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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 간신론 ㅣ 간신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12월
평점 :
문득 생각해보면 과거 왕정시대에 존재했던 간신들의 모습이 '과연 현대의 시대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삼국지의 가장 유명한 십상시의 경우에는 황제의 권위라는 그림자에 숨어 실질적으로 권력을 독점한 '국정농단'의 주역이였지만, 적어도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있어서, (이전)국정농단의 주인공들은 언론의 힘과 법률이 정한 '정의'에 입각하여 그 나름대로 대가를 치루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막연히 기대어 온 '정의'가 순간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독자 스스로가 현재 사회에 암약하는 간악함에 무지하거나, 표면적으로 드러난 위선에 안심하며, 간신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그들의 권력이 부여되는 것을 용인하게 될 경우 결국 현대의 간신들은 이 대한민국의 사회와 국가의 운명을 두고 개인의 권력과 부를 탐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과거의 간신들과 그들의 특성을 보고 학습하는 일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미래의 정의로운 사회를 지키는데 필요한 양식(상식)과 눈높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생각된다.
실제로 책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일부 내용 속에는 오늘날의 어떤 정치적 이슈와, 정치 속에서 다루어지는 권력다툼의 면모를 보고, 이를 경고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과 같은 감상을 준다. 물론 세세하게 어떠한 인물이나 단체가 간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세세한 비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이 뛰어난 능력를 갖추고, 또 그에 따른 직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의 영역에서 스스로의 아심과 만족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첫째로 삼는다면, 바로 그것이 현대의 간신이라 할 만하다 할 것이다.
결국 개인이 스스로의 성공과 야심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상식이라 해도, 적어도 공공의 이익과 사회 구성원의 대표로서, 개인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그들'의 입장과 의무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간신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교묘하게 변화시킨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공고히 하고, 법률의 해석을 모호하게 만들어 개인과 공인의 경계를 무너뜨리거나, 행동의 영역을 확장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을 서슴치 않으려 한다. 더욱이 최종적으로 언론과 법률 등을 권력에 유리하게 바꾸어 그에 따른 영향력을 향유하려는 존재가 있다면... 그들이야 말로 과거와 21세기를 이어 계속해서 국가 공동체를 좀먹는 가장 대표적인 간신배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