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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 - 누가 감히 '한다면 하는' 나라 미국을 막아서는가
아브람 노엄 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데이비드 버사미언 인터뷰 / 시대의창 / 2009년 1월
평점 :
무섭다.
이 책을 읽고 덮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정말 자원과 국익을 위해서 미국이 하지 못할 짓이 없구나였다. 물론, 작년 한 해 미국을 바로 보자는 류의 책들을 좀 읽으면서 그동안 무지했던 나의 역사관에 좀 살을 얹기는 했다. 그 책들은 미국이 행한 일들의 이면에 감춰져있던 사실적인 것들에 초점을 맞추고 들추어낸 이야기 들이었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해와 설명은 좀 부족한 듯 싶었다. 그래서 미국이 진짜 나쁜 일을 많이 했구나..까지는 생각해도 왜 그런 악행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통찰과 고민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구성이 촘스키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보니, 질문자로서 궁금한 점을 상세하게 묻고, 대답하고, 또 그 대답에 반박하기도 하는 식이라서 하나의 사건을 다루더라도 그 인과관계를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촘스키에 의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자기들이 원하면 어느 나라나 다 침략한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이스라엘의 예를 들자면, 그들은 미국의 지원을 업고 레바논을 침략하고 점령한다. 자기들이 정해놓은 국익에 따라, 자신들의 국경선을 마음대로 넓혀가는 강대국이라는 그들.. 전쟁을 치러야 하는 자신들만의 변명과 구실도 정말 억지스럽다.
책에서 언급된 알란 더쇼위츠라는 사람이 정확하게 누군지는 모르지만, 레바논 인구의 80% 이상이 헤즈볼라를 지지하기 때문에 레바논 사람은 누구나가 합법적인 공격물이 될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는 사실에서 나는 기가 찰 뿐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현재는 여기저기 벌려놓은 힘자랑에 이제 진퇴양난에 빠졌다.
점점 미국으로부터 벗어나 그들만의 세력을 키우는 시아파 문제를 해결하고 이라크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의 앞으로의 행보가 정말 궁금하기까지 하다.
또 하나, 이 책에서 언급된 9.11테러에 대해 그동안 나 역시도 많은 음모론을 접했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진짜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것에 관한 그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그는 미국이 훨씬 무섭고 잔인한 행보를 하고 있음에도 9.11 같은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에 온 국민의 관심과 에너지를 분산시킴으로써 우리가 더 심각한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9.11이 미국에 의해 자행된 것이 확실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그럴듯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고, 미국 정부 자체도 그다지 강력하게 이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어느 정도 그의 말에 수긍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촘스키의 입장에서 보면 9.11 사태는 미국 정부에 의해 행해지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을 어떤 이익과 목적을 위해 이후 수차례 이용하기는 했다는데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니까.
나는 이 책을 읽는 한 사람의 독자로써 강대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어서 고마울 따름이지만, 평범한 독자 외에 언론인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 촘스키가 말한 내용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미국정부에 보조를 맞춘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미디어법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운 지금 미국정부와 공조해 철저히 진실을 가린 미국 언론들의 행태를 보니,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우리나라의 미래 또한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 혹은 재벌에 의해 통제되고 왜곡되어질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이는 듯하다. 언론과 미디어가 적어도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데 앞장서지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그들에게 전해지기를 빌어본다.
책을 읽다보면, 강대국들, 특히 그들이 주장하는 국익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부담스럽다. 국익을 앞세워 자신들의 입장을 앞세우는 강대국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논리 등 그들만의 기준과 정의로 합리화되고, 국제질서가 개편되어 버리니까.
이제 미국은 오바마의 시대로 새로운 막을 열었다.
촘스키는 오바마 역시 ‘꿈, 희망’이라는 이미지만을 앞세워 당선된 대통령이기에 기대를 크게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오바마가 미국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보고 싶다. 적어도 나에게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