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기 전엔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뭐 별거 있을까?? 너무 뻔한 영화 아니야??
대다수의 한국 코미디영화는 초반은 코믹, 후반은 감동이라는 공식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죠. 이 구도가 관객들에게 먹히자, 이런 류의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하지만 계속 똑같은 식의 구조를 띄는 영화가 나오다보니 관객들 입맛에 너무나 식상해졌고, 억지로 그 공식에 맞추려다 보니 앞뒤 이야기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영화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도 그런 공식에 나름 충실하게 따르고 있고요.
88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였지만 그 때의 부상으로 운동을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이지봉 선수가 시골의 한 여중학교 역도부 코치로 내려오게 됩니다. 처음엔 열의가 없었지만 소녀아이들의 열정을 보고 그는 훌륭한 체육 교사로 거듭나게 돼요. 그 지도 과정에선 코믹함이 잘 묻어나 있습니다. 결국 초보 시골소녀들이 이지봉 선생의 지도하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게 되는 이야기로 진행이 되는 과정은 감동이 드러나있고요. 그 이후 눈물을 짜내는 신파적인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이지봉 선수를 시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다른 코치밑으로 들어가게 되어버린 소녀들의 이야기와 이지봉 선수의 운명이 나오면서 관객이 눈물을 흘리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식상한 구조와 예측가능한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공감을 자아내도록 여러 요소를 잘 조합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범수씨를 비롯한 주요 배우진들이 뛰어나면서 멋진 연기를 보이고 있어서 각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고 주인공 이지봉 선생과 시골소녀들을 응원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각 캐릭터의 모습이 확실하며 개성도 있고 사투리 연기도 썩 잘 어울려요.
그리고 비인기 종목에 대한 설움, 폭력선생, 체육특기자의 고정관념 등 우리 현실 세계의 뒷모습을 비록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수위를 잘 조절해서 어떨 땐 코믹하게 어떨 땐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요소입니다. 다소 후반으로 갈수록 작위적으로 신파로 끌고간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썩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물론 사람마다 이 부분을 받아들이는 정도는 다를 순 있겠지만요.
비록 역도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는 하지만 실제 역도 경기 장면의 비중은 크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기는 합니다.
게다가 역도 경기에서의 긴장감을 잘 보여주고 있지도 않고요. 역도 경기가 축구나 야구처럼 상대 선수와 동시에 겨루는 종목은 아니지만 그 나름의 긴장감과 묘미는 있다고 생각해요. 1차 기회에서 무게를 얼마나 적어내느냐에 따라 기선제압을 할 수도 있을 테고 상대선수에게 부담감을 심어줄 수 있죠. 게다가 마지막 3차 기회에서 무리해서 역전의 기회를 삼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찌보면 비등비등한 실력이라면 상대 선수와의 눈치싸움도 한몫을 하게 될 거에요. 이런 점은 핸드볼 종목을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비슷한 면이기도 합니다. 도대회나 올림픽이나 역도 경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과정에 감동을 실어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베이징 올림픽에서 영자의 장면이 여운을 남기며 끝낸 것이겠죠.
뻔한 구도 속에서 찐한 감동을 찾아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