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찾기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속 주인공 한기준(공유)는 이상주의자입니다. 여행사에서 일을 할 때 고객이 가고자 하는 여행지에서 벌어질 수 있는 나쁜 정보도 숨기지 않고 알려줍니다.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한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후 그가 차린 회사는 바로 '첫사랑 찾기 사무소'입니다. 연출을 맡은 장유정 감독은 한기준이 왜 이 사무소를 차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노력을 합니다. 자그마치 20분 가량동안은 한기준이 회사를 차리게 된 이유를 보여주는데 소비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동창한테 사기를 당할 뻔한 한기준이 경찰소에서 만난 동창생들이 하나같이 첫사랑을 못 잊는 모습을 보아서랍니다. 물론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차리게 된 동기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굳이 구구절절 설명을 할 필요가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어차피 초기 설정인데 그냥 넘어가도 무난했을 겁니다. 게다가 그 설명도 자연스럽기도 않을 뿐더러 작위적인 느낌이 풀풀 나는데 말이죠. 또한 서지우가 첫사랑을 찾게 된 동기 또한 그렇습니다. 자신의 입으로 첫사랑을 찾을 마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찾을 생각이 없지만 그 아버지에게 이끌려 오게 됩니다. 자신의 딸에게 남자를 붙여주려고 하는 아버지가 떠나가버린 첫사랑을 찾으라고 하는 게 과연 자연스러운 일인가요? 반대로 첫사랑은 잊어버리고 앞으로 올 사랑을 위해 남자를 만나라고 부추기는 게 더 자연스럽죠. 

 이 영화에서 나오는 '첫사랑 찾기 사무소'는 결국 사람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결론적으론 우리나라에서의 흥신소에서 하는 일과 겹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멜로로맨스 영화에서 이런 직업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이쁘게 포장하고자 하며 그 일에 대해선 은근슬쩍 넘어갑니다. 처음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여행사 시스템을 이용하여 비행기 탑승객 명단을 구하는 것만 보여주고 나머지 사람을 어떻게 찾았는지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사실 한기준이 어떻게 서지우의 첫사랑을 찾느냐는 이 영화에선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선 한 여자가 두 남자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이지에 대해 줄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옛 사랑이냐 아니면 지금의 사랑이냐를 두고 관객에게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죠. 그에 반해 이 영화는 결말이 다소 뻔해 보입니다. 우선 출연 비중이 확연히 결말이 어떻게 될 지 보여주지 않습니까? 그런 까닭에 이 영화에서 주된 내용은 결국 한기준과 서지우의 좌충우돌 연애이야기입니다. 첫사랑이 누구건 어떻게 찾건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실제 영화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보여주지도 않고요. 심지어는 한기준이 우연히 발견한 주민등록증으로 첫사랑을 찾았다고 말을 함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한기준이 첫사랑을 찾았다고 똑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한기준과 서지우는 성격도 다르고 행동패턴도 정반대인 인물입니다. 한기준이 이상주의자라면 서지우는 현실주의자입니다.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보여주는 듯하죠. 이 둘이 보여주는 충돌이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먹혀드는 건 두 배우의 앙상블이 제법 괜찮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정말 잘 만들어졌다고는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데이트용 영화로는 나름 괜찮단 말이죠.  이 영화에서 주된 갈등 중 하나는 바로 한기준은 서지우의 첫사랑을 찾아주려고 애쓰고 반면 서지우는 첫사랑에게서 도망하고자 하는 겁니다. 첫사랑을 찾아주는 과정이 바로 이 영화의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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