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진 타임 Nice Jin Time 1
김진 글.그림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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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6,ooo만 베스트 웹툰이라는 소개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만화 [나이스진타임].
소소한 일상에서 거침없이 웃음을 뽑아낼 줄 아는 작가의 재능에 입이 떡 벌어진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맞아 맞아’하고 120% 공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렇게 공감하는 이유는 바로 나와 당신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나만 이런 좌절을 겪는 것도, 나만 이런 민망함에 얼굴이 빨개지는 게 아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특히나 20,30대라는 작가의 연령대와 맞는 독자들을 주타겟으로 맞추고 일상 다반사를 재미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은 샐러리걸들의 막강한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웹툰이 바로 이 나이스진타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공개 에피소드 [생업]편을 보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즐기며’하던 일이 생업이 되다보니 머릿속에 괴리감이 생기기도 한다는 작가의 고민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다. 담백한 일상 속에서도 실질적인 일에 대한 부담과 걱정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작가에게 오히려 친근함 마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진짜로 좋아하는 일도 ‘취미’가 아닌 ‘생업’이 되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었다. 어릴때는 그런 사람들은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이것도 나이가 들면서 인생을 살아보니 아니더란 말씀. 그래서 난 그녀의 그런 솔직한 고민 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나 보다.

만화책 뒤편에 부록처럼 실린 일러스트와 포토 갤러리는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특히나 언뜻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소품이나 배경들을 찍어 한 마디씩 툭툭 감성을 전달하는 작가의 센스가 심상치 않다. 삶을 살아가는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는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만난 신선한 이 웹툰이 심신이 지친 나를 너무도 즐겁게 위로해 준다.
2편을 기대해보는 설레임이 벌써부터 나를 흥분시키는 나이스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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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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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이야기’라는 책의 홍보문구가 내 시선을 이끌어 쉼 없이 읽어 내려간 책이 바로 김탁환 작가의 [노서아 가비]이다. ‘조선’이라는 단어와 ‘바리스타’라는 단어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도 도저히 성립될 것 같지 않아서 호기심이 더 커졌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 과연 작가는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온 몸으로 공감하고 있는 중이다.

  소설의 배경은 고종이 통치하던 대한제국시대인데 내용과 분위기는 완전 서부활극이라고나 할까? 영리하고 재능 많은데다 손재주와 사기술(?)까지 겸비한 여주인공 따샤와 그가 사랑하는 또 한명의 사기꾼 이반이 펼쳐내는 모험담이 액션영화를 연상케 한다.
존경하는 아버지가 대역죄인이 되는 바람에 홀로 러시아까지 도망가서 살아남기 위한 위험한 사기 기술을 익혀가는 따냐. 대범한 성격에 영민하기까지 하여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사고와 위험에도 목숨을 부지하며 결국 야반도주했던 고국 조선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녀가 고국에서 맡게 될 첫 임무는 더 이상 부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고종황제에게 러시안 커피 노서아 가비를 맛있게 대령하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샤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물론 옵션인 러시아 공사의 스파이 임무도 충실히 이행하면서.
고종은 워낙 커피를 좋아한 커피광이었기 때문에 따샤가 타주는 커피의 깊은 맛에 매료되어 따샤라는 한 인간에게도 깊은 애정을 보이기 시작한다.

내용도 신선하고 재미있지만 글의 흐름이 워낙 빠르게 진행이 되어 책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 든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조선에서 러시아로, 다시 러시아에서 조선으로 넘나드는 동안 펼쳐지는 타샤와 이반의 모험과 활약은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였다.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 그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전개를 이끌어내고 예상치 못한 결과들과 반전들은 읽는 동안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하는 일은 거의 무의미한 일이었다.

저자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소설도 너무 재미나지만 곧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한 층 더 크다. 책을 읽으면서도 스크린의 장면들을 마구마구 상상할 수 있었는데 진짜 영화로 제작되어 만나는 느낌은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이 책에서 내가 만난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샤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어떠한 책에서도 결코 만나보지 못한 독특한 여자 사기꾼 따샤. 앞으로 다시 이런 인물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그녀가 고종에게 매일 바치던 노서아 가비는 진짜 어떤 맛이었을까를 상상하다보니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나를 유혹하는 것 같다. 나만의 노서아 가비를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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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이야기 3 - 세상 속으로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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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당 500여 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지로이야기 1,2부를 읽으면서 나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까맣게 잊었을 정도로 푹 빠져 읽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읽고 싶어지는 책. 지로이야기 시리즈는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그리고 오늘 지로이야기 3부를 마지막으로 이 책과 작별하고 지로와 이별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또 아쉬울 따름이다. 솔직히 처음에 이 책을 접할때는 나의 흥미를 끄는 요소가 거의 없었다. 지로라는 주인공이 그닥 호감가는 인물도 아니었고, 시대배경은 1920~30년대 일본이요 군국주의, 퇴임운동 등 무거운 단어들이 보였기 때문에 내가 과연 3편까지 읽어나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부수적인 이야기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지로라는 한 인간에 대한 정밀하고도 치밀한 심리묘사는 물론, 삶이 계속되는 한 치열한 고민과 통찰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뜨거운 과정들이 너무도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었기 때문에 책이 끌어당기는 흡인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지로와 그의 주변관계 속에서 나의 모습과 내 주변의 모습, 우리의 모습을 말이다.

