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145
윌라 캐더 지음, 윤명옥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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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처상 수상자이자 <나의 안토니오>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윌라 캐더의 책이다. 때는 1950년대, 미국 뉴 멕시코 산타페 성당에 신부가 공석이라는 것을 알게 된 로마 카톨릭 교구는 고민에 빠진다. 그곳에 가서 선교를 할 만한 사람이 마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그들은 새파랗게 젊은 라투르 신부를 파견하기로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꺼릴 만한 곳이지만 라투르 신부는 겸허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1년여에 걸린 여정끝에 간신히 산타페에 도착한 그는 아직 임명장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를 당한다. 당신이 진짜 그 신부인지 어떻게 알겠느냐는 것이다. 하는 수없이 다시 사막을 터벅터벅 가서 임명장을 가져온 그는 이번에는 문제없이 교구를 이어받게 된다. 전임신부로부터 이런 저런 지시사항을 전해 들은 그는 약간은 두려운 마음과 벅찬 심정으로 선교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신부 바일랑 신부까지 뉴멕시코에 합류하자 그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운이 난다. 둘은 우정과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척박한 대지와 이국적인 사막, 인간적인 인디오들과 멕시코 주민들, 그리고 원시적인 멕시코 신부들을 상대해 나간다. 현지 사정에 익숙해짐에 따라 그들의 뉴멕시코에 대한 이해는 깊어만 가는데... 그 둘의 40여년에 걸친 선교활동을 서정적인 필체로 서술해 나간 책이다. 20세기 중반의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실정과 풍광을 마치 눈 앞에서 보는 듯 그려내 보여주는 것이 압권이다. 저자가 산타페 성당의 초대 대주교였던 라미 신부에게 감명을 받아 쓰게 된 책이라고 하는데, 단지 조사를 통해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의 업적과 행보를 사실적으로 구현해 냈다는 점이 놀라웠다.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잊혀져버린 인물들을 생동감있게 살려 냈으니 말이다. 탁월한 상상력도 놀랍지만,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나는 작품이었다. 다만, 종교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분들에겐 다소 생소한 이야기일 수도... 주인공들의 희생과 헌신이 공감은 커녕 이해도 안 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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