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 발터, 아주 특별한 인생을 만나다
발터 로트실드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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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비나 목사나 신부를 하다보면 별별 일을 다 겪게 되는게 당연하지 싶다. 워낙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니, 원컨 원치 않건가에 남의 인생사에 얽혀들어가기 마련인 것 같다. 물론 개개인마다 정도차가 있을 것이고, 또 자신이 겪은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설명하는가 하는 것이 각각의 성격과 성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는 있겠으나, 다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된다는건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 책은 랍비인 발터 로트실드가 자신이 랍비직을 수행하면서 겪은 일들 중 불가사의하거나, 감동 깊거나, 인상적인 경험이었다는 것을 모아 쓴 수필집이다. 2차대전때 독일 나찌에 의해 추방된 유대인들이 영국에 자리잡아 만든 공동체 출신이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은 것이 특징으로,  나찌가 마을에 침입하는 바람에 받을 수 없었던 성년식을 몇 십년이 흐른 뒤 치르고는 이틀 후 홀로 사망했다는 할아버지 이야기, 랍비를 붙들고 늘 자식과 손자 손녀 자랑을 하던 할머니가 사망한 후 실은 자손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란 사연, 가족이 죽었다고 펑펑 울기에 놀란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가보니 애완 고양이라는 사실에 황당해한 사연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것들은 성직자가 아니라면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지 싶다. 다만 신비주의를 싫어한다는 저자가 목욕탕에 살던 귀신을 야단쳤다는 것이나, 기타등등 믿겨지지 않는 불가사의한 일들까지 써 놓은 것은 글의 격을 떨어뜨린게 아닌가 싶었다. 

 

귀신이나 사탄, 영혼의 존재에 대해 자신이 경험한 것을 쓴다는 것은 정말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내가 정말로 겪었다는 말만으로 일반 독자를 설득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자신이 겪은 귀신이나 사탄들을 본대로 느낀대로 분석한대로 쓴 이 랍비 아저씨는 어쩜 순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님, 평소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랍비라면서 우러러 보는 것이 습관이 되다보니, 누군가 자신의 말에 토를 달고 의구심을 제기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거라는 건 생각해 본적도 없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냥 당신이  믿고 싶어해서 귀신이란 환상이 나타난게 아니냐고 묻고 싶었으니까. 그렇다고  그가 경험했던 것들이 마냥 거짓말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별로 신빙성 있게 다가오진 못했다는 말이지. 어쨌거나 이 랍비님, 랍비를 하시면서 특별한 인생들은 많이 만나신 듯은 보였다. 그런 사람들을 다독이실만큼 다정하고 다감한 분이시라는 것도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자동적으로 특별해 지는 것은 아니니...랍비님, 특별한 인생을 많이 만났다고 해도 특별한 책은 못 쓸 수도 있답니다. 넘 실망하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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