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고 싶지 않은 이별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멜론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었음에도 도무지 제목이 입에 붙지 않아서 원제가 뭘까 살펴보니 <Begginer's Goodbye>다. 초심자의 이별이라...확실히 이 책에 어울리는 제목이다. 갑작스럽게 아내와 사별하게 된 남자가 그 이별을 감당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내용이니 말이다. 어감상으로도 그렇고 내용상으로도 원제가 훨씬 더 실감난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리뷰를 쓰려고 검색을 하는데 내가 그때까지도 이 책의 제목을 <원치 않은 이별> 로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까지 읽고 나면 왠만하면 제목 정도는 기억이 되는데 말이다. 어제 책을 다 읽고 났는데도 여전히 책 제목을 헷갈려 한다는 것은 그만큼 책 제목이 잘못 지어졌다는 뜻이 아닐런지...적어도 나는 그렇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용은 이렇다.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은 한쌍이었던 아론과 도로시 부부, 키에서나 (아론은 190, 도로시는 152) 나이 차에서나(여덟살 차이, 도로시가 연상임), 인종면에서나 (아론은 백인, 도로시는 중남미계 이민자의 후손), 직업면에서나(아론은 영세한 출판사 편집자, 도로시는 암 전문의), 성격면에서나 (아론은 유유부단, 도로시는 주장이 분명하고 독립적임) 어느것 하나 공통점이라고는 없던 두 사람은 만나는 순간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어릴때부터 오른팔과 다리에 장애가 있던 아론은 자신을 돌봐주려 하지 않는 도로시의 무심함이 좋았다. 확연하게 차이나는 둘의 결혼을 그다지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어색한 신혼 기간을 넘긴 두 사람은 그럭저럭 순탄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감기에 걸려 일찍 집에 돌아온 아론은 퇴근하고 돌아온 도로시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말다툼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집 옆 나무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도로시가 죽고 만다.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아내를 보내야 했던 아론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다. 이웃과 주변 사람들이 써주는 끊임없는 관심조차 성가시기만 한 아론은 결국 자신의 집에서 나와 누나 난디나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 이후였다. 죽은 도로시가 종종 나타나게 된 것이 말이다. 아론으로썬 그녀가 다시 나타난 것에 대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말을 건네지도 못한다. 그녀가 갑자기 사라질까봐 두려워서이다. 가끔씩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나 그를 긴장시키는 도로시, 과연 그녀는 왜 다시 나타난 것일까? 아론은 그녀를 다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그녀가 언제고 다시 사라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과연 도로시가 다시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에게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는 가운데, 아론은 자신들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 보게 되는데...


전형적인 앤 타일러표 소설이라고 할만한 작품이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쓸쓸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와 사랑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말이다. 특히나 요 몇 년간, 주로 어두운 내용과 결론으로 독자들을 암담하게 하시더니만, 이 책을 통해 전성기 시절을 연상시키는 따뜻한 결론으로 끝을 맺는 것을 보곤 한없이 반가웠다. 다른건 몰라도 앤 타일러 여사와 비극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소시민의 쓸쓸한 삶과 희망에 대해 그녀보다 더 잘 아는 작가가 드물어서 그런 것일까? 그녀가 주인공들을 불행한 채 놔두고는 책을 끝마치면 그렇게 섭섭할 수가 없다. 세상 사는게 다 우울하고 심드렁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참 나..통속적인 로맨스 소설 작가도 아니고, 미국에서는 내놓라 하는 풀리처 상을 타신 작가인데, 어떤 결론을 내시던지 간에 그녀 맘이겠구만서도, 그럼에도 앤 타일러의 우울하고 암울한 세계관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마도 그녀가 창조해낸 주인공들에게 워낙 동질감을 많이 느끼다보니, 그들이 좌절한 채로 회색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들이 너무 친숙한 나머지 그들이 불행하거나 사랑을 잃은 채 살아가는 것이 마치 내 일처럼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해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앤 타일러 만큼은 행복하셨음 하고 바라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의 행복은 곧바로 작품의 행복으로 연결되어지니 말이다.


하여간 다시금, 앤 타일러식 사랑이 돌아와서 반가웠던 책이 되겠다. 앤 타일러의 책 중에서 그 중 최고라고 한 리뷰어가 말했다던데, 그 정도는 아니라도 충분히 그녀의 특성을 만끽할 수 있던 소설이었지 싶다. 사랑에 서툰 사람들이 사랑을 하게되면서 우왕좌왕 하는 모습들이 귀여웠고, 절대 사랑이 불가능할 것 같던 사람들이 사랑을 찾아가게 되는 모습들도 마냥 흐믓했으니 말이다. 좌절이나 불안, 두려움, 사별의 아픔들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 주인공이 조용히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은 물론 감동이었고 말이다. 삶은 어쩜 대단한게 아니라고 그런 말을 하고자 했던게 아닐까 싶었지만서도,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실은 그 대단하지 않은 그 삶이야말로 정말로 대단한 것이라고 말이다. 평범한 삶은 싫다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으시던데, 내 생각엔 그렇다. 평범한 삶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이다. 워낙 내가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해서 그런 로망이 있는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평범함 속에서의 빛나는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알던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졌던 소설, 한가롭게 읽을만한 감동적인 소설을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딱히 드라마틱한 전개가 없다고 해도 소설이 얼마나 재밌어 질 수 있는지 발견하게 되실지도...

덤으로, 이와 비슷한 류의 앤 타일러의 소설을 추천드리자면 이렇다.

1. <우연한 여행자>

2.<때로는 낯선 타인처럼>

3.<바너비 스토리>

4.<종이 시계>

5<홈시크 레스토랑>

6.<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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