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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좀비 탐정록
김재성 지음 / 홈즈 / 2015년 7월
평점 :
일본치하 속의 경성(서울)에 나타난 좀비의 정체... 이렇게 이 책에 등장한 좀비와 그것을 해결
하려는 인간의 투쟁의 이야기는 솔직히 다른 소설이나, 헐리우드 영화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
익숙한' 소재거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는 좀비물을 자기만의 독특한 표현을 이용해 가장
한국적인 좀비(공포) 소설을 지었는데, 특히 나는 이 소설중에서, 당시 시민과 나라를 지켜야
하는 책임을 가진 일본경찰과 군부가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하는가? 하는데 조금 흥미를 드러
냈지만, 역시나 소설속의 일본군은 오로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 경성 그리고 그 속의 조선
인들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하는 비정함을 드러내,소위 한국인이 생각하는 '일제시대' 의 가장
상식적인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경성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은 조선인, 즉 셜록홈즈
를 생각나게 하는 치과의사 '민치우' 와 유령기자 '김 산'의 몫이다. 그들은 무책임한 일본경
찰과는 다르게, 경성에 드러나는 많은 사건의 조짐과 그 원인을 밝히는 활약을 벌인다. 특
히 '셜로키언'을 추구하는 저자답게 민치우는 치의학과 골상학을 비롯한 의학적 지식과, 타고
난 추리력으로 수수께끼의 살인사건을 추리하며, 경성의 평화에 큰 공헌을 하는 숨은 탐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주 731부대에서 유출된 좀비바이러스는 인간들의 탐욕과
야심으로 인해서, 결국 민간 여기저기에 퍼져 경성을 피바다로 만들고 말았다. 때문에 민치
우와 김산은 좀비를 피해 조선 동포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분투하며, 특히 무기와 병력을
동원해 조선인을 '인간 울타리'로 써먹으려는 일본의 음모에도 맞서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이
게 되는데...
이렇게 이 소설에는 좀비를 비롯해 인간조차도 주인공과 그 속의 세계를 위협하는 큰 장애물
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 책이 기존의 좀비물과 다른것은 좀비 그 자체가 그 몸 속에 '인격'을
숨기고 또 어떠한 계기로 그것을 드러내는데 있다고 하겠다. 실제로 억울하게 좀비가 된 서대
문형무소의 광복군 죄수들이나, 조선인이였던 좀비들은 소위 어떠한 조건으로 각성해 '애국심'
을 드러내며, 주변의 좀비를 스스로 제거하는 구원의 첨병이 된다. 일본이 내놓은 실책, 일
본의 잔인함, 일본의 무정함을 희생으로 해결하는 조선인의 의기와 애달픔... 이렇게 소설속의
조선인 좀비는 죽어서도 조선인이였다는 일종의 민족적 자긍심을 표현하는 중요한 케릭터였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은 어떻게 보면, 반일의 교훈 뿐만이 아니라, 국수주의적 의미를 가진 교훈
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실제 아마 저자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조
건적인 일본 혐오의 모습이 아니라, 실제 일제시대를 살아갔던 많은 조선인의 한 '죽어서도 성
불하지 못한' 광복군과 독립운동가들의 의지를 픽션이나마 표현하고 싶은것이 아니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