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리 드라이빙 - 만리장성부터 공장지대까지 자동차로 달린 7.000마일 중국 여행기
피터 헤슬러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이 저자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이 '현대 중국에 대해 가장 통찰력 있는 서구 작가'라는 별칭을 선사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겠다. 이 작가에 대해 이보다 더 적확한 말은 없을 듯 하니 말이다. 과거 '리버 타운'이라는 책 속에서 중국에 대한 맛깔난 체류서 내진 기행서를 적어 내려 갔던 그가 이번에는 중국 전역을 빨빨 거리며 돌아다니면서 들었던 이런 저런 생각들을 푸짐하게 늘어놓는다. 만리장성에서부터 시작해서 남부 지역의 공장지대와 베이징 변두리 마을까지 구석구석 중국을 섭렵하면서, 그는 중국인들에게는 물론이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까지 보여지지 않은 중국의 진면목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가 이 글을 쓸 당시만해도 중국에는 그다지 흔하지 않았다는 렌트 카를 이용해서, 그는 절대 가면 안된다는 곳까지 경찰들의 눈을 피해가면서 용케 중국 전반을 스케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이 책의 묘미였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풍경과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중국이라는 외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곳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일상들을 적나라하게, 하지만 남세스럽지 않은 정겨움으로 묘사해 놓고 있었으니 말이다. 요즘 하도 읽을 것이 없어 아무 생각없이 집어 들었던 책인데, 초반부터 어찌나 구성지게 중국을 그려내고 있던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런 종류의 책에서 의례 예상함직한 퀄리티를 월등하게 넘어서는 문장력이었기 때문이다. 도무지 작가가 누구야? 라면서 다시 저자를 들여다 보니, 피터 헤슬러...오래전 재미있게 읽었던 <리버 타운>의 저자라는 말에 그가 아직도 중국에 살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여전히 중국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는 더 놀랐으며, 게다가 이젠 어느 중국 사람들보다 중국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는 것에서도 놀랐다.7년간의 중국에서의 체류가 그에겐 전혀 허수로 보낸 세월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찌나 알차게 중국이란 나라를 음미하고 있던지, 부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작가에게 가장 놀란 점은 중국이라는 지극히 모순되고 이해가 불가한 나라를 바라보는 그의 완벽하고도 믿음이 가는 통찰력과 이해도였다. 외국인이 타국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어느정도는 편견이나 부족한 오해, 내진 그릇된 시각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외국어를 자국어처럼 구사하기 어려운 것처럼, 타국을 자국처럼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어쩌면 더 그것을 어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들을 함께 겪지 않았기에 피상적으로만 본다면 이해가 안 가는 기괴한 일들이 비일비재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피상을 넘어서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외국인들이야말로 그 나라를 평가하는데 있어 가장 최적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된다. 객관적인 동시에 주관적일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문제라면 그 두가지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 기행문이나 체류 보고서들이 별로 재미가 없는 것이나 흥미를 넘어서 신빙성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도 그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그 두가지를 가뿐하게 뛰어 넘더라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이 재밌는 것은 물론이요, 현재의 중국을 바라보는 공정한 시선을 제공해 주고, 더불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줬다는 여러가지 장점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단 한권으로 현재의 중국을 들여다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더군다나 그것이 읽는데 고통스럽지도 않고 ,마냥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기행문이라면 말이다. 이런 책은 독자로 하여금 저자에게 무조건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를 올려야 하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하니 아직 이 책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신다는 분들은 꼭 한번 들어 보시길. 특히나 중국에 대해 호기심과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한다. 과거와 현재를 드나들면서, 저자는 중국의 미래 나아갈 방향까지 그려내 본다. 그것이 바깥에서 보기엔 한없이 극적이고 극단적이며 기괴한 것일지라도, 실은 그것이 중국민족 개개인들의 일상이 모여서 된 것이라는 점을 저자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더라. 흥미로운 통찰이었으며, 어떤 작가보다 더 설득력 있는 시선이었지 않는가 한다. 하여간 중국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흥미롭게 읽혀질만큼 작품성 높았던 책, 좀 진지하게 읽을만한 거리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다정하고 인간적이며 편견없는 책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미소를 짓지 않기란 매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미소를 짓진 않게 되더라도 적어도 수긍의 고개짓은 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분명 논픽션인데도 소설처럼 읽힌다. 렌터차 직원들과의 실갱이나 베이징 변두리 농부들과의 부대끼며 살았던 일상, 그리고 신흥 공장 지대를 밀도 있게 심층 보도한 것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거기에 종종 잔잔한 감동마저 선사하니 이런 기행문에서 기대할만한 퀄리티가 아니라고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이 되실 것이다. 아마도 이런  수작은 앞으로도 나오기 매우 어렵지 않을까 한다.알고보니 저자의 중국 삼부작중 마지막 작품이란다. <리버 타운>과 이 책을 읽었으니, 2편에 해당하는 <오라클 본즈>도 빨리 나와주길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다행이다. 이 책을 읽어 내려 가는 동안 페이지가 달랑달랑 하는 것이 어찌나 심란하던지, 일부러 천천히 읽었다. 그래도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는 것. 책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기를 정말로 바랐는데 말이다. 하여간 아직도 저자의 안 읽은 중국 관련 책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내게 그래도 좀 희망을 준다. 저자는 이제 중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아마도 이 책이 저자의 마지막 중국 기행문이 될 것이다. 아쉽다. 그의 중국 기행이 계속되었음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런 책을 남겨 주셨다는 것만으로 나는 넘치게 그에게 고마워 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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