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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ㅣ 케이스릴러
고도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줌인 ㅣ 고도원ㅣ 고즈넉이엔티
"선생님은 좋은 사람 같네요 그럼 선생님, 저랑 게임 하나 하실래요?
문제 하나에 진술 하나. 우리 매일 이 시간에 만나요.
내일 네 시까지 제가 낸 문제의 정답을 가져오면 저는 그 보상으로 한 건의 진술을 하는 거예요."
석희의 아버지는 형사였다. 자신이 맡은 사건을 파헤치다가 엄마와 아빠를 모두 잃은 석희는 외가에 맡겨졌다가 도살장을 운영하는 가정에 입양되었다. 비릿한 냄새를 달고 다니는 석희에게 친구는 없었고 당시 석희는 자신이 겪은 협박을 경찰에 말하지 못하게 하는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고 범죄에 관심이 꽂혀 범죄 수사, 범죄심리, 해부학, 생물학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리고 자신이 형사였던 아빠를 닮았다는 것을 알았다. 뛰어난 운동신경, 범죄자를 감지해내는 눈, 사람을 감시하고 추적하는 데 필요한 집요하고 대범한 성격. 그리고 석희는 타고난 재능을 아빠와는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다. 열일곱 명을 죽였고 그녀는 연쇄살인마가 되었다.
사랑하던 사람이 사라졌고 수영은 끔찍한 일을 겪었고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 알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나왔던 고국에 다시 돌아온 건 부모님의 사망으로 재산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시 만난 박태황.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는 병운을 통해 소개받았다. 대선 1위 후보로 그는 최근 발견한 시체들이 자신의 사람들이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수영은 석희의 상담을 맡게 되었고 석희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석희가 낸 문제를 맞히면 한 건의 진술을 하는 것으로. 수영은 석희의 퀴즈를 공유해서 정답을 수배하자고 제안한다. 수배된 정답을 보는 석희. 대화 중 석희는 수영과 그의 딸 영지에 대해 알고 있는 듯 말을 하고 수영은 영지를 찾아 헤메지만 어디서도 영지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의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고 범인의 내력을 알게 되면 진행되는 이야기는 또 다른 사건 즉 또는 복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미 잡힌 상태에서도 범인은 태연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수사진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 범인은 이미 다음 사건에 대해 치밀하게 거미줄을 다 짜놓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발만 동동거리는 수사진들이 그렇게 무능력해 보일 수가 없고 옛말에 열 경찰이 하나의 도둑을 잡지 못한다더니라는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범죄자가 뭔가 사회적으로 의심이 가거나 악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죽이는 거라면 한 편으로는 언젠가 맞이할 결과였다는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단지 법으로 범죄를 다스려야 하지만 주먹이 앞서는 것인데 은근 우리 인간들의 마음속에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우므로 통쾌할 수도 있다.
석희는 수영을 잡아놓고 스트리밍을 시도하는 대범함을 보인다. 석희가 노리는 다음 주자가 누구인지를 공개적으로 알리는 셈이고 그 상황에 영지를 인질 삼아 수영을 이용하는 대범함이 바로 <줌인>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마치 히어로물처럼 석희를 악인들을 처단하는 영웅으로 만드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 마음속 한편에 있던 대리만족을 채워주는 것이다. <줌인>은 석희의 치밀한 계획들이 드러나는 순간순간이 놀랍고 범죄자를 범죄자들의 방식대로 처단해 한바탕 소탕작전이 이뤄진 듯하다.
사형 판결을 앞둔 석희와의 심리 대결 속 자신의 딸의 안전과 열여덟 번째 희생자가 될 그 누군가의 안위를 걸고 교감과 반감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두 여성의 첨예한 대치 전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줌인>은 충분히 흥미로우며 처음 접하는 K스릴러가 생각보다 꽤 탄탄한 줄거리와 구성으로 다른 K스릴러에 대한 관심까지 생겨난다. 올 여름 K스릴러로 열대야를 식혀도 좋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