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 - 내 인생의 풀리지 않는 의문들 그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미라 커센바움 지음, 김정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의 모든 일에는 일어나는 이유가 있고, 곰곰히 그걸 들여다보면 마냥 끔찍한 일들도 사실은 당신을 성장시키려는 우주의 지략이었음을 알게 된다고 설파하는 미라 커센바움의 책이다. 세상은 우주의 유치원이니,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선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나. 뭐, 그런 이야기. 한마디로 이 세상에 아무런 의미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으니, 마냥 슬퍼하지 말고 그 의미를 찾아 나서란 말이다. 그 뜻을 알고나면 더이상 일어난 일에 고통을 당하지 않을 거라는 말씀.


인간은 묘하다. 고통이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그걸 없애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자신에게 그런 고통을 안겨준 일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고, 만약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 노력이 얼마나 철저하고 가혹한지, 인간은 어떤 답이건 간에 명쾌한 설명을 듣기 전까진 벗어나지 못한다. 이 우주는 너무도 자애스러운 곳이라, 당신이 일부러 고통을 당하도록 하지 않는다는게 인간의 생각이다. 하니,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인간은 참으로 순진하고 낙관적인 존재가 아닌가? 자신에게 그렇게 많은 고통을 안겨준 인생에게 그래도 이해를 하려 그렇게 애를 쓰니 말이다.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다 나를 깨우치게 하기 위해 지구가 써놓은 각본이라고, 그러니 나는 그걸 열심히 찾아야 한다고. 그걸 찾으면 더이상 고통에 시달리지는 않을 거라고....이렇게 써놓고 보니,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으로 애처롭네. 꼭 이유없이 엄마에게 맞은 아이가 엄마는 틀릴 리 없으니 뭔가 내게 문제가 있었을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게 없어 보이지 않는가. 뭐, 그건 내 생각이니 쾌념치 마시고...


여기 이 책의 작가 역시 그런 생각이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게 나쁘진 않다.딱히 틀렸다고도 말 못한다. 어느정도는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완전하게 맞는 말이라고도 못하겠다. 지구라는 학교가 당신의 성장을 위해 고통스런 일을 생기게 했고, 그러니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은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한탄하기 보단 그 일에도 이유가 있으니 그 이유를 찾으라는 말에 완전히 동의를 못하겠다는 말이다. 왜냐고?


왜냐면, 사건이란 그저 무작위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일 뿐이라고 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걸 막을 방법은 인간에겐 없다. 사건이란 벌어지게 마련이다.  범죄는 일어나게 마련이고,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해도 그를 영원히 살게하는 방법은 없으며, 이런 저런 질병과 불안에 시달리면서 살아가게 된다. 실패를 할 확률이 성공한 확률보다 월등히 높으며,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살 가능성은 더 높은데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은 그야말로 희박하다.그것이 인생이다. 한마디로 내가 원하던 대로 완벽하게 통제된 삶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있다 해도 진공상태만큼이나 희귀할 것이다. 그런 무작위속에서 사는 우린 , 우리 인생이 내가 바라던 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마냥 한탄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아무리 하소연을 해봐야 나아지는게 없는 것은 물론이고, 불가능에 항의를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곤조를 부려도, 이런 삶이 싫다고 반발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 왜냐면 그게 바로 인생이니까. 우리가 거기서 무엇을 배우건 아니건 간에, 사건들을 벌어지게 마련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개를 떨구고 그저 인생에 항복하는 일밖엔 없는 것인지 모른다. 그렇게 무기력한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라 커센바움은 거기서 물러나지 않는다. 두 손을 불끈 쥐고, 거기엔 이유가 있으니 물러서지 말라고, 그 이유를 잘 찾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면은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 감당하지 못할 엄청난 사건이 터지고 나면 그 충격으로 우린 한동안 정체기를 겪을 수도 있다. 때론 그 충격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한순간에 날려 버리기도 한다. 그것의 가치를 더이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론 의도하지 않게 그간 자신의 마음 속에 숨겨 두었던 두려움이나 슬픔을 날려 버리기도 하고,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때문이다. 이별을 경험하면서 실은 내가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갖가지 미명하에 내 자신을 속여왔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장막이 걷히면서 내가 보지 못한, 내진 보려 하지 않은 진실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성장일 수도 있고, 내가 가야 하는 제대로 된 길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그저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일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린, 고통스런 일을 맞닥뜨렸을때 적어도 그 고통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그리고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 바로 이 저자의 견해다.


