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 백과사전을 통째로 집어삼킨 남자의 가공할만한 지식탐험
A.J.제이콥스 지음, 표정훈,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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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 그대로 이해하심 된다. 어렵지 않다. 브리태니커 전질을 읽고서 한 권으로 추려 준것이라 보면 되니까... 그럼 백과사전의 축약판이냐 하면 그건 아니고,  이 블러그처럼 브리태니커를 읽고 난 후 리뷰를 썼다고 보심 정확할 것이다. 브리태니커가 워낙 방대한지라 보통 각오 없이는 읽기 힘드니 --  제정신이 아닌란게 더 맞긴 하겠지만서도. -- 그걸 다 읽고 달랑 포스팅 한 개 정도로 끝내기는 좀 서운하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1년 가까이의 시간을 들여 읽어낸 것들이니 리뷰가 책 하나 정도의 분량이 된다해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실은 책 한권 분량도 살짝 넘어간다. 브리태니커 못지 않는 위용을 자랑하는 두께다. 흐흐흐, 적어도 두께가 브리태니커 못지 않다는건 자랑으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어쨌거나 그건 이 저자가 그만큼 할 말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2.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하는 시간에 책을 읽었다면 진작에 다 읽었을 책이다. 이상하게도 이 책은 한번 손에서 놓으면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 읽는데 애를 먹었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이야기가 본인 신변 잡기 위주로 새 버리기 일쑤라는 점과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정보들의 나열이라 다 읽는다해도 읽기전보다 똑똑해질 것 같지 않다는 것 등등...아예 본인의 신변잡기만 쓰던지, 아님 정보만 다루던지 했으면 좋았을거란 불평에 갈등하느라 시간 다 보냈다. 정보만 다뤘다면 안 읽으면 되는 것이고,--어차피 필요 없으니까, 난 이 나이에 별로 더 똑똑해지고픈 생각이 없다. 적어도 백과사전을 통채로 읽어서는 아니다.--신변 잡기만 썼다면 휘리릭 읽으면 됐을테니 시간이 절약됐을 텐데...그런데 이도 저도 아니니, 성격 이상한 사람 만나서 제대로 엮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그닥 유쾌한 독서는 아니었음에도 밀고 나간 이유는, 글쎄, 아무래도 저자가 착해 보여서가 아닐까?

 

3.이 책을 읽다보니 나도 대학생 시절 백과 사전을 읽어 보겠다고 나섰던 기억이 났다. 만 하루만에 끝이 났던가 하루도 못 갔던가 그랬는데, 두 손 두 발 다 들고 집어치운 사연이 아직도 생생하다. 상상력이 부재한 정보만의 나열을 아무런 연결점없이 읽어 내려 가려니 딱 미칠 것 같더라. 이거 철저히 무의미한 짓이 아니고 뭐냐 하면서 서둘러 프로젝트를 포기했더란다.모름지기 백과사전이란 모르는 것이 생겼을때 참고만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위로하면서. 그런데 그걸 이 저자는 해냈단 말이지. 그냥 책들을 1년 내내 읽으라면 못 읽을 거 없다. 10년을 읽으라면 못 읽을까? 100년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백과사전은 보통 책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대단해 보였다. 비록 그가 간간히 불평을 하는 것만으로 그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짐작하긴 곤란하겠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가 남들이 해 내지 못한 일을 해낸 것만은 틀림없었다.

 

4. 브리태니커 전권을 통채로 삼킨 이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똑똑한 아버지와 그보다 더 똑똑한 선조, 그리고 막강 똑똑한 고모와 얄미울 정도로 똑똑한 처남등 온통 똑똑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그 자신의 똑똑함에 주눅 들어 있는 사람이었다.(그렇다고 자의식이 낮은 사람인가 하면 그건 아니니 오핸 마시길.) 어쩜 그가 이런 무모한 백과 사전 다 읽기에 도전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남들이 못하는 것을 시도해 자신의 똑똑함을 증명하는 것... 그런데 실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은 똑똑함때문이 아니다. 내가 못마땅했던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자신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아내를 사랑하고, 아이를 간절히 바라는 가정남에 소아 성애자와 소년병을 혐오하는 도덕주의자, 유머를 적절히 구사할 줄 알고,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사과할 줄 아는데다, 자신이 똑똑한 바보가 아닐까 노심초사하는등...한마디로 괜찮은 남자였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글을 쓸 수 있었으려만, 아마도 똑똑한 집안에 살다보니 그것만을 가지고 글을 쓴다는게 컨닝처럼 느껴졌는가 보다. 개성이란  누구나 있는 자질이니 말이다.

그런데 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 자질은 아무나 갖고 있는게 아니다. 그도 언젠가는 자신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는 날이 오겠지 싶다. 만약 진작에 그랬더라면 독자들로 하여금 이런 고문을 당하게 하진 않았을 텐데 싶지만서도, 어쩌겠는가, 인간은 원래 실수하면서 크는 법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이 책을 읽고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건--지적인 전통이 풍부한 집에서 태어나건 아무런 전통이 없는 집에서 태어나건---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한 권으로 추려진 브리테니커를 읽고 난 소감으로 치자면 너무 엉뚱한가? 어쩜 바로 그것이 이 책의 핵심어 일지도 모르겠다. 엉뚱하게 흘러갈 거라는 것, 그대가 무엇을 읽던지 간에 말이다......그리고 덧붙이자면, 전지는 불가능하니 도전하지 않는게 좋을 거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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