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트윈 스피카 1~3 세트 - 전3권 트윈 스피카
야기누마 고 지음, 김동욱 옮김 / 세미콜론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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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살의 소녀 아스미의 꿈은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 그녀가 7살때부터 품어온 이 꿈은 모든 사람들에겐 철없는 아이의 허황된 지껄임으로 들렸을지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인 아스미에게는 이보다 더 진지할 수 없다는 강렬한 소망이다. 아스미가 발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녀가 우주 비행사가 되겠다는 생각 자체는 가히 꿈도 꿀 수 없는 고통이다. 2010년, 일본이 기대에 차서 기획한 우주 비행선 "사자호'가 공중 폭발하면서 생긴 사고로 그녀의 엄마는 돌아가시고, 사자호의 엔지니어였던 아빠는 죄책감에 무너져 버렸다. 사고 여파로 고아 아닌 고아처럼 자란 아스미, 사고 당시 아기였던 그 꼬마는 부모가 필요한 시절의 빈 자리를, 자라는 동안의 그 외롭고 외로운 시간들을 꾸역꾸역 우주를 바라보면서 채워 나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광활한 우주에 나가보리라 그렇게 꿈을 키워 나간다.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은 그 꿈을, 불가능하다고 굳이 말해줄 필요조차 없었던 그 희망을 향해 그녀 혼자 꾸준히 밀고 나간 것이었다. 물론 그녀의 꿈을 믿고 지지해준 단 한 명의 존재가 있긴 했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유령의 신세...바로 아스미가 라이온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그는 사자호의 탑승했던 우주 비행사중 하나로 그 사고로 인해 목숨과 꿈과 사랑을 잃은 사람이다. 무엇때문인지 저 세상으로 가지 않고 이승을 떠돌던 중 우연한 기회에 아스미의 눈에는 자신이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겁한다. 살았던 죽었던 간에 외롭던 두 사람이 만난 터, 더군다나 다른건 몰라도 우주에 미쳤다는 점에서만큼은 그들은 쌍둥이처럼 닮았었다. 해서 아스미의 꿈이 우주 비행사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전적으로 그녀를 도와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프로젝트는 일단 아스미가 신설된 <우주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한 공부에 돌입하게 된 아스미는 혼자서는 우주에 갈 수 없다는 라이온 오빠의 말대로 학교 친구들과 도움을 주고 받게 된다. 아스미의 후원자를 자청하면서 티격태격 그녀를 도와주는 고향 친구 후추야, 쾌활한 성격의 케이, 이기적이고 냉담한 성격임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아름답지만 밉살맞은 마리카, 그리고 천재 소년 슈까지...처음엔 도무지 화합이 될거라 믿어지지 않았던 다섯 명의 친구들은 함께 학창 생활을 해나가면서 점차 동지애를 다지게 된다. 150 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키에 연약하기 그지 없는 아스미의 신체조건은 우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도전정신, 융합할 줄 아는 성격과 불같은 열정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하려는 일마다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다. 전국에서 엄선한 최고의 인재들 중에서 단 한 명의 비행사만 선정한다는 가혹한 경쟁 속에서 그녀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각각 다른 개성과 약점을 지닌 친구들이지만 우주에 대한 열정 만큼은 똑같은 다섯명의 친구들, 과연 그들의 미래는?


세미 콜론이 출간한 책이라는 말에 솔깃해져서 보게 된 책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게 된 것인데, 알고보니 일본에서는 꽤나 유명한 만화책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일본 작가들이 다른건 몰라도 소재에 있어서만큼은 다양하다는 점에 늘 감탄하고 있었는데, 순정만화 필이 나는 만화에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한 꿈을 그려냈다는 점에 다시금 놀라고 말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인데, 의외로 먹혔다고나 할까. 실은 처음엔 순정만화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점점 읽다 보니 그런 모양새라서 당황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책의 분위기가 스타워즈나 그래비티, 내진 스타트랙같지 않겠는가 읽기전 그렇게 단정짓고 있었다. 행여 복잡한 용어들과 철학적인 멘트들로 골치 아프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알고보니 전혀 그럴 일이 없더라. 오히려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 태반.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만화속에 나오는 유령에는 태클을 걸지 않으면서 ( 2024년도의 고등학생용 )우주 학교라는 설정에는 심하게 반발하게 되더라는 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 둘 다 허무맹랑하기는 막상막하인데, 라이온 오빠라는 유령에는 눈살을 찌프리지 않으면서, 우주 학교라는 설정에는 말도 안 돼! 라고 주장하고 싶은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현실성에라는 점에서 이 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니 뇌라는건 참으로 속이기 쉬운 기관이지 싶다. 하여간 내가 말하려는 것은, 심각하게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하는 열정적인 꼬마 숙녀를 내세워 무언가 우주에 대한 대단한 비전을 설명하려는가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는데, 그보단 고통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려는 순수한 열정과 미숙한 10대들이 서로의 약점을 보듬고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학원물이라고 보심 된다. 건전하고 올바르며 착한 만화책이다. 다만 배경이 우주 학교라 진짜로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대리 경험하게 해 준다는 것이 다른 책과 차별되는 특이한 점. 순정 만화 느낌이 나긴 하지만 낯부끄러운 로맨스가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순수한 10대들을 그린 점은 높이 살만하다. 거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이 제각각이라서 나중에 그들의 미래가 어찌 될지 사뭇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도 좋았다. 각자가 다른 과거의 사연들을 가지고 현재에 모여 있다는 점이 3권까지 어느정도 이해가 된 상황이라면 그들의 과거가 어떻게 미래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가 앞으로 나올 이야기의 주안점일텐데,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과연 어떻게 이야기가 풀려 나가게 될지 말이다. 그렇게 후속작을 궁금하게 하고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받아도 충분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우주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하신 분들에겐 아마도 괜찮은 간식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색다르면서 괜찮은 학원물을 보고 싶다시는 분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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