1,2편이 좀 어린 지로의 이야기로서 개인적인 고민과 환경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3부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도쿄로 간 청년지로가 우애숙이라는 청년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사회와 국가, 사상, 혼란스러운 시국에 눈을 뜨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려고 애쓰는 모습등을 담고 있었다. 더불어 미치에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을 통해 또 다른 열정과 자아를 만나는 순수 청년의 모습도 그려지고 있어서 아련하면서도 풋풋하기까지 했다.
1,2부에서 지로가 아버지 순스케와 학교 선생님에게서 올곧은 교육과 가르침을 받았다면 이 3부에서 만난 청년 지로는 아사쿠라 선생님을 비롯해 우애숙의 여러 숙생들과의 관계에서 또 다른 배움과 교육의 진실을 직접 보고 느끼게 된다. 특히나 오가와라는 숙생에게서 묘한 질투심과 존경심의 이중적인 감정을 오가면서 진정 되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홍역처럼 뜨겁게 방황하는 시간도 갖게 된다.
그렇게 지로는 성장하고 또 성장하고 있었다.

양심의 목소리를 거스르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과 자신에게 맞서 살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한 청년이 바로 지로였다. 나약하고 추한 인간본성이 한번 씩 드러날 때는 화들짝 놀라 뒤늦게 정신을 차리기도 하고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감정 앞에서 인간적으로 고뇌하기도 하는, 또 때로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 자신에게 부드러운 연민을 보내기도 하는 그런 모든 성장과정들을 지켜보는 일이 나는 너무 너무 행복하였다. 그렇게 책을 읽는 동안 바로 옆에서 잘못된 그의 행동에 질타를 하기도 했고 너무도 어른스럽게 변한 모습에서는 박수와 응원을 마음속으로 보내기도 했었다.
이제 그런 지로와 작별을 해야 한다. 이 책을 끝으로 말이다.
이 이야기가 미처 완결되지 못한 것은 남은 이야기를 우리의 인생으로 채워가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남은 숙제를 이제 마쳐야 하는 것이다.

지로가 뜨겁게 자신의 삶을 살아갔던 것처럼 우리 역시도 당당하고 멋진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쓴 작가에게 내가 전하는 진심어린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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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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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라는 애칭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그녀가 새로운 미스터리 소설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언젠가 일본에서 이 책을 원서로 읽은 한 블로거가 우리나라에 제발 소개되기를 바란다고 쓴 글을 읽고 굉장히 읽고 싶었던 차 발간소식을 듣게 되어 여간 기쁘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이미 2000년에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걸 보면 이제와 출간된 일이 다소 늦은감도 없잖아 있지만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으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이럴때면 해외작가의 경우 누군가 번역을 해주지 않으면 절대로 접할 수 없다는 수동적 입장의 독자인 내가 참 싫어진다. 그저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를 고단하게 쳐다보듯 출간소식을 애타게 기다려야 할 수 밖에 없으니까.

이야기의 중심은 염력방화능력을 가진 한 여인이 법의 테두리에서 심판할 수 없는 사람들을 자신이 직접 처단한다는 미스테리한 사건들인데, 그 안에는 사회악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이 묵직하게 깔려있어 재미와 함께 가볍지 않은 고민거리도 안겨준다.
아오키 준코는 자신의 비상한 초능력으로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살해한 범죄자들을 조용히 처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자 경찰 역시 범인을 찾기에 이르고, ‘가디언’이라 불리는 또 다른 집단의 눈에 들게 된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초능력을 통해 악을 처벌하는 일을 자처하는데 이 일을 일종의 ‘전쟁’이라고 칭하며 아오키 준코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범죄자들을 처단한다. 그래서 처음 준코가 가노 히토시를 살해할 당시 아무 죄 없는 그의 여자친구를 죽였던 일을 괴로워 할 때도 전쟁이기 때문에 비전투원도 희생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악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했다.

범죄자를 처단했기 때문에 그 일을 행함에 있어 선의의 피해자는 어쩔 수 없다? 이 얼마나 무서운 생각인가? 또한 아오키 준코에게 과연 다른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을 수 있는가? 이미 그녀는 다른 사람을 살해한 살인자일 뿐이었다.
나이가 어렸고 자의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한 살인이었다해도 이미 아오키 준코는 아무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질렀던 죄인이다. 그것도 아주 어린나이에.
그런 범죄자가 또 다른 범죄자를 처형하기 위해 자신의 초능력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오류였고, 결국 그 원죄를 가슴 속에 숨기고 살아가며 무의식속에서는 그 죄에 대한 두려움과 미안함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수 없었다.

