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 마모코 마모코 이야기 2
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카.다니엘 미지엘린스키 글.그림, 최성은 옮김 / 두레아이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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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마모코> 글자가 없는 동화책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보게 된 책이다. 책이 배송되어 오자마자, 기대에 차 책을 펼쳐들면서 과연 이 속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궁금했었다. 그런 호기심이 무색하지 않게, 책을 펼쳐들자마자 한눈에 드러나는 작은 마을의 풍경, 정겹기 그지없다. 그리고 진짜로 아무런 글자가 없다. 말이 없는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정적인 공간속의 풍경이 나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다들 멈춰서 있는 것이 분명한데, 움직이는 듯하다. 거리가, 집들이, 거리를 걸어다니는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나무와 차와 지붕과 하늘마저도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사실 여기엔 많은 이야기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데, 그걸 네가 알아보느냐 아니냐는 너에게 달린 일이라고 책이 그렇게 호소하는 듯하다. 그렇다. 이 책속엔 비록 말이 없었지만서도, 어떤 책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을 알아먹느냐 아니냐가 전적으로 나에게 달린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마자 나는 당장 집중을 해서 들여다 보았다. 어떤 내용일지가 궁금한 것도 있었고, 어떻게 그걸 전개 시켜 나갔는지 작가의 의도가 궁금했으며, 또 혹시나 내가 놓치고 있는 내용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때문에...눈을 부릅뜨고 본 결과는 일단은 합격점이었다. 허술하게 그려낸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굉장히 공들여 여백을 채운 티가 역력한 그림체에, 아름다운 색채, 그리고 다양한 거리의 풍경들, 정겨운 사람들까지...이야기를 따라잡지 않는다고 해도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거기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의 재미도 쏠쏠하니, 이 책은 한번만 쑥 들여다 보고는 다 읽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여전히 모르는 것이 나온다는 건 흥미롭기도 하지만 경제적이기도 하다. 책 한권 산 만큼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을테니 말이다. 


일단 이 책을 재미있게 보려면 등장인물들의 면면부터 알아놓아야 한다. 리뷰 첫머리에 맨 뒷 표지를 복사해놓은 이유도 그들이야말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처음 무턱대고 책을 읽었을때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다들 직장이 있고 이름이 있으며 나름의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이더라. 그러니까, 그들이 마모코 거리를 걷고 있는 것은 단순히 그림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이었다. 다시 말해 마모코 거리에 사는 고유 명사들이었다. 하니, 책을 읽기전 우선 그들에 대해 먼저 알아놓는 것이 이 책을 잘 읽기 위한 한가지 팁일 것이다. 그들의 직업이나 이름에 따라서 하는 일도 다르고, 거기에 있는 이유도 다르기 때문에... 예를 들자면 탐정 시몬은 줄곧 커다란 돋보기와 셜록 모자를 쓰고 거리를 누비고 다니는데, 책 말미에 가서 그가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마모트에 견학인지 여행인지 온 외계인 지그문트는 첫장부터 열심히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더니 나중에 그 결과물을 받아들고 친구들과 희희낙낙한다. 사과를 자루채 도둑맞은 갑옷전사 게르바지(거북이)는 누가 그 사과를 훔쳐갔을지 난감해 하는데, 책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사과를 가득싣고 열심히 도망가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도둑은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 녀석이라서 웃음이 난다. 아기 토끼가 놓쳐버린 풍선을 누가 잡는지를 찾아 보는 것도 흐믓하긴 마찬가지다. 가족들을 잃어버려 울고 있는 토끼에게 풍선을 들려주고 가족들을 찾아주는 마음씨 착한 등장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언뜻 보기만 해도 이런 저런 이야기로 책 속은 시끄럽기 그지없다.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가 주목하지 않으면 그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의 특색이라면 특색. 요즘같이 무엇이건 수동적으로 떠먹여주는 것이 대세인 세상에서, 책 하나를 읽어도 자신이 찾아서 읽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거기에 그림체가 많이 생략되어 있는 탓에( 무엇을 그린 것인지 한번에 딱 하고 알아볼 수 있는 정밀화가 아니라는 뜻)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나, 더불어 읽는 독자에 따라선 자신만의 창작까지 가능하다는 점도 좋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꾸며낼 여지가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는 뜻. 글이 없는 대신 관찰력과 상상력으로 채워넣을 수 있는 여백은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다.


<수잔네의 사계절>이 좋으셨다는 분들은 아마도 이 책 역시 마음에 드시지 않을까 한다. 처음엔 수잔네의 아류작인가 싶었는데, 읽어보니 이런 류의 책은 변주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겠구나 싶게 다른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풍성한 이야기에 곳곳에 숨어 있는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던 책, 아이들에게 찬찬히 들여다 보라고 하고 던져주면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다. 들여다 보면 볼수록 등장인물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볼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책,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마치 내가 잘 알고 있는 동네를 보는 듯 정겨움이 배가되는 책이기도 하다. 간만에 맘에 쏙 드는 책을 만나서 무척이나 반가웠는데, 이 책이 마음에 든 김에 이 책의 전작인 <옛날 옛적 마모코>도 들여다 볼 생각이다. 이 책만큼이나 정겨움이 넘쳐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면서, 과연 옛적의 마모코는 어땠을지 상상해본다. 시리즈로 나왔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책,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연작으로 나와주었음 바라게 되던 책,  마모코 거리를 여러분도 한번 거닐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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