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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유고집 복각본 - 윤동주가 직접 뽑은 윤동주 시 선집
윤동주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기본교육'까지 마친 사람이라면... 결국 윤동주라는 인물과 함께, 그 시의 내면에 담긴 항일정신(저항시)에 대하여 모를 수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와 같이 굳이 (일부러) 교과서를 넘어 '윤동주의 시'를 접한다는 것은 보다 해당 시인이 느꼈을 시대적 불안과 분노 만이 아닌, 한 시대의 젊은이가 지니고 있었던 순수한 문학적 감수성과 창의적 열망에 대한 것까지 마주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해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이 책은 위의 목적에 더해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각설하고 스스로가 '굿즈'라고 주장하는 것에 걸맞게 책의 이미지와 소재, 또는 구성 자체가 과거 윤동주가 시집을 지었던 시대에 걸맞는 예스러운 감성을 이끌어낸다. 특히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것은 책의 후반에 드러난 윤동주의 문학적 유산이 오늘날 어떻게 살아남아 이와 같은 책으로 다시 엮어낼 수 있었는가에 대한 기록이였다. 실제로 윤동주 스스로가 젊은 나이에 일제에 의하여 옥사했기에, 그가 남긴 기록 또한 여러 인물들의 손을 거치며 분실되기 일쑤었고, 더욱이 불온서적으로서 다루어진 탓에 결국 그의 친족을 포함한 다른 이해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의 문학적 작품 대부분은 세월이라는 단어 앞에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출판을 포기한 윤동주는 (...) 정병욱은 학병으로 징용당해 나아가면서 필사본의 중요성을 어머니에게 단단히 일러 보관을 부탁했다. (...) 윤동주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고 이교수는 필사본을 분실했기 때문에 이 필사본이 (...) 유고집의 원고가 되었다.
각설하고 나름 국한문 혼용체라는 '과도기적 시대?'를 거친 사람으로서, 이 예스러운 책은 오랜만에 마주하는 형태의 서적이자 이전 학생시절의 기억을 끄접어내게 해주는 책으로도 이해된다. 그러나 이후 현대의 젊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 책은 그 나름의 개성적인 굿즈로 이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용을 이해하고자 하는 정성과 노력이 더해진다면 스스로 한문사전을 뒤적일수도 있고,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는 수고를 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나아가, 당시 국어와 한문이 함께 쓰여지던 시대... 아니 그 이전에 한국어인 한국 자체가 쓰이기를 금지당하고 있던 시대가 있었음을 뒤돌아보게 되었을때! 그 시대의 과도기 속에서 한 젊은이가 스스로의 감정으로 토해낸 시가 남아 오늘날 어떠한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면, 이에 윤동주의 문학적 가치는 이 책의 모습만큼이나 예스럽지만 아름다운 형태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감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