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말
최민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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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읽기 시작했는데 멈출 수 없었다. 절제가 돋보이는 사회파 좀비소설. 면역자, 보균자, 시체로 나눠지는 종말의 미래는 계급사회보다는 고착화된 신분사회다. 작가는 세계가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삶의 주동기는 도덕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감상주의를 잘 돌파하는 냉정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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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의 형태 - 1967년부터 역사의 종언까지
월터 벤 마이클스 지음, 차동호 옮김 / 앨피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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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체성 정치의 시대고, 정체성 문학의 시대다. 소수자, 인권, 페미니즘, 정치적 올바름, 요컨대 타자성에 정향된 정치이고 그러한 문학이 또한 대세다. 저자의 의도보다 그것을 읽는 독자의 반응이 더 중요하고 가치있는 시대가 되었다. 작품은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만일 그것이 독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면 작가와 함께 비난받거나 폐기될 수도 있는 '경험'으로 간주된다. 옳고 그르냐보다는 취향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한마디로 나쁜 취향만 생산되는 시대이기에. 이론의 여지가 없는 현상처럼, 전혀 낯설고 새로운 현상처럼, 적극적으로 환영할 만한 현상처럼 보이기도 한다(누가 소수자, 페미니즘, 인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당신이 혐오주의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어떤 경우에는 이에 대해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자마자 즉시 타자의 정체성을 사랑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반동적인 백래쉬의 물결에 동참하는 것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그렇지만 당장 시시비비를 따져 묻기보다는 왜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문제틀을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매우 중요한 책이다. 물론 미국의 경험이 한국의 그것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의 질문처럼 불평등보다 정체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곰곰이 더 따져봐야 하겠다. 그렇지만 이 책이 지금 읽혀져야 하는 것은 맞다. 다소 난해한 구석이 많고 사례로 분석하는 작품들도 생소하긴 하지만 여러번 저자의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곱씹을 필요가 있다. 그의 다른 책도 소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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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 - 어두침침하고 우울하게 내리는 긴 장맛비
백민석 지음 / 예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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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아래 댓글평 같은 건 쓰레기처럼 차고 넘치니 얼마든지 무시해도 좋다. <수림>은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몸과 마음의 묵시록이라고 할만 하다. 정신줄 한순간에 놓아버리는 위태위태한 인물들의 행적을 묘사하는 문장은 서늘하고 스산하다. 지난 일년 사이에 읽었던 소설집들 중에서 가히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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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
페터 슬로터다이크 지음, 이덕임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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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분노에 대한 책이 오타와 비문으로 분노를 유발하는 책이 되어버렸다. 게오르그 루카치를 게오르그 루카스로, 알베르 카뮈를 알베르트 카뮈 등으로 적고, 문장이 되다만 비문도 수두룩. 좋은 책을 이렇게 만들어버리면 어쩝니까. 개정판 찍을 수 있으면 교정 좀 제대로 보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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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콜 2017-05-25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죄르지 루카치로 표기하는 게 보다 정확하겠죠. 조르주니 죄르주는 듣보네요. 그 정도도 모르고 일반적으로 많이 표기하는 게오르그 루카치라고 한 건 아니네요. 슬로터다이크 책을 직접 보세요. 수십개의 오기를 만날 수 있을테니. 도대체 게오르그 루카치가 알베르트 카뮈만큼 오기인가요? 괴상하군요.
 
성화 SIC 시리즈 3
슬라보예 지젝.레나타 살레츨 외 엮음, 라깡정신분석연구회 옮김 / 인간사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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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sic시리즈 국내번역본은 최악. 세권 모두. 도대체 이게 한글 맞아요. 처음에는 비극적 증상symptom이려니 했는데 갈수록 희극적 징환sinthome. sic이 아니라 sick이다. sick인줄도 모르고 sic을 너무도 사랑하시는 k. 그나마 괜찮은 역자가 한둘 있다. 그분(들)에게 전체 번역을 맡기든가, 제발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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