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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엉뚱하게도 나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이 책의 주인공인 벤자민 버튼의 인생에 나의 삶을 대입시켜가며 공감대를 얻어 보려고 노력했다.
이미 내 가슴 속 밑바닥에는 ‘저런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아’, ‘저렇게 불행한 사람이 있을까?’라는 목소리를 깔아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지금 내 감상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어쩌면 벤자민 버튼이야말로 최고의 삶을 살다 간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서...
70살의 나이로 태어나 점점 젊어져서 급기야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기가 되어버린다는 소재 자체도 참 파격적인데 그 끝에 남는 여운이 생각보다 짙고 깊다.
그러나 한 가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벤자민의 시간이 평범한 사람들과는 엇박자라는 사실에 너무 주목된다는 것이다. 난 이 부분은 의외로 단순하게 받아들였고, 오히려 ‘살아간다’는 의미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70살을 살아온 한 인간의 삶을 찍은 비디오를 천천히 뒤에서부터 돌려본다고 보더라도 벤자민의 삶이 우리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되는 건 어쩌면 나만의 억지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 벤자민은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한명의 당당한 인간이였고,
그가 살아온 삶에는 사랑, 가족, 성공, 좌절, 실패, 아픔...등이 평범한 우리처럼 하나도 빠짐없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이렇게 따져본다면 오히려 그는 우리보다 더 대단한 삶을 살다간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타인과 ‘다른’ 조건 속에서 ‘편견과 차별’ 혹은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갔다면 그것 자체로도 존경을 받을 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도 함께 본 독자라면 책과 영화의 이야기가 많이 다름에 의아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감독과 작가의 시선 속에서 태어난 또 다른 벤자민이기에 또 다른 매력을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원작이 영화처럼 극적인 흐름이나 감동적인 면이 좀 덜하고 어떤 면에서는 밋밋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원작은 또 그 나름대로의 색깔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와 원작을 함께 취하는 것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영화나 원작이나 벤자민 버튼이 자신의 삶을 훌륭히 살다 갔다는 것만은 부인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저작권이 소멸되어서인지 이 작품은 많은 출판사에서 출간을 하여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는데 각각의 책들은 그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노블마인에서 출간한 이 책은 원작에 가장 충실한 그래픽 노블로 재구성되었다는 점이 참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직 벤자민 버튼을 만나보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우선은 원작을 먼저 만나보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새롭게 각색된 면을 보면 어느 순간에 자신만의 벤자민 버튼이 가슴속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아무튼,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책을 만나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받은 좋은 기회였기에 대단히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