들 말이다. 바로 우리네 평범한 보통 사람들처럼. 그들은 그들을 사랑하는 주변인들이 넌지시 건네준 암시를 나쁘게 해석하는 센서가 없다. 그저 주변인들의 반응에 어리둥절할 뿐이지. 그렇다보니 여행 내내 잔소리를 해대고, 불평을 하고, 냉소적인 말만 틱틱하던 래리가 책이 끝날 즈음이 되면 사실은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좋은 친구였다는 것을 독자들은 깨닫게 된다. 사람들이 어느정도 냉소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것이 상처를 덜 받는 방어막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어막 없이 여행길에 오른 오한론이 바보같다는 뜻은 아니고. 나라도 달리 행동할 수 있었을 것 같진 않으니까. 미지의 곳에 뚝 떨어져 누군가를 믿고 의지해야만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면 누구라도 불신의 스위치를 끄게 될 것이다. 그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말이다. 해서 마지막에 가서야 레드몬드는 이 여행은 오지 말았어야 한다는 래리의 말이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쉽게 말해 무벰베는 없었다.

비록 무벰베는 없으나, 당시의 콩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바로비터로써 이 기행문은 제 역활을 다한다. 작가의 꼼꼼하고 세심한 눈에 잡힌 콩고는 인간을 제외하면 그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싶게 찬란하다. 완벽한 기행문이다. 그외엔 다른 말이 필요없다. 하지만 날씨와 곤충과 전염병과 미신, 그리고 무지하고 야만적인 인간들에 레드몬드가 인간 ATM인양 끊임없이 돈을 요구하는 원주민들과 더러운 위생, 그를 속이는 사람들속에서 레드몬드는 여행이 끝날 즈음 슬슬 정신줄은 놓아간다. 그의 정신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다. 그의 혼동과 혼란은 방어막없이 아프리카를 접한 자의 자연스런 귀결이다.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그가 인간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결국 이 책을 써 냈다는 점에서 작가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재산을 털어 무벰베를 보러 떠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포용력이자 의지가 아닐까 한다. 재밌는 것은 이 책이 출간된 후에도 친구 래리는 오랫동안 이 책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고 한다.  죽음보다도 더한, 이토록이나 끔찍한 여행을 하고 나면 누구라도 그런 심정이 되지 않을까 싶어 래리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본격적으로 몸으로 부딪히는 정통 모험서를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이런 기행문은 아마도 전에도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왜냐면 이건 전적으로 무모하고 대범한 오한론, 그이기에 가능한 글이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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