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대의 비망록 - 사회주의적 낙관성으로 지켜낸 인간 존엄의 기록 패러독스 9
율리우스 푸치크 지음, 김태경 옮김 / 여름언덕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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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원으로 지하 활동을 하다 나찌에게 붙들려 교수형에 처해진 작가가 감옥에 수감이 되고 나서 부터 죽기 직전까지 몰래 남긴 글을 모은 것이다. 제목에서 카프카가 연상이 되어서 기피했던 책인데, 보고 나서는 왜 진작 보지 않았을까 하고 자책을 했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아름다운 책이었기 때문이다


율리.율리.율리....그가 그 지독한 고문을 당한 몸으로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친절한 간수가 몰래 가져다준 종이와 연필로 이걸 써내려 갔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난 아마 진작에 읽었을 것이다. 그가 이 글을 쓰면서 자신의 목소리가 후대에 남을 거란 생각에 지독한 고통을 견뎠다는 것을 알았다면 벌써 읽었을 것이다. 그가 감옥이라는 공간안에서도 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것이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기록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미 읽었을 것이다.


 

우선 그의 서술 방식이 맘에 든다. 전혀 무겁지가 않기 때문이다. 체코의 카프카를 연상하면서 디립다 무거워서 읽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그건 기우었다. 그는 선선한 말씨로, 그러나 최대한 경제적으로 상황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설명하고 있었다. 군더더기없는 글이지만 ,이 보다 더 완벽하게 감옥의 상황을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 그가 들려주는 감옥 안에서의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인간적이란 것은...

겨우 50년 전의 이야기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이렇게 잔학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또 생각을 뒤집어 보면 지금 이런 일들이 세계 다른 나라에선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인간이 보다 성숙하고 진화되길 빌어 본다. 그래서 율리가 --미래의 우리들이 자신들의 희생위에서 행복하길 바랬듯이--저 위에서 자신이 옳았다고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말이다.

 

 

한 고결한 영혼을 지닌 인간의 신념과 그가 목숨을 버려가면서 지켜내고 싶어하던 좋은 세상 ,인간에 대한 사랑이 절절히 박혀 있어 감동을 받지 않기가 어려웠다. 고문을 당하는데" 아버지 어머니 왜 절 이렇게 강하게 키우셨나요?" 라고 말하는데, 그런 그가 한없이 안스럽더라. 강해서 아름다웠던 한 사내의 거짓없는 절절한 독백이 얇은  책 사이 사이로 유려하게 유감없이 서술되고 있어 숨을 죽이고 본 책이 되겠다. 서정적이고,군더더기 없이 여백이 살아있는 생생한 글을 남기고 간 율리. 갑자기 울컥하게 만들고,입을 삐죽대다가 한숨섞인 탄사와 눈물이 흐르게 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기란 힘들것이다. 원래 그의 글이 그러니 말이다.

잔혹함이나 찢어지는 슬픔이 없는 절제된 묘사에도 불구하고 ...이 지구가 이젠 이런 고귀한 인간들을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할 거란 생각에 우울하다.

고결하고 이타적이며 인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겠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목숨을 바친  마지막 영웅들의 투쟁기.

감옥에 갖혀 고문을 당한 율리를 위해 종이를 주고 그 글을 모아 이 책을 내도록 해준 감옥의 간수를 보면서,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이 좀더 나은 방향으로 간다고 믿고 싶어졌다.

결국 인간적인것이,인간을 배려한다는 것만이 영원히 인간의 마음에 남아 영혼에 새겨질 거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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