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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ㅣ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는 역시 똑똑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 책에는 각종 심리학적 용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기에 혹시 정신과 의사인가?라는 생각에 작가의 프로필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언급은 없는 것으로 보아 스스로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한 것치고는 대단히 전문적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암으로 죽은 사키에의 장례식 날.
그날 그녀의 남편인 가모 요이치로와 아들 오스케는 사키에를 떠나보내고, 다시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오스케에게 자꾸 이상한 환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장례식 날에도 그랬고, 집 앞에서 엄마 친구인 메구미를 우연히 만난 날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게다가 며칠 후에는 메구미 역시 자살을 하게 되고, 평범한 요이치로와 메구미 두 가족은 그때부터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비밀속에 놓이게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에는 정신병과 관련한 다양한 심리학적 용어가 나오고, 그런 환자들의 증상을 등장인물들에 대입시켜 좀 더 현실감을 높여주고 있기때문에 읽는 이의 시선을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또한 두 가족 사이에 얽힌 인연의 끈을 조금씩 따라가면서 밝혀지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다시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사건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찌보면 그다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 연결되는 것 같은데 마지막에 가서 기막히게 아귀가 맞아 들어가는 것을 보면 작가의 구성력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미스테리 물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작가와 독자의 기 싸움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작가는 최대한 긴장감을 높이면서 끝까지 범인을 숨기고, 독자는 작가가 하나씩 던져주는 작은 단서들을 토대로 마음속으로 추리를 시작한다. 마치 쫒고 쫒기는 형사와 범인처럼.
그런데, 이 책은 솔직히 그런 느낌이 좀 덜했다.
소설 전반부는 이야기의 흐름이 좀 느린 듯하여 긴장감이 떨어지고 후반부에 이르러 갑자기 속도전을 내는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다 그 속도전의 중심에 서 명탐정처럼 지금까지의 사건들을 하나하나씩 풀어나가는 중심인물이 초등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좀 억지스럽지 않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눈을 통해 또 다른 면을 부각시켜 나가는 독특한 전개방식과 묘하게 이가 맞아가는 글의 구성력이 책의 마지막장까지 도저히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반전의 반전을 거쳐 진짜 마지막에 이르러 거친 호흡을 멈추게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색다른 미스테리의 맛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