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작 네이션 - 우울에 빠진 한 여자의 심리 보고서
엘리자베스 워첼 지음, 김유미 옮김 / 민음인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프로작 , 우울증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알약의 상표명이다. 어떤 이들은 이 약이야말로 많은 우울증 환자들의 삶이 개선시키고 생명을 구해낸 기적의 알약이라고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것은 지나친 비약이며 오히려 이젠 이 약의 오남용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마치 만능의 마법약이라도 되는 듯 아무때나 시도때도 없이 주어 삼키고 있지만 과연 이 약을 복용해야 할만큼 우울증이 심각한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프로작이 처방되는 빈도수를 보면 후자의 견해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프로작이 마치 감기약처럼 처방되어지고 있다. 관계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과연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 프로작은 남용되고 있는가? 아니면 더 심한 우울증의 증상을 겪느니 그 정도의 남용은 눈감아 줘도 좋을 것일까? 거기에 대한 판단은 그 누구도 쉽게 내리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우울증에 걸려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프로작의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가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해도 좋을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다. 10대 시절부터 20대까지 파란만장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지내온 자이니 말이다. 프로작은 불필요한 약물이며, 제약 회사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할 것이다. 우울증이란게 단지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해낼 수 없는 병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다만 이 작가가 하는 말이 100% 진실이라는 것을 믿어야 할 테지만서도...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정말로 이 책이 한 인간의 자서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읽기가 굉장히 버거운 책이라는 점 때문이다. 소설이라면 만들어낸 이야기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건 간에 중화를 시킬 수 있지만서도, 실화는 그게 좀 어렵지 않은가. 본인이 겪었다고 실토하는 일들이 어찌나 난감하던지...식겁하기 딱 알맞았다. 어쩜 이리도 극단적으로 삶을 살아주시던지, 죽지 않고 살아줬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에 못지 않게 제 정신인 저자가, 아니 제 정신이 정도가 아니라 머리가 무척이나 뛰어난 저자가 이렇게 세상을 막 산다는 자체가 믿겨지지 않았었다. 그토록이나 파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게 또 뭐란 말인가 싶어서 말이다. 하여간 하도 심난하게 삶을 살아 주시기에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는 , 전직 우울증 환자의 인생에 대해 들어 보기로 하자.


서로 어울리지 않았던 부부의 외동딸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기억들을 주렁주렁 달고 산다. 신경질적이고, 삶을 버거워 했지만 그럼에도 딸을 최선을 다해 키우려 한 엄마 밑에서 성장기를 보낸 저자는 머리가 좋았던 탓에 명문대에 진학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명문대의 진학도 그녀의 우울증을 나아지게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10부터 진행된 병이 20대를 들어서면서 심해지기 시작, 결국 그녀는 성격의 변화마저 겪기 시작한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우울증이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 보니 생긴 일이었지만 그 파괴력이 엄청 났던 관계로 점차 그녀를 도와주던 친구들마저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기에 이른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알콜 중독, 마약 중독, 섹스 중독에 탐닉했던 저자는 결국 자신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고 만다. 결국 그녀를 위해 그나마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던 저자의 엄마마저 그녀에게 손을 들기에 이르르는데...


지나치게 솔직한 것도 탈이라고 생각될때가 있는데, 바로 이 책이 그랬다. 어찌나 솔직하고 적나라 하던지, 그리고 본인의 치부임이 분명한데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 어쩜 그리도 피하는 것 없이 일일히 적어 내려 가던지 놀라울 정도였다. 그게 용기이건 자만이건 강박이건 간에, 흔치 않은 고백서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듯하다. 섹스에 대한 첫 경험부터,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살았던 시기와 임신 중절등 여자라면 하기 힘든 고백까지 스스럼없이 하는걸 보곤 진짜 센 언니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어느정도는 우울증의 영향 때문이라니, 안스러울 뿐이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드실 것이다. 어떻게 그게 우울증의 영향때문일 수 있어, 그냥 그녀가 헤픈게 아닐까라는...처음엔 나도 그런게 아닐까 싶었지만서도, 그녀의 고백을 들어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만은 없었다. 진짜로 우울증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저자의 모습은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다. 자신이 편안하지 않으니 모든 인간 관계마저 어그러지게 마련이고, 그런 불안한 인간관계는 그녀의 병을 더욱 더 악화시키기에 이른다. 결국 본인마저도 백기를 들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적절한 약을 복용하게 되면서 점차 상황이 호전되었다고 한다. 그리곤 그 날 이후로 마치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전과자처럼 조심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 다시 재발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우울증이 이렇게 파괴적이구나, 라는걸 알게 해준 책이었다. 그들이 어쩔 수 없이 무기력하게 자신의 삶을 파멸로 몰아가는 과정은 차마 같은 인간으로써 마주하기 힘들 정도였다. 우울증 환자도 환자지만, 그 상황을 지켜보는 가족들이 넌덜머리를 내는 것도 이해가 되더라. 종국엔 이 저자의 엄마도 딸을 버릴 정도이니,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이었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한다. 과연 우울증을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하라고 우리는 주문해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떠드는 사람들은 한번도 우울증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아닐까.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질병이며,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소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적어도 나만은 우울증에 대해 그런 편견은 갖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남의 고통은 아프지 않는 법이다 .내가 아픈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의 고통이 별게 아니라고 말해도 된다는 들지 않는다. 왜냐면, 그럴 권리는 내게 없으니 말이다. 난 적어도 내게 그런 권리가 주어진 적이 없으며, 주어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을 얕보지 말 지어다.비록 그것으로 인해 내가 고통을 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우울증이 얼마나 끔찍한 질병인지 저자가 숨가쁘게 적어둔 덕분에 그를 상상하기 부족함이 없으니 말이다. 우울증 환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신 분들이라면 읽어 보시길. 그들의 인생에 대해 한층 이해를 넓히실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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