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쇼 - 세상을 지켜온 작은 믿음의 소리
제이 엘리슨 지음, 댄 게디먼 엮음, 윤미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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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 Believe....I don't need this book, at all! 읽어보니 내겐 전혀 필요하지 않는 책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각자 자신의 신념을 짧게나마 밝힌 것인데, 쉽게 말해 심하게 영양가 없었단 뜻이다. 다들 유명하거나 나름 그 분야에서 한 가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들이 각자의 경험에 비춰 내린 신념들인데도, 내게 별로 감명깊게 다가오지 않는다는건 뜻밖이었다. 가만히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분량의 짧음와 라디오 쇼에 맞춰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중이 듣는 라디오 쇼를 상대로 심오한 철학이나 개인적인 경험을 논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더불어 만약 내게도 신념에 대해 물어본다면 나 역시도 어물쩍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착한 이야기 하나로 때웠을 수 밖엔 없었을 것이다. 쓰는 당사자는 흥분하며 눈물을 흘렸을지 모르나 읽는 독자가 그러할거라는건 보장 못하는 그런 이야기로 말이다. 하니 여기 나오는 사람들이 대충 이러저러한 한가한 이야기로 지면을 때웠다고 한들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재미없는 것은 글을 쓴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이라는 점도 무시 못할 것이다. 같은 경험을 했다 해도 생동감있거나 드라마틱한 글이 나오길 무리일테니 말이다.물론 필진중엔 작가분들도 있긴 했으나 역시나 그들이 내어놓은 작품에 비해선 밀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하긴 한가한 잡지에 몇 페이지 안되는 분량의 글을 두고 목숨 걸고 쓸 작가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면에서 보면 이 책이 가진 한계는 태생적이지 않는가 싶다. 인생에 대한 밑도 끝도 업는 낙관들, 영웅주의, 미국 지상주의, 기타등등...신념이라는 단어를 말할때 떠오르는 굳은 의지를 떠올리며 책을 읽었는데 그보단 리더스 다이제스트용 정도의 가벼운 신념들에 지나지 않단 인상을 받았다. 도대체 내가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끊은 것은 언제이더냐, 헤아려보니 까마득하다. 이 책을 읽다보니 리더스를 끊은 것도 이해가 간다. 풍파 넘치고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굳은 (?)신념 하나로 버텨낼 수 있다고 믿는건 유치한 생각이니 말이다. 비유를 하자면 태풍 부는데 우산 하나로 견딜 수 있다 믿는 것과 같은 것 아니겠는가. 세상을 제 정신으로 똑바로 살아가기 위해선 복잡한 세상사에 적합한 정교한 통찰이 필요하고, 유연하고 재빠른 상황식 대응법이 필요하다. 하니 세상 사는게 아직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세상은 언제나 선하게 돌아간다 믿는 순진한 청소년들에게나 맞는 책이지 않는가 한다. 추신,예일대 로스쿨 학장이시라는 이민 2세대 고흥주님의 남한과 북한, 그리고 자유를 논하는 글도 있었는데, 읽고보니 그는 그저 미국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혈통이 같다해도 역사와 생활을 같이하지 않는한 결코 우린 같다고 할 수 없다는걸 새삼 떠올리게 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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