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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평점 :
여름이 되면 하나 둘씩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그 이름은 '공포소설' 이라 한다. 때문에 나는
소위 더위를 식히려는 목적으로 이러한 장르를 '계절한정' 으로 즐기는데, 그중 일본의 공포소
설은 대부분 미지의 존재가 아닌 인간 그 특유의 잔인함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많다고 느껴지
는 일면이 있다.
과거 '코' 뿐만이 아니라, 이 책 '남의 일' 까지 이 책들이 표현하는 공포는 사회속에서 살아가
는 인간 그 특유의 잔인함 이다. 그러나 좀비, 귀신, 괴물을 떠나서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내
용은 분명 공포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사회파 소설의 영역에도 속하는 것이기에, 나는 이 책에
서 순수한 공포가 아니라, 사회인으로서의 공감과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재확인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문제는 이러한 교훈은 물론 소중한 것이지만, 본래의 목적 즉 오싹한 공포를 맛보고
싶다는 목적의 달성에는 실패해 소위 꿩대신 닭을 먹은 듯한 찜찜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책 속에 녹아든 메시지는 분명히 무섭다. 특히 나는 많은 단편들 중에서, '인간실격'
그리고 '레저레는 무서워' 이 두 개의 단편에 깊은 충격을 받았는데, 이 두편이 지니는 메시지
는 바로 '약한자를 향한 인간의 공격본능' 이다. 조금 풀어놓자면, 단편 '레제레는 무서워' 에
선 학교에 퍼지기 시작한 '레제레의 폭거' 그리고 그것를 두려워 하는 약자들의 자살예고로 인
해서 어른들이 그 나름대로 해결책을 찿고 또 학생들의 자살을 막으려는 여러가지 노력과 그
결과가 그려져 있다. 그러나 악으로 인식되던 레제레의 정체가 바로 '약자' 그 자체 였다. '
자살예고자' 그들은 부모가 없는 편모,편부가정, 그리고 가난한 처지로 장학금을 받는 학생 등
등 스스로 어려움을 딛고 자수성가 하려는 소수의 뛰어난 학생을 찍어 누르기 위해서 '평범한
다수의 학생' '뜻있는 학생일동' 을 조직하고 또 '레제레 프로젝트'를 진행시켜 그 소수의 인권
그리고 생명까지 앗아간다.
그들은 하급자가 자신들을 치고 올라가는 현실을 폭력이라 정의했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
레제레' 들을 향해서 너는 악이다 일갈하기도 한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쓰레기가 없어져 모두들 생기가 넘칩니다. 우리는 수
험생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더라도 같은 수준의 친구들과 하고 싶습니다. 후
카쓰처럼 아래계급 인간에세 추월당하는 건 생각만해도 오싹합니다. 죽고 싶어질 겁
니다. 그야말로 폭력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녀석을 죽이기로 했습니다. (중략)
제레제 작전 완료!!"
이렇듯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계급, 신분, 재산 등의 차이가 존재하며, 그것은 인간을 넘어
가치관을 판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 버렸다. 인간보다는 그 배경을 사랑하고, 높은 자리
에 있는자가 아래의 인간을 깔보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조소하며 그의 희망을 박살
내고, 사회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불태워 세상에 증오를 뿌리는 많은 사람들이 벌이는 범죄와
그 잔인함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이 소설의 내용은 인간 그 스스로가 창조한 더러움과 추악
함을 농축한 하나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것이였다. 실제로 이 소설의 저자는 많은 단편들
의 소재거리를 '신문기사' 에서 찾았다 기록한다. 아마도 그에게 있어 이 세상은 굳이 귀신
과 같은 미지의 존재에 의지하지 않아도, 충분히 무섭고 또 두려운 가치의 것으로 느껴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