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비밀 구름동동 그림책 54
대미언 하비 글, 코키 폴 그림, 김규태 옮김 / 삐아제어린이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펼쳐보니 그림이 낯익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인데 싶었더니 역시나, 마녀 위니의 저자인 코키 폴이 그린 그림이란다. 그래, 어쩐지 익숙하더라 라면서 반가워했다. 폴 코키라면 일단 이름이 있는 작가이니 내용도 괜찮겠지 싶어서 고른 책, 아이고나, 이 책을 조카에게 읽어주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싶다. 조카가 표지만 보고 퇴짜를 놓은 것에 지극히 안도하고 있다. 왜냐고? 내용이 가히 엽기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조카에게 읽어 주었더라면 마지막 부분에서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 할지 심히 곤란해 했을 것이다. 나는 아직은 마음이 심약한 고모에 불과하니 말이다. 어쩌겠는가. 내 정체성이 그러한 것을... 어쩌면 아이는 이런 내용들을 무난하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서도, 나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런 정도의 책을 읽어주려면 아마도 조카가 10살은 되어야 할 듯 싶다. 그 정도는 되야지나 내가 감당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조카에게 나쁜 것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감당 말이다.


내용은 ...그림체만큼이나 엽기적이다. 마녀 위니를 위시해서 코키 폴의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난 아무리 좋아하려고 해도 별로다. 유머 감각이 있다는 점에서는 만족할만 하지만 종종 내용이 이상한 쪽으로 튄다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할까. 아무도 그것에 대해 뭐라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이상하고 말이다. 아마도 내가 유난하게 예민하게 구는 것일지도. 하여간 그 유난한 예민에 불을 지피고 그럼 그렇지! 하고 내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져 주게 만든 책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이다. 내용은 이렇다. 친한 친구 사이였던 개구리와 달팽이에게 왕궁의 요리사가 찾아온다. 요리사 왈, 곧 왕의 생일이 다가오는데,  특별한 요리를 위해 도와줄 친구를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왕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던 개구리와 달팽이는 흥분을 하게 된다. 왕을 도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리사가 필요한 친구는 하나뿐인데, 경쟁자는 둘, 해서 개구리와 달팽이는 달리기 시합을 벌이기로 한다. 문제는 한때 개구리도 잘 달리기는 했지만 이젠 늙어서 예전만 못하다는 것, 하지만 자존심만은 여전한 개구리는 자신이 우승할 것이라고 큰소리 땅땅 친다. 결국 벌어진 시합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그리고 이긴 자가 왕에게 도아줄 일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심 책을 보시길...


내가 이 책이 호러라고 생각한 것은 왕을 돕기 위해 자진해서 나선 두 동물의 마음이 결국엔 배신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둘은 진심으로 왕을 돕길 원했고,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시합에 임한 것이었다. 결국 우정을 위해 양보를 한 달팽이가 지긴 했지만서도, 그 시합 자체의 순수함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본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은...설마 진짜 이런 내용인거야?라고 비명을 지르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동화책인데 굳이 이렇게 썼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늑대의 배를 가르는 장면이 나오는 돼지 세마리 책을 생각해 보면 동화책이라고 해서 현실을 왜곡한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르겠다 .과연 이 책을 읽어주었다면 조카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그 아이는 나만큼 식겁하지 않았을지도. 왜냐면 나는 어른이라서 이 책의 내용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지만, 세상 물정이 아직은 어두운 조카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 면이 없진 않지만서도, 그럼에도 난 이책을 조카에게 읽히지 않으련다. 아직까진 반전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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