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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메리지
앤 타일러 지음, 민승남 옮김 / 시공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맞는 중대한 전환기 중 하나가 결혼생활이라고.
결혼을 통해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고 자기만의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그들 앞에는 전과는 다른 뉴 라이프가 열리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1개월을 연애하고 만나 결혼을 하던지, 10년을 연애 후 결혼을 하던지 결혼은 연애와는 전혀 다른 무대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읽은 [아마추어 메리지]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결혼에 대해 말한 소설이다.
그런데 제목이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아마추어 메리지라니.
책을 읽기 전에는 이제 갓 결혼생활을 시작한 신혼부부의 갈등이나 결혼생활 분투기가 그려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별거와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기나긴 삶의 여정을 모두 보여주는 꽤 농도가 짙은 작품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은 모두 결혼에는 아마추어가 아닐까? 처음 결혼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두세 번 결혼을 하더라도 새로운 상대와의 결혼은 항상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 그와 나는 전혀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이 책의 주인공인 마이클과 폴린 역시 첫 눈에 반해 결혼에 이르지만 현실에서의 결혼은 이상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깨닫게 되고 결국 그들의 결혼은 실패에 이른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가정을 이룬 이 두 부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문제를 만나게 되는데 내 생각에 이들의 결혼생활에 가장 큰 불행의 씨앗은 첫째 딸 린디의 가출이 아닐까 싶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버린 큰 딸. 폴린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딸을 걱정하는데 그에 반해 남편 마이클은 너무도 침착하고 매정한 태도를 보여 폴린은 심한 실망감을 느낀다. 심지어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개구리 죽이기]에 비유하면서 개구리처럼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개구리를 찬물이 들어 있는 솥에 넣고 약한 불에 올려놓으면
물의 온도가 조금씩 높아져서 개구리는 뜨거운 걸 느끼지
못한다는 거요. 그러다가 아무것도 못 느끼고 죽는 거지.“ p.256
마이클 역시 린디의 가출이 자신들의 결혼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한 불행의 전조를 알리는 어떤 메시지라고 생각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7년만에 사촌을 통해 들은 린디의 소식.린디 없이 만나게 된 외손자. 점점 메말라가는 결혼생활.
그리고 결국 30주년 결혼 기념일날 마이클이 ‘지옥 같은 결혼생활’이었다는 말을 내뱉으며 집을 나가버린다.
나는 이 부분에서 폴린과 같이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이야기의 중간 중간 둘이 참 성격도 다르고 맞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사소한 부부간의 언쟁의 끝에 갑자기 나가버린 마이클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을 나간 후 평소에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처럼 잠시 호텔에 머물다가 (실은 그는 매우 고지식하고 허튼 돈은 절대로 쓰기 싫어하는 구두쇠처럼 보인다) 바로 근사한 아파트를 구하고 덤덤하게 자신의 인생을 시작하는 모습이 무섭기까지 했다.
상대방에 대한 ‘정’이나 일말의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면 사람은 이렇게 차갑게 돌아설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해서 30년이라는 부부생활도, 세 아이와 함께한 가정생활도 사람의 감정 앞에서는 무의미해져 버리는 것이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같은 여자라서 더 동정심이 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폴린이 이혼 후 멋지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녀는 깨져버린 결혼생활과 가정, 남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여전히 갖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나에게 있어 결혼은 두 사람이 하나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선택을 할 때 내가 아닌 가정, ‘우리’가 주체가 되어 함께 꾸려나가는 기나긴 삶인 것이다.
그 삶의 여정이 어찌 평탄하기만 하고 희생 없이 가능하겠느냐 말이다. 수도 없이 부딪치고 만들어지는 갈등과 문제들을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그런 소통과 포용력이 없었던 이들은 진짜 아미추어 메리지의 주인공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항상 결혼에 있어서 아마추어일 수 밖에 없을까?
글쎄... 물론 우리는 모두 아마추어로 시작하지만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부부들이 있기 때문에 결혼생활의 성공이냐 실패냐를 두고 이분법적으로 단정 짓기는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로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서는 나 혼자가 아닌 부부가 ‘함께’ 프로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는 이 땅의 모든 아마추어들이 제발 성공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