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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문화사 - 매너라는 형식 뒤에 숨겨진 짧고 유쾌한 역사
아리 투루넨.마르쿠스 파르타넨 지음, 이지윤 옮김 / 지식너머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사전적인 정의에서 접근한다면, 이른바 '매너'란 동양의 예절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 책속에 드러난 매너의 본질을 알아가면서, 결과적으로 나는 오롯이 서양 본연의 가치관에서 파생된 경계의 모습을 바라보고, 또 그것이 인간으로서 요구되는 하나의 소양이 되기까지의 그 과정을 이해하면서, 상당히 그 역사를 넘어 문화에 이르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다 여긴다.
이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양)매너란 그 나름 이기적인 욕망에 기대어 탄생된 '매우 세속적인 가치관'에 가깝다. 그도 그럴것이 예법을 강조하고 또 그것을 도덕적 가치로 끌어올린 동양과는 다르게, 매너는 그 처음부터 신분의 경계를 나누고 또 이른바 '신들의 종족'으로서 요구되는 어떠한 행동가짐이나 사고방식을 형성하고 축척한 것이 매너로서 살아남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책 속에는 이른바 '기사도' 또는 '매너(허세)'의 광분기로 이해되는 중세에서 근대, 현대로 이어오기 까지 그 매너가 그 사회에 있어서 어떠한 방향으로 변하고 또 받아들여지게 되었는가? 에 대하여 보다 세세히 독자들에게 드러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만약 여러분들이 매우 고급스러운 서양요리를 마주할 기회를 얻게 된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라. 그야말로 매우 엄격한 드레스 코트가 적용되고, 수십가지의 식기가 나열되어 있으며, 웨이터들이 생전 접해보지도 못했던 식재료를 들먹이며 요리를 내오고, 심지어는 합석한 모든 사람들이 '플라톤에서 프로이트'까지 저마다의 소양(또는 지식)을 뽑내기에 바쁜 대화만을 오간다면? 이에 적어나 '나'라면 그 식사에 얼마가 들었든 일 초라도 그 장소를 벗어나고픈 생각을 품었을 것이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오늘날의 세상은 신권주의의 중세도 아니고, 또 신사 숙녀로서의 명예와 신분이 우선되었던 빅토리아 시대도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너의 본질은 지금도 살아있다. 비록 그 엄격한 '행위'는 시대에 발맞추어 사라졌지만, 지금도 소위 식사 뿐만이 아닌, 공동체 속에서의 매너, 개인 스스로의 매너 등 그 모든것의 핵심에는 분명'어울림'이 아닌 '자기과신'의 가치가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인간의 기나긴 역사에 있어서도 '매너'는 분명 수많은 왜곡된 정신을 낳았다. 아니... 서양의 역사와 함께, 매너 또한 쉽사리 그 편한대로 휘둘어져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과거 서양인들은 자신을 제외한 '민족'에게는 '영혼'이 없다 주장했다. 자신들의 사고방식, 자신들이 믿는 신, 자신들이 형성한 '매너'를 모르는 자들이 어떻게 고귀한 문명에 속해있다 여길 수 있는가? 때문에 이와 같은 의식을 등에 업고 그들이 써내려간 피의 역사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현대의 매너는 이제 '끼리끼리'의 때를 벗어던지려는 과정을 겪고있다. 심지어 선진국의 문화 그 자체가 정의인 양 무조건 따라하기에 바빴던 과거 아버지들의 시대도 지나갔고, 이제 이 땅의 매너 또한 동.서양이 뒤섞인 전혀 다른 가치의 매너가 만들어졌다 믿고있다. 때문에 앞으로의 매너 또한 '왜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가?' 에 대한 보다 더 현대적인 가치를 녹여내야 마땅하다.
"나는 너희들과 달라" "신분 자체가 틀려" "이렇게 하라 교육받았으니까"
이제 더 이상 위의 가치관을 통해 매너를 표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예절, 도덕, 윤리, 매너... 이에 이 모든 것에 대한 핵심은 보다 조화로운 사회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방법이자 수단이라는 것에 있다. 때문에 방법에 짖눌리지말지어다! 이제 이 세상의 야만이란 단순히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 못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굴레 얽매어 자기 말과 행동만 하는 '민폐' 에서 더욱 더 드러나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