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겨울을 사랑하는 이유는 백 가지쯤 되는데,

1번부터 100번까지가 모두 '눈'이다.

눈에 대한 나의 마음이 

렇게 온전하고 순전하다.


눈이 왜 좋다면

희어서, 

깨끗해서,

고요해서,

녹아서,

사라져서,


눈은 흰색이라기보다 흰빛이다.

그 빛에는 내가 사랑하는 얼굴이 실려 있을 것만 같다.

아무리 멀어도,

다른 세상에 있어도,

그날만은 찾아와

창밖에서 나를 부르겠다는 약속 같다.

그 보이지 않는 약속이 두고두고 눈을 기다리게 한다.


내일은 눈이 녹을 것이다. 

눈은 올 때는 소리가 없지만, 

갈 때는 물소리를 얻는다.


그 소리에 나는 울음을 조금 보탤지도 모르겠다.

괜찮다.

내 마음은 온 우주보다 더 크고,

거기에는 울음의 자리도 넉넉하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한정원 시인의 산문집 '시와 산책 Poetry and Walks' 중에서



https://blog.naver.com/joyhanny/222957685299

눈은 흰색이라기보다 흰빛이다.

그 빛에는 내가 사랑하는 얼굴이 실려 있을 것만 같다.

아무리 멀어도,

다른 세상에 있어도,

그날만은 찾아와

창밖에서 나를 부르겠다는 약속 같다.

그 보이지 않는 약속이 두고두고 눈을 기다리게 한다. - P14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2-12-20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하니님도 이 책을 좋아하시는 군요! 저도 작년에 읽은 책 중에 거의 최애 인 책입니다. 첫문장 부터 너무 좋죠. 오랜만에 귤까먹으며서 들춰봐야게써요오!

하니의 책다방 2022-12-20 16:09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정말 만인의 연인 같은 책이군요🤍 올겨울에 귤 까먹으면서 같이 읽어봐요우리🍊

공쟝쟝 2022-12-20 16:49   좋아요 1 | URL
겨울용 첫 문장인 것❤️‍🔥
 

하루를 살아도
온 세상이 평화롭게
이틀을 살더라도
사흘을 살더라도 평화롭게

그런 날들이
그날들이
영원토록 평화롭게 -


- 김종삼 ‘평화롭게’



✍️🪶🐿🐾🦔🦫🍄🦊🍁🤎




“양로원 뜰마다
고아원 뜰마다 푸르게 하리니
참담한 나날을 사는 그 사람들을
눈물 지우는 어린 것들을
이끌어 주리니
슬기로움을 안겨 주리니
기쁨 주리니”

-김종삼 ‘내가 재벌이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