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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미미여사라는 애칭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그녀가 새로운 미스터리 소설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언젠가 일본에서 이 책을 원서로 읽은 한 블로거가 우리나라에 제발 소개되기를 바란다고 쓴 글을 읽고 굉장히 읽고 싶었던 차 발간소식을 듣게 되어 여간 기쁘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이미 2000년에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걸 보면 이제와 출간된 일이 다소 늦은감도 없잖아 있지만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으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이럴때면 해외작가의 경우 누군가 번역을 해주지 않으면 절대로 접할 수 없다는 수동적 입장의 독자인 내가 참 싫어진다. 그저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를 고단하게 쳐다보듯 출간소식을 애타게 기다려야 할 수 밖에 없으니까.
이야기의 중심은 염력방화능력을 가진 한 여인이 법의 테두리에서 심판할 수 없는 사람들을 자신이 직접 처단한다는 미스테리한 사건들인데, 그 안에는 사회악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이 묵직하게 깔려있어 재미와 함께 가볍지 않은 고민거리도 안겨준다.
아오키 준코는 자신의 비상한 초능력으로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살해한 범죄자들을 조용히 처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자 경찰 역시 범인을 찾기에 이르고, ‘가디언’이라 불리는 또 다른 집단의 눈에 들게 된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초능력을 통해 악을 처벌하는 일을 자처하는데 이 일을 일종의 ‘전쟁’이라고 칭하며 아오키 준코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범죄자들을 처단한다. 그래서 처음 준코가 가노 히토시를 살해할 당시 아무 죄 없는 그의 여자친구를 죽였던 일을 괴로워 할 때도 전쟁이기 때문에 비전투원도 희생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악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했다.
범죄자를 처단했기 때문에 그 일을 행함에 있어 선의의 피해자는 어쩔 수 없다? 이 얼마나 무서운 생각인가? 또한 아오키 준코에게 과연 다른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을 수 있는가? 이미 그녀는 다른 사람을 살해한 살인자일 뿐이었다.
나이가 어렸고 자의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한 살인이었다해도 이미 아오키 준코는 아무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질렀던 죄인이다. 그것도 아주 어린나이에.
그런 범죄자가 또 다른 범죄자를 처형하기 위해 자신의 초능력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오류였고, 결국 그 원죄를 가슴 속에 숨기고 살아가며 무의식속에서는 그 죄에 대한 두려움과 미안함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수 없었다.
우리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 ‘천벌을 내려달라’거나 ‘벼락맞을 놈’이라며 ‘하늘’의 심판을 바란다. 즉, 우리는 이미 중대한 악을 벌하고 심판하는 일을 ‘하늘’의 신성한 권리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누가 누구를 벌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형제도 역시 인간의 권리를 넘어서는 법이기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아오키 준코의 경우도 사회악을 해결해 주는 초능력자도 아니고 심판자는 더더욱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초능력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범죄자를 심판한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고 위안을 삼는 또 다른 형태의 범죄자일 뿐이다.
살인은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작품.
초능력 미스터리의 스릴과 묘미는 물론 범죄자의 사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해 준 굉장한 소설이었기에 기꺼이 추전하고 싶은 책이다.