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와 나>, <우리 개 이야기>, <하치 이야기> 등과 같은 영화의 공통점이 무얼까요? 네. 바로 동물이 등장하는 영화라는 겁니다. 외국에서는 반려동물이 등장하거나 주인공인 영화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동물이 메인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여러 개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하지만 한국으로 넘어오면 동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손에 꼽을 정도로 드뭅니다. <마음이>, <각설탕> 정도랄까요. 영화 속에 비중있게 동물을 다루는 한국 영화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바로 얼마 되지 않은 한국형 동물 영화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원 하에 제작된 이 영화는 4명의 감독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4편의 옴니버스식 영화입니다. 각 영화는 서로 독립적으로 전개가 되며 각 감독만의 색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인 <고마워 미안해>는 갑자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딸이 아버지와의 관계와 추억을 되새겨보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아버지가 오랫동안 길러온 '수철이'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다른 3편의 이야기와는 달리 동물의 비중은 상당히 낮아서, 동물이 빠져도 이야기엔 전혀 이상하지 않을 지경입니다.
두번째 이야기 <쭈쭈>는 주인공 노숙자가 특별프로그램으로 분양받은 '쭈쭈'와의 끈끈한 우정을 보여줍니다. 첫번째 에피소드의 깊이있고 찐한 연출과는 달리 다소 투박스럽고 거친 분위기를 내뿜는데, 몇몇 동물을 학대하는 듯한 장면이 등장하여 개인적으론 눈쌀이 찌푸려졌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노숙자에게 개를 분양하는 프로그램이 없는데, 한국에서는 실현성이 없는 설정을 집어넣어 노숙자와의 우정을 다소 무리하게 이끌어낸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집 잃은 혹은 주인이 내다버린 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걸로 하면 더욱 자연스러울텐데 말이죠.
세번째 이야기 <내 동생>은 나머지 이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미는 떨어집니다. 6살 소녀 보은이 친동생처럼 느끼는 강아지 '보리'와 안타깝게 이별한다는 이야기를 너무나 밋밋하게 전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제일 눈길을 끈 점은 바로 강아지를 표현하는 방법일 겁니다.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지만, 마치 반전처럼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 연출이라서 말이죠.
마지막 이 영화를 총지휘한 임순례 감독의 <고양이 키스>는 기본적으론 아버지와 달간의 서투른 관계 회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는 첫번째 에피소드와 비슷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고양이라는 동물이 그 사이 매개체가 되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동네 고양이를 친절하게 돌보는 딸과 그러한 딸을 못마땅하게 보는 아버지의 관계가 서서히 바뀌는 연출이 매우 돗보이며, 그 안의 웃음과 감동이 녹아들어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에피소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