그래,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서 그 이유를 곰곰히 따져보면 그렇게 나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고 믿는 것은 좋다. 일단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게 한다. 이렇게 끔찍한 일도, 어떤 의미있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면 견딜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될테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미라 커센바움은 늘 느끼는 것이지만 참 선한 분이신 것 같다. 그녀의 선한 심성이,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그 고통을  줄여주려 노력하다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 않는가 한다. 실은 이런 생각이 그녀만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그녀 전에 C.S 루이스가 말했고, 개리 주커브 역시 더 심오한 철학으로 같은 생각을 피력하셨었다. 어쩌면 그들의 말이 이 저자보단 더 설득력 있게 들려올 것이다. 이해하기 쉽기는 이 책이 더 나을지 모르겠지만서도, 하여간 더할나위 없이 선한 분들인 그들이 그렇게 인간의 고통에 대해 의미를 찾게 해주려는 노력은 감사할 뿐이다. 어떤 이들에겐 이런 사고야 말로 하늘에서 내린 구원의 동아줄처럼 여겨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말이지. 그렇게 이유를 따지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살다보면 말이지, 세상에 모든 일들은 그저 아무런 이유 없이 생겨나기 마련이며, 거기에 이유를 따진다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생각되어질때가 있다. 뭐, 극단의 상황에 이르른 경우에 한정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서도, 하여간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우린 그저 태어났고, 살아있으니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 그리고 이런 의미를 따지는 것이 혹시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우리 뇌의 착각이나 쇄뇌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고 만다. 결국 자신을 기만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뭐, 결과가 좋다면 어떤 것을 믿건 상관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이 책의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자신이 말한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니 나쁠건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그녀의 사고가 나에겐 완벽하게 설득되지 않았다. 


결국 ,작가의 전작에서 보여준 통찰력 때문에 뭔가 보여주겠지 싶은 생각에 든 책인데, 처음으로 그녀에게 실망한 책이 되겠다. 특별하게 이거다 싶은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만의 독특한 시각이랄 것도 없고. 다시 말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게 그녀가 처음은 아니니 말이다. 더군다나 마냥 낙관적인 시각에, 강한 종교성향이 다소 거슬렸다. 뭐, 작가의 말대로 모든 일에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건 좋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일에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고 보긴 힘들다. 그저 모든 일은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게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건, 아무런 방향성 없이 제시되는 것이건간에, 우리 인간이 그 사건 뒤에도 살아남아 여전히 살아남기를 원한다면 아마도 이유를 묻게 되겠지.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 말이다. 거기서 어떤 교훈을 발견하게 되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찾게 된다면 거기에 감사. 하지만 명심할 지어다. 때론 인간의 머리란 매우 교묘해서, 당신을 엉뚱하게 설득하려는 술책을 쓸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작가의 말에 그다지 감동을 받지 않은 것은 어쩜 바로 거기에 있다. 인간이 고통을 피하는 방법에는 단지 이유만 찾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니, 당신이 내린 답이 인생이 당신에게 주려한 교훈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란 참으로 간사하고, 영리해서 말이다, 당신의 마음을 속일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현실을 왜곡하기 위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뇌가 어떤 술수를 쓰는지 알게 된다면 마냥 이렇게 이유가 있으니 찾으로는 한가한 말은 못하지 않을까. 하여간 작가의 낭만적인 낙관에 동의를 할 수 없어 조금은 아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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