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 - 뇌과학과 심리 실험으로 알아보는 남녀의 근본적 차이
바다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남자와 여자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를 뇌과학과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들려 주고 있던 책이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해서 굳이 더 알 필요가 없음에도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저자인 사이먼 배런 때문이었다. 얼마전 읽은 <네모난 못 >에서 자폐아들을 둔 작가가 아들을 더 잘 알기 위해 배런 교수를 만나러 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불안해하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연구해서 얻은 과학적 지식으로 이해시키고 확신시키던 저자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권위란 바로 그런 행동에서 우러나오는게 아니겠는가. 그의 섬세한 마음과 정밀한 과학 정신이 부러운 마음에 집어들었다. 역시나 책도 잘 쓰신다. 하긴 5년동안 열심히 갈고 다듬어 내놓은 책이라니, 왠만하지 않았다고 하면 본인으로썬 부끄러운 일이겠지. 얼마전 읽은 <브레인 섹스>와 똑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굳이 비교해 보자면 이 책이 더 나았다. 통찰력이나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내는 점이나 설득력있게 소재를 다루는 방식등등 독자들에게 이해가 팍팍 오도록 서술하고 있었다.  남녀의 차이에 관한 책을 한 권만 읽으겠다시면 이 책을 추천하는 바다.

 

서론이 길었다. 배런 교수는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되었다는 전제하에 이런 분류를 한다. 여성의 뇌는 공감하기에 적합해진 면 남자의 뇌는 체계화에 적응이 되었다는 것이다. 뇌의 그런 차이는 우리가 흔히 목격하게 되는 남녀의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전화로는 용건만 간단하게 말하는 남자와 2시간도 좋다, 수다떨기에 여념이 없는 여자, 지도를 잘 읽는 남자와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아리송한 여자, 지금 막 출시된 차 기종에 대해 빠삭하게 읊어대는 남자와 지금 방금 만난 사람이라도 친숙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자, 새를 관찰하고 우표와 음반과 오디오를 수집하는 남자와 말 못하는 아기들과 노는데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여자, 수학의 달인인 남성과 육아의 달인인 여성, 뭐 이런 차이가 있다는 것은 굳이 더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아실 것이고, 뇌의 발달 외에 호르몬의 영향에 의해서도 두 성이 달라진다는 것도 아실 거라 본다. 남녀의 성차를 설명하는 책엔 한번씩은 언급이 되어있는 사항이니 궁금하신 분은 직접 읽으시길 바란다.

 

이 책이 다른 책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자폐아를 극단적인 남자의 뇌로 본다는 것이었다. 타인과의 교류가 불가능하고, 타인의 마음을 읽지 못하며, 결여된 공감 능력 대신 뇌를 오로지 체계화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 자폐아의 특징이라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자폐아는 남자 아이들이 많았던 것이나, 여자 자폐아는 종종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이 아귀가 맞아 들어간다. 하지만 이 교수님이 들려 주시려 하는 것은 그래서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고 열등하고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었다. 각자 다 다른 영역에 재능이 있는 것이니 그 다름을 자각하고 서로를 이해했음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었으니 말이다. 성차별이나 장애인 차별이 아닌, 우리의 다름이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다 필요한 자질이라는걸 알아 줬음 한다는 말에 공감의 미소가 흘렀다. 난 한쪽을 편드는 것도, 성에 따라 한가지 능력만이 있다고 말하는게 아니야,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실망해서 울어버릴거야, 라고 선언을 하시던데... 배런 교수님!  울지 마셔요. 한번에 알아 들었으니 말여요. 교수님의 이런 노심초사가, 그리고 다름을 이해하기 보단 백안시 하는 풍토가 언젠가는 한낱 우스운 해프닝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본다.

 

이 책을 보면서 균형잡힌 뇌를 가진 사람이야말로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체계화를 잘하면서 공감까지 잘하는 의사나 건축가, 판사, 정치인을 보기 힘든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던 것이다. 공감능력이 도덕규범하고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는데, 어쩜 얼마전 타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야말로 균형잡힌 뇌를 가진 분이 아니셨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남에게 적용한 도덕을 자신에게도 적용하기란 흔치 않는 일이니 말이다. 소통이 공감이 필요한 시기다. 어디서 그걸 찾아야 할지 갑자기 갑갑해진다.

 

<밑줄 그은 말>

 

공감은 사회적 접착제다. 공감은 당신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알아내고 염려하도록 동기를 불어넣는다. 또 공감은 당신이 자신의 어려운 점만 다른 사람에게 쏟아붓게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묻게 하며, 또 그들이 지원받고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더욱이 공감은 도덕규범의 발달에 틀을 제공한다. 구약 성서에서 어떻게 쓰고 있건, 도덕규범은 사막의 바람 부는 산 위에서 우뚝 선 돌판에 새겨져 있다가 발견된 것이 아니다. 타고난 공감, 동료의식, 동정심을 가진 사람들이 세운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법체계가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 그러한 법 체계는 그저 행동을 조절하지 위한 하나의 시도일뿐이다. 법체계가 도덕규범의 버팀목이 되긴 한다. 그러나 순수한 논리 과정인 체계화하기를 통해 우리가 정의와 부정에 대한 감각까지 갖추기는 어렵다. 역사가 보여 주듯이 논리와 법체계는 독재 정권을, 심지어는 대량학살을 일삼는 정권을 옹호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62

 

강간은 그 정의대로 하면 사람을 공감없이 대하는 것이다. 일부 남성들은 강간에서 성적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는 그들에게 성행위가 친밀하고 호혜적인 관계와 전적으로 무관한 것임을 시사한다....남성의 성적 욕구는 사람의 감정을 완전히 무시하도록 만들 수도 있는가? 분명히 그런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남자들 대부분은 이 정도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만큼 공감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강간이 존재하는걸 보면, 공감 분포의 양쪽 끝에서 공감 능력에 남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감하지 못하는게 강간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강간이 발생하는데 기여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긴 하다.--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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