우리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 ‘천벌을 내려달라’거나 ‘벼락맞을 놈’이라며 ‘하늘’의 심판을 바란다. 즉, 우리는 이미 중대한 악을 벌하고 심판하는 일을 ‘하늘’의 신성한 권리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누가 누구를 벌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형제도 역시 인간의 권리를 넘어서는 법이기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아오키 준코의 경우도 사회악을 해결해 주는 초능력자도 아니고 심판자는 더더욱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초능력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범죄자를 심판한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고 위안을 삼는 또 다른 형태의 범죄자일 뿐이다.

살인은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작품.
초능력 미스터리의 스릴과 묘미는 물론 범죄자의 사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해 준 굉장한 소설이었기에 기꺼이 추전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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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메리지
앤 타일러 지음, 민승남 옮김 / 시공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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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맞는 중대한 전환기 중 하나가 결혼생활이라고.
결혼을 통해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고 자기만의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그들 앞에는 전과는 다른 뉴 라이프가 열리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1개월을 연애하고 만나 결혼을 하던지, 10년을 연애 후 결혼을 하던지 결혼은 연애와는 전혀 다른 무대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읽은 [아마추어 메리지]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결혼에 대해 말한 소설이다.
그런데 제목이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아마추어 메리지라니.
책을 읽기 전에는 이제 갓 결혼생활을 시작한 신혼부부의 갈등이나 결혼생활 분투기가 그려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별거와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기나긴 삶의 여정을 모두 보여주는 꽤 농도가 짙은 작품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은 모두 결혼에는 아마추어가 아닐까? 처음 결혼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두세 번 결혼을 하더라도 새로운 상대와의 결혼은 항상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 그와 나는 전혀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이 책의 주인공인 마이클과 폴린 역시 첫 눈에 반해 결혼에 이르지만 현실에서의 결혼은 이상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깨닫게 되고 결국 그들의 결혼은 실패에 이른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가정을 이룬 이 두 부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문제를 만나게 되는데 내 생각에 이들의 결혼생활에 가장 큰 불행의 씨앗은 첫째 딸 린디의 가출이 아닐까 싶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버린 큰 딸. 폴린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딸을 걱정하는데 그에 반해 남편 마이클은 너무도 침착하고 매정한 태도를 보여 폴린은 심한 실망감을 느낀다. 심지어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개구리 죽이기]에 비유하면서 개구리처럼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개구리를 찬물이 들어 있는 솥에 넣고 약한 불에 올려놓으면
 물의 온도가 조금씩 높아져서 개구리는 뜨거운 걸 느끼지
 못한다는 거요. 그러다가 아무것도 못 느끼고 죽는 거지.“ p.256

마이클 역시 린디의 가출이 자신들의 결혼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한 불행의 전조를 알리는 어떤 메시지라고 생각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7년만에 사촌을 통해 들은 린디의 소식.린디 없이 만나게 된 외손자. 점점 메말라가는 결혼생활.
그리고 결국 30주년 결혼 기념일날 마이클이 ‘지옥 같은 결혼생활’이었다는 말을 내뱉으며 집을 나가버린다.

나는 이 부분에서 폴린과 같이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이야기의 중간 중간 둘이 참 성격도 다르고 맞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사소한 부부간의 언쟁의 끝에 갑자기 나가버린 마이클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을 나간 후 평소에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처럼 잠시 호텔에 머물다가 (실은 그는 매우 고지식하고 허튼 돈은 절대로 쓰기 싫어하는 구두쇠처럼 보인다) 바로 근사한 아파트를 구하고 덤덤하게 자신의 인생을 시작하는 모습이 무섭기까지 했다.
상대방에 대한 ‘정’이나 일말의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면 사람은 이렇게 차갑게 돌아설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해서 30년이라는 부부생활도, 세 아이와 함께한 가정생활도 사람의 감정 앞에서는 무의미해져 버리는 것이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같은 여자라서 더 동정심이 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폴린이 이혼 후 멋지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녀는 깨져버린 결혼생활과 가정, 남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여전히 갖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나에게 있어 결혼은 두 사람이 하나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선택을 할 때 내가 아닌 가정, ‘우리’가 주체가 되어 함께 꾸려나가는 기나긴 삶인 것이다.
그 삶의 여정이 어찌 평탄하기만 하고 희생 없이 가능하겠느냐 말이다. 수도 없이 부딪치고 만들어지는 갈등과 문제들을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그런 소통과 포용력이 없었던 이들은 진짜 아미추어 메리지의 주인공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항상 결혼에 있어서 아마추어일 수 밖에 없을까?
글쎄... 물론 우리는 모두 아마추어로 시작하지만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부부들이 있기 때문에 결혼생활의 성공이냐 실패냐를 두고 이분법적으로 단정 짓기는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로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서는 나 혼자가 아닌 부부가 ‘함께’ 프로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는 이 땅의 모든 아마추어들이 제발 성공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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