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장 보델 외 지음, 김찬자 외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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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 ㅣ 장 보델 ㅣ 지식을만드는지식







파블리오는 '웃음을 주는 짧은 이야기'이다. 중세 프랑스 12~13세기에 유행했다고 하는데 엄선된 이야기 20편을 묶어 <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으로 출간되었다. 20편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주된 등장인물이 성직자, 즉 신부라는 것이다. 파블리오는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지어낸 이야기로 당시에 권력을 지닌 자가 누구인가를 말해주며 또한 권력자가 민중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이야기다. 신부는 주로 돈에 욕심을 내거나 다른 이의 여자를 탐내는 탐욕자로 등장한다. 인정머리 없거나 자신의 돈을 이용해 여자의 성을 사려는 비뚤어진 성직자의 모습들을 담고 있어 민중들이 그들의 못된 행동을 이야기로 엮어 해학적으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파블리오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웃음을 주는데 이 웃음의 대상자는 바로 신부들이다. 이야기는 주로 계략을 통해 이 신부들을 골탕 먹임으로서 민중들은 통쾌함과 고소함을 느낀다. 12~13세기에 유행했으니까 이야기는 세련되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생활, 주로 의복, 음식 등으로 생활상이 나타나고 인간의 본성과 욕망, 쾌락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비교적 짧게 구성된 이야기들은 인과관계에 의해 진행되고 고도의 계략은 아니지만 잔꾀를 부려 욕망을 추구하려 하고 위기를 모면해 도리어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읽다 보면 웃게 되고 놀라기도 하는 파블리오는 당시 중세의 오락거리 중에 하나였을 듯하다. 이야기들은 거침이 없고 당시 12~13세기에 여성의 위치가 어디쯤에 있는지도 알 수 있다. 파블리오 속 표현을 예로 들어보면 '여자란 태초부터 사악하기 때문에 현명한 남자들을 속이는 데 탁월하답니다.' 라는 표현이나 전체적으로 파블리오 속에서는 여성은 계략적이고 누군가를 속이는데 본능적인 능력을 갖춘 생명체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신부는 탐욕스러운 존재로 표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꿩>이란 파블리오에서는 두 마리의 꿩을 욕심내 다 먹어치운 부인이 남편에게 사제가 꿩을 가지고 달아났다고 거짓말을 하며 사제와 남편 모두에게 거짓을 얘기해 욕심도 채우고 남편의 오해로부터 벗어난다. 결국 이야기는 '여자란 거짓을 참으로 참을 거짓으로 바꿀 수 있는 사기 본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답니다.'라고 이야기를 맺는다.




"빌어먹을! 신부가 나를 보자마자 내가 자기를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자기한테 꿩을 보여 달라고 사정했어요. 자기는 꿩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내가 꿩을 따뜻하게 보관해 둔 곳으로 신부를 데려갔어요. 그랬더니 신부가 갑자기 꿩을 가지고 달아났어요. 난 신부를 계속 따라 갈 수 없어서 당신을 급하게 불렀던 거죠."

"부인, 성인 아망의 이름으로 저는 부인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 없군요. 참으로 오랫동안 부인을 사모하고 있었거든요."
"그럼 저에게 납부금을 가져오셔야 해요."

"부인, 제가 부인을 유혹한다면, 부인을 얻을 수 있을까요?"

"부인, 제발 제 말씀 좀 들어 주세요. 제가 오래전부터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제 그 비밀을 털어놓겠습니다. 부인의 예쁜 딸이 제 심장을 강타하고 빼앗아 갔어요. 부인께서 허락하신다면 따님하고 하룻밤만 같이 있고 싶어요. 따님이 보석처럼 귀하다는 것은 잘 알지만 내게 두둑한 돈주머니가 있어요."


파블리오에는 감춤이나 은유, 에둘러의 표현은 하지 않는다. 대놓고 성직자를 탐욕자로 만들고 서슴없이 욕망을 드러내며 가차없이 복수하는 모습들에서 민중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듯하다. 시대적 일상이 느껴지는 파블리오는 성직자나 여자, 속기만 하는 남자들도 모두 한바탕 웃고 즐길 수 있는 옛날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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